요새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환경 파괴 등등에 관련된 많은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다. 즉,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는 건데 이게 왜 관심거리가 될까?

인간이 아니더라도 국지적인/전 지구적인 환경파괴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가령 수천만년 전에 공룡을 멸종시킨 원인은 운석이거나 빙하기가 온것이거나 아무튼 급격한 환경 변화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살아남아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 와중에 멸종되어 이제는 화석으로만 만날 수 있는 종들도 있고 아직까지도 살아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우는 종들도 있고 변화된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아직까지 살아남은 종도 있다.
생태계에서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여러가지 환경 파괴는 생태계 전체로 따지고보면 결국 "환경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 종들은 성공적으로 적응한 종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아서 번식하기에 적합한 표현형을 나타내도록 하는 유전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유전자는 없어진다. 때로는 유전자 군 전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멸종이 일어난다. 반대로 환경이 분리가 되면서 하나의 종이 여럿으로 나눠지는 종 분화도 일어난다.
인간이 자연을 길들이면서 나타난 건 인간에게 길들여진 종이 인간과 같이 번식하게 된 현상으로, 인위적인 현상이면서 동시에 대단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서 자연스럽다는 말이 당연히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말은 자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인간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진딧물은 개미와 같이 진화했고 초식동물의 위장 속에는 초식동물의 소화를 도와주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진화를 유발하는 이러한 공진화는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개체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것을 환경으로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환경 파괴나 생태계 파괴로부터 종이 없어지거나 기형 생물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건 그냥 급격히 일어나는 환경 변화로부터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인간이 겁내고 있는 것은 그러한 기형이 인간에게도 나타나는 것이다. 가령, 팔이 3개 달린 아기가 우연히 태어났다고 해 보자. 이 아기는 유전자가 변형되어서 이 아기의 후손은 앞으로 팔이 3개 달리게 된다. 이 경우 이 아기는 배우자를 만나기가 어렵게 된다. 어떤 맘 착한 배우자를 만나서 자손 번식에 성공해도, 과연 몇 대나 이어질 수 있을까? 아마 수 대 안에 대가 끊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작은 규모의 멸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자연선택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인간의 인식에서 팔이 3개인 것은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고 따라서 매력적이지 않다. 매력적이지 않은 유전자는 없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인간 종이 어떤 안정된 종으로서 계속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옛날 히틀러는 우수한 혈통만 남기고 싸그리 죽여 버려야 인간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어차피 다 그놈이 그놈이다. 눈 두개, 콧구멍 두개, 팔 두개, 다리 두개, 손가락 발가락 열개씩.

환경을 보호/보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개발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난 어느쪽도 편들지 않는다. 개발을 하거나 개발을 하지 않거나 생물들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생태계 파괴로 생물들이 멸종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그 어떤 생명체도 멸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핵무기? 지구가 멸망할까? 전 세계의 핵무기가 지금 당장 전부 폭발해도 지구는 멀쩡하다. 심지어 핵 겨울이 와도 살아남을 생명체들은 다들 적응해서 살아날 것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과 멸종뿐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자연 환경과 도시는 원래부터 구별과 경계가 없었다. 다만 인간들이 그걸 굳이 구별짓고 자연은 보호해야 하고 도시는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자연은 자연 환경과 도시를 구별하지 않으며 각자 자기 살 나름대로 살아간다. 도시에 적응한 비둘기 "닭둘기"가 그 예이고, 떠돌이 고양이가 그 예이다. (물론 닭둘기가 비둘기와 다른 종이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것은 그저 자연이다. 인간도 원래 자연의 일부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 역시 자연적인 일의 하나이다. 산불이 났을 때, 인위적으로 복구한 경우와 그냥 방치한 경우 중에 그냥 방치한 경우가 복구율이 높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그럼 넌 생태계를 파괴해도 좋다는 거냐?"라고 물어본다면, 글쎄. 난 그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겠다. 나한테 물어보지 말기 바란다. 어차피 쪽수 많은 쪽이 이기게 되어있는 문제니까 난 그 쪽수에 들고싶지 않다.
by snowall 2006. 11. 7.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