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603200934&section=03&t1=n


프레시안에서 수학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왔다.


일단 나는 위 기사의 내용에 모두 동감하며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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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보면 "어른들이 수학 사용하는거 보면 덧셈 뺄셈밖에 없는 것 같은데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있다. 그건 그 어른들이 할줄 아는 수학이 덧셈 뺄셈밖에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덧셈 뺄셈만으로도 엄청나게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가령, 갈루아 같은 수학자는 덧셈밖에 안되는 집합을 갖고서 5차 이상의 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다.[각주:1] 근의 공식이 4개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인데, 선행학습을 하는 애들이 외워야 할 공식이 4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임의의 n차 다항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모든 n에 대해서 존재했다면, 외워야 할 근의 공식은 무한히 많아진다. 원주율을 소숫점 이하 몇째 자리까지 외우느냐를 경쟁하다가 근의 공식을 몇차까지 외우고 있는가로 경쟁할 수도 있다.


부모들이 수학을 선행시키는 이유는 그 부모들이 수학을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학을 선행학습시킨다는 끔찍한 짓을 가장 소중한 자기 자녀들에게 시킬 이유가 없다.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덧셈 뺄셈을 수천번 연습시키고 구구단을 강제로 외우도록 하는 것이 어떤 교육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수학 선생님의 대답이 걸작이다. 그렇게 수많은 연습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발견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것이 바로 수학의 속성이다. 물론 수천번까지는 아니고, 100문제 정도 풀면 웬만해서는 깨닫겠지만. 1+1, 1+2, ... 69+39, ... 이런것들을 다 외울 수는 없지 않은가. 2자리수 덧셈까지만 외워도 벌써 10000개다. 그러니 스스로 규칙을 찾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하는 습관이 들어 있으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만나더라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 문제가 수백년동안 풀리지 않은 치사한 문제같은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http://snowall.tistory.com/761

기초가 안되어 있으면 위의 글에 달린 댓글처럼 자신이 가진 오개념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외워서 높은 수학 시험 점수를 받는 사람은 있어도, 잘 외워서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1. 물론 군-환으로 이어지는 대수학 이론을 공부하긴 해야 하지만. 근데 뭐 환 이론이라고 해봐야 곱셈이 추가되는 것 뿐이라 별거 없다. 사칙연산은 위대하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2. 6. 5. 11:31

물리학, 수학, 생물학계의 노래들을 소개하다보니, 고등학교 4대과학중 하나인 지구과학은 왜 없나? 하는 의문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자미로콰이의 명곡 중 하나인 "Cosmic girl"이 있었다.



사랑에 빠지면 인간이 "우주적"으로 변한다는 것과, 그녀와 내 마음 사이에는 수천광년의 거리가 있지만 한방에 순간이동해서 다가갈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노래는 천문학에 관한거고, 이제 "지구의 과학"에 관한 노래는 또 어디에 있을까.

by snowall 2012. 6. 5. 09:51

늘 그렇듯 과학 하는 사람들은 %를 보면 왠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나만 그런가?!)



마트 갔다가 발견한 어떤 과자. 95%가 유기농 원료이고 5%는 정성을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 정성이 뭐가 들어갔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일단 소맥분 67.04%, 설탕 11.17%, 쇼트닝 10.05%, 분유 3.35%, 야자유 2.04%, 포도당 1.34%, 올리브유 0.44% 들어가 있고 이 숫자들을 모두 더하면 95.42%가 된다.


유기농이 95%가 들어가 있는 것은 맞다. 이제 정성을 살펴보자.

호밀분말, 산도조절제, 정제소금, 제일인산칼슘, 효소제제 등이 정성으로 들어가 있다.


음...그럼 산도조절제, 효소제제, 소금, 호밀분말, 제일인산칼슘만으로 만든 과자는 100% 정성이겠네?


by snowall 2012. 6. 5. 02:57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나의 몸을 갖고 있고, 그 하나의 몸에는 두개의 손, 두개의 발, 두개의 눈, 두개의 콧구멍, 두개의 귀, 한개의 입, 그리고 하나의 뇌를 갖고 있다. 인간으로 불리우는 모든 존재가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와 같은 사항을 대다수의 인간이 만족시키고 있음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숫자가 중요하진 않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나" 또는 "자신"이라고 부르는 개념에는 "몸"이라는 개념이 깊숙히 박혀 있다는 점이다. "몸"이 존재하지 않는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의사인 올리브 색스의 책을 읽다 보면(뮤지코필리아, 색맹의 섬 등) "환상지"라고 해서, 절단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사지가 여전히 붙어있는 것처럼 감각을 느끼는 증상의 예를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자.
예전에 우슈 도장에서 중국 무술을 배울 때, 사부님은 모든 병장기의 기본이 권법이라고 했었다. 검을 휘두를 때에도 주먹과 손바닥의 연장선에서 그 원리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권법을 제대로 공부해야 검법, 창술, 봉술 등의 병장기술을 빠르게 익힐 수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연장과 자신이 하나가 된다는 경지에 오르면 달인이 될 수 있다. F1경주에 참가하는 레이서들은 자신의 머신이 마치 자기 몸인 것처럼 숙달될 때 까지 연습을 계속한다. 군대에 가면 총을 자기 애인처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컴퓨터 숙련자들은 키보드 자판을 보지 않고도 매우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장은 모두 수동적인 장치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연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연장이 스스로 인간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에는 그 기술이 발전하여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가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되먹임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스마트폰에 접목된 햅틱(Haptic)기술이다. 스마트폰은 실제로 누를 수 있는 버튼이 많지 않고 화면에 표시된 가상의 버튼에 살짝 손가락을 접촉하는 것만으로 입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입력되었는지 느끼기 어렵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입력되는 순간 스마트폰에 진동을 주어서 입력이 된 사실을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기술은 이제 인간의 감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술하는 인공 달팽이관 소자,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술하는 인공 망막,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술하는 걸어다닐 수 있는 의족 등. 우리가 "몸"이라고 부르는 대상의 수많은 "부품"들이 인간이 만들어 낸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 예로 이런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http://3rdi.me/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48704170404575624931343399098.html
뒤통수에 카메라 마운트를 이식하여 자신의 뒤통수가 바라보는 풍경을 찍는 사람.

http://news.donga.com/3/all/20031014/7991427/1
시각장애인들에게 소리로 보여주는 장치.

http://news.donga.com/3//20040528/8066300/1
자신의 신경계와 컴퓨터를 연결한 사람.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518002004
생각으로 로봇팔을 움직인다.

이렇게 자신의 몸을 기계로 대체하여 일상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일단 익숙해진 후에는, 그 기계는 더이상 독립된 기계로 남아있지 않고 그 사람들의 몸의 일부가 된다. 이런 기술이 극도로 발전하게 되면 언젠가 뇌의 작용도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기계로 대체된 전자두뇌 - 흔히 일본식으로 "전뇌"라 부르는 - 도 또한 우리가 인식하는 몸의 일부가 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SF만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에서는 그런 일이 현실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일상화되고 완전히 체화된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주인공인 쿠사나기가 여러개의 몸을 동시에 조작하고, 심지어 다른 곳에 자신의 의식을 복제한 후 원래의 몸이 죽도록 놔둠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장면들이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몸이 여러개가 있고, 동시에 그 여러개의 몸 전체를 하나의 "나"로 인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분신술을 쓰거나 복제인간에게 자기가 귀찮은 일들을 다 맡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되었을 때 실제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지 상상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신의 아바타 캐릭터 1개만을 조작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수행게임(RPG, 리니지 등.)게임을 하다가, 수백개의 유닛에 명령을 내려서 승리를 따내야 하는 실시간 전략게임(RTS, 스타크래프트 등.)을 갑자기 하게 된 상황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 손이 두개밖에 없어서 한번에 하나만 할 수 있다고 하면, 어차피 상상해보는 김에 생각으로 모든 것을 다 조작할 수 있다고 해 보자. 과연, 생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한다고 할 때 유닛 전체를 동시에 컨트롤 할 수 있을까?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자아 개념으로는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인간은 지금까지 하나의 몸에 하나의 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몸에 여러개의 나를 갖고 있는 경우는 다중인격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이 경우에도 각각의 인격이 받아들이기에는 하나의 몸에 하나의 내가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몸이 여러개인데 그 모든 몸이 나 자신이라고 한다면? 모든 몸에서 오는 신호와 정보가 공유되고, 의식적으로 모든 것을 원격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것은 곧 의식과 신체의 분리를 뜻한다. 각각의 몸이 개체로서의 의식을 갖지 않고 전체로서의 의식만이 존재한다면, 그 전체인 의식은 개체 어느 하나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허황된 소리로 들린다면, 한번 잘 생각해 보자. 그 누구도 자신의 뇌를 열어본 사람은 없다. 기술이 극도로 발전하여 뇌를 몸 밖에서 죽지 않고 살려둘 수 있다고 하자. 그리고 뇌신경과 몸이 연결되는 부분을 무선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뇌"가 느끼기에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보이는 대로 보고 있을 것이고, 느끼는 대로 느낄 것이며, 들리는 대로 들을 것이다. 먹는대로 맛볼 것이며, 숨쉬는 대로 쉬어질 것이다. 거울을 봐도 머리에 조금 어색하게 큰 상처가 있을 뿐 전혀 다를 것이 없고, 그 누구도, 본인조차도, 내 머릿속에 뇌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런 경우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똑같은 시술을 다른 몸에 한 후, 무선 전파 수신 채널만 바꾸면 몸이 통째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역시 SF만화인 "총몽"에 등장한다.
예를 들어, 뇌를 따로 꺼내서 잘 처리한 후 무선 채널을 연결하는데, 그렇게 준비한 몸통 4개를 동시에 가동한다고 해 보자. 이제 들어오는 신호는 8개의 눈, 8개의 귀, 4개의 혀, 4배 넓어진 피부로부터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인간은 그 확장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 몸통 4개를 모두 "나의 몸"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계속...)

by snowall 2012. 6. 5. 02:43



아카펠라 그룹인 "클라인 4그룹"의 "2차 유한 단순군"


앞에서 언급만 해놓고 찾아보니 소개를 안했었다. 수학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세레나데.

by snowall 2012. 6. 3.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