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형 성공담
요즘들어 쏟아지고 있는 멘토, 힐링, 치유, 성공,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을 구경하다보면, 나도 성공하려면 저런 책을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법복사를 방지하기 위해 블로그에는 퍼가도 별 의미가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의 글들을 올리고 있지만 그런거 쓰려면 쓸 수 있어보인다. "넌 괜찮아", "포기하지 마" 등등. 나도 그런 책들을 읽어보고 평가해야겠지만, 그닥 읽고 싶지는 않다. 1
성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과학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대학을 물리학과에 진학했고,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고, 물리학 연구소에서 병역특례를 마쳤다. 그리고 박사과정에 진학하려고 생각중이다.
살아있는 한 도전도 끝나지 않고 실패도 끝나지 않는다. 박사과정에 들어갔으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는,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또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논문을 써야 한다. 과제도 따내야 하고 실험도 계산도 끝나지 않는다.
다른 직종 다른 직업 다른 직장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가 끝인가?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대학교 졸업하고서 대기업에 취직하면 그것으로 끝인가? 이제 사회생활 시작일 뿐이다. 시작은 성공의 필요조건일 뿐, 시작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 유명 벤처기업 사장의 성공신화를 살펴보면 중요한 순간에 적절한 결정과 판단을 하였고, 실패를 성공의 초석으로 삼아 마침내 우량 기업을 일궈냈다. 끝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방심하면 회사는 망하고 사장은 신용불량자로 추락한다.
시작도 못한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뭘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5번정도 수능을 봐서 서울대에 들어가면 그것이 "시작"인가? 서울대 졸업하고 모 대기업에 들어가서 연봉 3600을 받으면 그것부터가 "시작"인가?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거부할 자유도 없이 시작되어있다. 사는 것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느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인생 전체의 성공은 이룰 수 없다. 작은 고비 하나하나를 넘어가면서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를 아직 성공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공한 다음에 이런 말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남을 성공시켜줄 수 없고, 누구도 나를 성공시켜줄 수 없다. 사실은 인생에 성공할 수도 없다. 당장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과 실행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성공은 끝나지 않는다.
- 이것도 페르마 드립의 일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