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정치

에필로그

snowall 2015. 7. 1. 04:00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이제 언론이 문제점을 분석하는 기사들을 내놓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수십년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런일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자기 자신의 앞길만 신경쓰고 남들을 외면하게 된다. 그럼 세상은 보다 더 살기 힘든 곳이 되고, 높으신 분들 배만 불려주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가 힘들면 다들 스스로 죽어가겠지.

나라가 만들어진지 60년만에 뭔가 기가막힌,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물론 내가 지금 먹고사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도 많다.

내가 성수대교 붕괴 현장에 있었다고 생각해 보고, 내가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세월호에 타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고, 내가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실에 누워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 (당장 떠오르는 사건만 해도 이만큼이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런 사고가 당장 나에게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설마?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 사건들의 피해자중에 높으신 분들이나 그 관계자가 있었나 한번 생각해 보자. 내 기억에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높으신 분들의 관계자가 아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것도 상상이 안 갈정도로 상상력이 빈곤해졌거나, 이것을 상상해 보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힘든 세상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그렇게 일부러 힘들게 살고 싶었을리가 없을테니까. 그렇게 힘든 사람이 그렇게 힘든 삶을 사는 것은, 그 사람 나름의 최선의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사회가 도와주지 못해서 그런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높으신 분이거나.

그러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설마 설마 하며 오늘을 살아갈 것이고. 그러다가 내가 앞으로 닥쳐올 또다른 대형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현실은 영화랑 다르다는 걸 느꼈을 때, 조금 후회할 수 있겠지만 이미 늦을 것이다. 아니, 그걸 후회하기에는 그 순간 이후로 남은 삶이 너무 짧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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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 정부의 문제점은 뭔 말만 하면 선동질이고 모이기만 하면 폭동이라고 몰아붙이는 데 있다. 국민이 정부 욕하면 좀 가만히 듣고 있어라. 그게 소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