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나는 짤방을 달지 않는다.

지하철 환풍구에 발전기를 달아서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물리학적인 이해는 ExtraD님이 잘 설명해 주셨으므로 그쪽을 참고하자.
http://extrad.egloos.com/1831709

그리고, 여기에 대한 대강의 이해는
http://elfhunter.egloos.com/3967156
에 달려 있는 트랙백을 참고하자.

장담컨대, 이 계획은 분명히 추진된다. 그리고 분명히 이익을 남긴다. 단, 지하철 공사는 100%의 가능성으로 손해를 본다. 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역학 제 1법칙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에너지 보존법칙. 분명히 전력은 생산된다. 맞는 말이다. 그 전력을 팔아서 수익도 낼 수 있다. 그런데,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을까? 기차가 달려가면서 만든 전력이다. 정확히는? 기차의 운동에너지를 뺏어서 만든 전력이다. 따라서, 기차의 운동 에너지를 이용해서 발전기를 돌리는 것이다.

대략, 기차 위에다가 그 터빈 발전기 붙인 거랑 똑같다.

따라서, 기차의 운동에너지를 뺏은 것보다 더 많은 전기 에너지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열역학 제 2법칙에 의해서 기차의 운동에너지를 뺏은 것 만큼조차도 얻을 수 없다.

에너지 = 돈
이 공식은 돈의 가치가 변하면서 에너지의 가치도 변하긴 하지만, 어쨌든 진리다. 에너지를 만드는데는 돈이 들어가고, 팔때는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보다 비싸게 팔아야 한다.

기차를 100의 속력으로 달리게 하는데 100원을 썼다고 치자. 기차의 운동에너지를 10만큼 뺏어서 발전을 한다고 치면, 환풍구 발전으로 만든 에너지의 생산 비용은 10원이 된다. 열효율이 100%라 해도 10만큼의 에너지가 나오는데, 에너지 전환 효율은 기껏해야 50%나 될까? 업체에서 주장하는대로 70%라고 해도 7만큼의 에너지가 나온다. 즉, 7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10원이 들어갔다.

이제, 다시 기차를 100의 속력으로 달리게 하자. 그럼 10원이 더 들어간다. 기차의 속력은 100이므로 승객들의 불편은 없고, 여기에 들어간 전기요금은 110원이다. 그리고 7의 에너지가 남아있다. 7의 에너지를 팔아서 손해를 메꾸려면 최소한 10원보다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런데, 이 비싼 전기를 누가 쓰겠나? 당연히 아무도 안쓴다. -_-;

왜냐하면, 7의 에너지를 공급받는데 7원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7의 에너지를 환풍구 발전 설비에서 공급받으려면 10원을 내야 한다. 값 자체는 대충 잡았다 하더라도 환풍구 발전 설비의 생산 비용이 더 비싸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열역학 교과서에 있는 논리적 오류를 찾아서 노벨상 받기 바란다. 이건 세기의 발견이다.

자. 그럼, 이제 손실을 줄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7의 에너지를 7원에 팔아보자. 그럼 기차를 달리게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은 110원이고, 7원을 보전했으니 기차를 달리게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은 103원이 되었다. 즉, 이것을 하지 않았을 때 보다 기차를 달리게 만드는 비용이 비싸졌다.

좀 더 엽기적인 가정을 해 볼까? 열효율이 100%라고 가정한다. 즉, 기차의 운동에너지를 잃은 만큼 고스란히 풍력발전에서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치자. 그래도 손해다. 왜? 비용에서는 손해볼 게 없지만, 이미 환풍기 설비를 설치하는데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건 300억짜리 "먹튀"다. 이거 반박하고 싶으면 열역학 제 2법칙의 오류를 이론적으로 증명하고 실험으로도 증명하기 바란다. 물론 내년 노벨상은 논문이 증명되는 그 즉시 당신꺼다.

이 사업을 추진할 협력업체인 아하에너지의 기술적인 신뢰도나 평판 같은 것 때문에 내가 뭔가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에 설명한 내용은 아하에너지의 기술 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전 세계의 어떤 회사가 추진해도 똑같은 논리로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 공사에서는 이 사실을 회사가 망할때까지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 지하철 환풍기 시설을 "그나마 적자를 보전해주는 효자 설비"라고 칭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환풍구 발전 시설은 분명히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그 전기를 판매하면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더 늘어난 기차의 전기요금은 전혀 다른 곳에서 정산되고 있다. 따라서, 어찌 보면 적자를 보전해주는 설비처럼 보일 것이다.

이게 왜 문제인가 하면, 지하철 공사가 만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면서, 정작 추진하는 정책이나 기술들은 적자를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 건 정말 신기하다. 지하철 공사에는 제대로 된 물리학 전공자나 공학자가 입사하지 않는가?
(생각해보니까, 지하철 공사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철도대학 출신일 것이고, 임원진 대부분은 낙하산일 것이고, 그나마도 이공계 출신은 없을 것이다.)

이건 공학 학회랑 물리학회에서 나서서 뜯어 말려야 한다.


추가
물론, 환풍구 발전 설비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환풍구 발전기를 환풍기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 그리고 수직으로 달아두면 된다. 그럼 도심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음. 근데 이건 환풍구가 아니라 건물 옥상에 설치해야 하는 것 같다.

by snowall 2008. 11. 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