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크 잡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인 루이스 캐롤이 쓴, 또다른 작품이다.

그 책의 두번째 장에는 커다란 해도가 등장한다. 바로 다음과 같다.

당황스럽겠지만, 해도 맞다.
네모 상자 외에 다른 것이 그려져 있지 않은 이유는, 바다니까.

아무튼. 다음 글을 읽어보자. 2장이다.


모두들 종잡이를 하늘높이 칭송했으니--
그토록 훌륭한 몸가짐, 여유로움, 고상함!
게다가 그토록 점잖기까지! 누구나 보는 순간
그의 현명함을 알아볼 것이다!

그는 커다란 해도를 하나 샀는데,
육지라곤 눈씻고 봐도 없는 지도였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도였기에
대원들은 매우 기뻐했다.

"메르카토르 도법의 북극점이니, 적도니,
회귀선이니, 자오선이니, 그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 있지?"
라고 종잡이는 외치겠지. 그러면 대원들은 화답하겠지.
"그런 건 다 진부한 기호에 불과해!"

"다른 지도들은 섬과 곶(串)과 온갖 복잡한 모양들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용감한 선장이 있을 뿐!"
(이렇게 대원들은 단언하겠지) "그가 사온 것이 단연 최고--
완벽하고도 순수한 백지!"

그것은 멋졌다. 의심할 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깨달았다. 그렇게 철썩같이 믿던 선장이
바다를 횡단하는 일에는 아무 개념도 없다는 것을,
종이나 딸랑거리는 것 말고는.


당신이 이 대목까지 읽었을 때, 뭔가 예상했다면...
그 예상이 틀리길 바라며 다음으로 넘어가자.

그는 사려깊고 용감했지만 -- 그가 내리는 명령은
선원들을 당황시키기 충분했다.
"키는 우현으로! 뱃머리는 좌현으로!"라고 외치면
키잡이는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때때로 가로돛대가 방향타와 뒤섞였다.
종잡이의 논평에 의하면,
말하자면 배가 "스나크됐을 때",
열대 지방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항해를 하는 동안 결정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종잡이는 적이 당황하고 괴로와하다가
적어도 바람이 동쪽으로 불면,
배가 서쪽으로 가진 않겠지하고 희망했다.


음...어디서 많이 듣던, 보던 얘기 아니던가. 키는 우현으로, 뱃머리는 좌현으로...-_-; 근데 사려깊고 용감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종잡이는, 어쨌든 선장이긴 한데, 아무튼 당황하다가, 바람이 동쪽으로 불면 배가 서쪽으로 가진 않겠지 하고 희망한다. 이 대목까지 읽었을 때,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러나 위험은 지나가고 -- 그들은 마침내 상륙했다.
상자와 가방(portmanteau)과 자루들과 함께.
하지만 보이는 건 깊은 구렁과 험한 바위산,
첫눈에 별로 즐겁지 않은 풍경이었다.

종잡이는 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걸 느끼고
우울할 때를 위해 간직해 두었던 농담을
신나는 말투로 들려주었지만 --
대원들은 끙끙대고 투덜대기만 했다.

그는 우선 럼주를 넉넉히 돌린 뒤
대원들에게 해변가에 앉을 것을 명했다.
그가 서서 연설을 시작하자,
그들은 선장이 위대해 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지여, 동포여, 로마 시민이여! 귀좀 빌려주시오!"**
(그들은 모두 인용구를 좋아했으므로,
종잡이가 추가 식량을 돌리는 동안
그의 건강을 위해 건배하고 만세 삼창을 했다.)

우리는 여러 달을 항해했고, 여러 주일을 항해했소.
(아다시피 한 달은 4주가 되지.)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선장의 말씀)
스나크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소!"

"우리는 여러 주일을 항해했고, 여러 날을 항해했소,
(아다시피 일주일은 7일과 같지.)
그러나 스나크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그놈은,
지금까지 전혀 목격하지 못했소!"

"와서 들으시오, 대원들이여, 내가 다시 한 번
언제 어디서든 확실한
순종 스나크를 알아볼 수 있는
틀림없는 표시 다섯 가지를 말해 주겠소.

"순서대로 들자면, 그 첫째는 맛이오.
아무 맛도 없고 무미건조하지만, 그래도 바삭바삭하오.
허리에 너무 꽉 끼는 코트처럼
도깨비불 비슷한 맛이 난다오.

"그놈이 늦잠자는 버릇이 있다는 건 다들 알 것이오.
사실 너무 늦게 일어나서,
5시 티타임에 아침을 먹고
그 다음날 저녁을 먹는 일이 다반사라오.

"세 번째는 농담을 알아듣는게 굼뜨다는 것이오.
한번 과감히 농담을 걸어 보아도
그놈은 무슨 고민있는 것마냥 한숨을 쉴 것이오.
말장난을 해도 항상 심각한 표정이라오.

"네 번째는 그놈이 이동 탈의실(bathing-machines*)을 좋아해서
항상 그것을 끌고 다닌다는 것이오.
아무래도 의심스런 정서이긴 하지만 --
그게 경치를 아름답게 해 준다고 믿고 있다오.

"다섯 번째는 야심(ambition)이오. 이건 다음 기회에
무리별로 나눠 하나씩 설명하는 편이 맞을 듯하오.
깃털이 있고 무는 놈들과,
수염이 있고 할퀴는 놈들을 구분해서 말이오.

"평범한 스나크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이 점만은 말해 두는 것이 도리일 듯하오,
그중 어떤 놈들은 부줌 -- " 이 대목에서 종잡이는 놀라 말을 뚝 끊었다.
빵쟁이가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다.

에휴...

by snowall 2008. 11. 23. 00:23
  • 작은방 2008.11.23 15:50 신고 ADDR EDIT/DEL REPLY

    현 정권에 대한 우화로서 읽으신가요?^^;
    어느 시대에나 이런 '분'들은 꼭 있는 것 같습니다.ㅠㅠ
    문제는 이런시대에 이런 분이 계셔서 문제인 것 같네요.
    정말 망망대해를 항로도 모른체 표루하게 되는 느낌이에요..;

    근데 마지막 종잡이의 말을 좀 더 설명해 주실수 있으신가요?
    빵쟁이가 누구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 snowall 2008.11.23 19:40 신고 EDIT/DEL

      http://www.lectrice.co.kr/alice/car03.html
      일단 원문과 번역문은 이곳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1장에 빵쟁이가 왜 탔는지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빵쟁이가 기절해 버린 이유는 "부줌"을 들었기 때문인데요, 부줌이라는 것은 스나크를 부르는 이름인데, 예를 들자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 같은 느낌의, 말해서는 안되는 이름 같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