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글은 논리적인 척 해보려고 쓴 글이므로, 중간에 부적절한 전개, 논리의 비약, 근거의 실종, 그리고 억측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그리고 난 경제 전문가가 아님.

일찍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종씨인 전설적인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는 2000년 즈음의 지구 종말을 예견하였다.

참고자료 : 트라우마 368화 <노스트라다무스>

그리고 현대의 전설이 된 경제학자(?) 미네르바는 2009년 한국 경제의 종말을 예견하였다.

[서프 - UCC] 미네르바 신동아 기고 전문(아고라 펌) (장작불)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180251&table=seoprise_11

다른 예를 들자면, 강만수 장관은 3월에 위기 따위는 오지 않는다고 예언했다.

강만수 장관 “3월 위기설 전혀 근거없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과연 예언가는 자신의 예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난 저 예언들이 맞건 틀리건 신경 안쓴다.

우선, 몇가지 객관적 사실을 살펴보자.

첫째로, 어떤 사람도 미래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모든 정보를 알수 없으며,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보를 전부 정확하게 분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정보를 알고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나름의 정확한 예견을 하였다 하더라도, 아주 작은 오차가 갖고오는 미래는 엄청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예언가는 자신이 예견한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말한다는 점이다. 근거의 유무와는 관계 없이, 예언가가 예언을 할 때에는 자신의 예언에 절대적 확신을 갖고 있다. 어떤 예언가는 자신의 죽을 날을 예언한 후, 그날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자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확신이 되어 있지 않는다면 예언은 할 수 없다.

셋째로,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말한 것은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아무도 듣지 못한 소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단, 이때의 아무도 듣지 못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이미 세계의 판도에 영향을 주었고, 이것은 예언이 틀릴 수 있는 새로운 정보의 시작이 된다. 즉, 예언은 예언 그 자체로서 새로운 정보이고, 앞서 첫번째 사실에서 지적한 대로 모든 정보를 모두 분석해서 예언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그 예언을 내놓은 시점에서 예언이 가지는 추가 정보로서의 효과는 새로이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무한 재귀 논리가 되어 버리는데, 예언의 효과를 다시 예언에 포함시켜서 좀 더 정확한 예언을 하려고 시도한다면, 이 예언은 영원히 말해질 수 없다.

이 세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예언은 아무리 정확하게 하더라도, 틀릴 가능성이 있으며 그 예언이 맞을지 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상 그 예언의 정확성을 미리 아는 것은 그 예언을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예언에 속한다. 그리고 그런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예언은 발설되었고, 따라서 사회와 세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영향을 주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제,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 책임은 무엇일까?
사람은 사람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행동의 자유"를 지적한다. 행동은 말, 움직임, 기타 등등 자신이 가진 물리적 신체를 갖고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움직임을 뜻한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서 모두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서로가 자유를 어느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것이 "책임"이다. 정확히는, "자유에 대한 책임"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유를 사용하였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자유를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포괄적인 의미이다. 과대 해석하자면, 숨을 쉬는 것은 자기 자유인데, 숨을 쉬어서 나온 이산화탄소에 대해서 그것을 제거해야 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세세한 수준의 책임은 그냥 넘어가고 있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의 자유와 책임도 있을 것이다. 어떤 수준의 책임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을 죽인 수준의 자유라면,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은 상당히 클 것이다. 개인 대 개인의 수준에서는 어느정도 주는대로 받는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칙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 대 사회의 수준에서 행동한 자유는 대체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런 것은 책임 질 필요는 있기나 할까?

지구 멸망을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에게 그 예언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을 지울수는 없다. 실제로 그 예언이 실현되었다면, 그 예언을 맞췄기 때문에 그에게 돌아갈 칭찬은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칭찬을 해줄 사람이 없다. 미네르바의 경우에는 어떨까? 그는 경제 위기설을 들고 왔고,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그 글의 논리적 연결성이나 명확성과는 상관 없이 그의 지적이 정확하고, 예견이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논리적으로도 옳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논리적으로 틀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고 있는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네르바의 예견을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또한 자신들만의 예언이겠지만. 그리고 강만수 장관은 경제 위기설이 없다는 예견을 하였다. 완전히 상반된 두 예측이 대립하고 있다. 어느 한쪽은 반드시 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과연 그들은 자신의 예언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책임이 좀 더 큰 사람은 강만수 장관이다. 미네르바는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그냥 인터넷의 글쓰는 사람일 뿐이고, 강만수 장관은 한 나라의 경제 정책을 바꿀 만큼의 "자유"가 주어진 사람이다. 물론 강만수 장관이 경제 위기를 예견하였다면 그런 말은 실현 되는쪽이 좀 더 지옥이기 때문에 결코 그렇게 예언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아무튼, 강만수 장관의 3월 위기설이 없다는 예언은 사람들이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장관 개인과 정권에 대한 신뢰도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는, 그런 예언이 되었다.

미네르바의 예언이 틀렸다고 해 보자. 경제 위기가 오지 않았다. 미네르바에게는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세상 사람들을 기만한 죄?
강만수 장관의 예언이 틀렸다고 해 보자. 경제 위기가 왔다. 그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세상 사람들을 기만한 죄?

똑같아 보이나? 조금 다르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위치에서 자신의 행동을 해야 한다. 미네르바는 조금 영향력이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인기있는 예언가이고, 강만수 장관은 많은 영향력을 가진 장관 자리에서 인기없는 장관일 뿐이다. 만약 미네르바에게 세상 사람들을 기만하고 민심을 혼란에 빠트린 죄를 묻는다면, 실제로 경제 위기가 왔을 때 강만수 장관에게는 최소한 똑같은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큰 죄를 묻고 큰 책임을 지워야 한다. 즉, 물어서는 안될 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

유비무환. 미리 준비하면 혼란이 없다. 아무리 많이 생각해도 옳은 말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다. 그리고 그 예측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에 딱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잘 모르겠다면 나쁜 예측을 선택해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예측은 전체적으로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좋은 결과를 예측하는 것과 나쁜 결과를 예측하는 것. 그렇다면, 좋은 결과에 맞춰 미래를 준비한다면 막상 나쁜 결과가 왔을 때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나쁜 결과에 맞춰 미래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와서 그 준비한 것이 전혀 쓸모 없어진다 하더라도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나쁜 결과가 왔다면 미리 준비했으므로 큰 혼란이 없을 것이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결과를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나쁜 상황이 되었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가이다. 상황이 좋을 때는 잘해봐야 본전이다. 왜냐하면 이미 좋은 상황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못해도 괜찮다. 상황이 좋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나쁠 때에는 못하면 병신되고 잘해야 현상 유지다. 그리고 정말 잘하면 칭찬을 듣는다. 위기를 넘겼으니까. 따라서 누구든지 미래를 준비할 때에는 좋은 상황과 나쁜 상황을 모두 예측해 보고, 그에 대한 대비는 나쁜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언의 책임에 대한 글로 시작해서 미래에 대한 대비로 끝났다. -_-; 사두용미의 글이랄까...
by snowall 2008. 12. 6.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