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우리가 배우는 것과는 다른 것을 배우는 것 같다.

성추행, 뇌물수수, 욕설보다 성적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전국적으로 모든 친구들이 보는 시험을 안보는 게 더 나쁜 짓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밥줄이 끊기고 욕먹는다는 "객관적 사실"을 배운다.

그 친구들이 10년에서 20년쯤 후에, 사회에 진출했을 때.

직장에서 동료 직원을 성추행하고, 선물보다는 뇌물을 주고받으며, 자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욕설을 내뱉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친구는 "난 시험을 안본것도 아닌데 왜 그러나? 그리고 난 윗사람 말도 잘 들었는데?"라고 물어볼 까봐 두렵다.

딴 사람들이야 어떤 답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정택은 거기에 뭔가 답을 해줄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답이 없다. 시험을 안본것도 아닌데, 말을 안들은 것도 아닌데 대체 뭐가 나쁘다고 대답해줘야 할 것인가...

교육은 당장의 배고픔도, 당장의 어려움도, 그 어떤 현재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교육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다.

근데, 요즘 아이들이 배우는 도덕은 내가 배운 도덕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런걸 "세대차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앞으로 살면서, 성추행, 뇌물수수, 욕설을 절대 안할 거라는 장담은 도저히 못하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쁜 것이 자신의 양심에 따르는 것이라고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

아니다. "양심"이라는 것 그 자체가 바뀌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양심은 내가 가진 양심과는 다르다. 앞으로의 양심은 새로운 사회질서와 새로운 국가관을 가진, 나와는 다른 인간성을 뜻한다. 윗사람의 말만 잘 들으면 그 밑에서는 무슨짓을 하든 맘대로 해도 괜찮다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양심이다.

그걸 두고 "도대체가 신세대는 버릇이 없어"라는 3천년 된 농담을 할 수밖에 없는, 내가 싫어하던 기성세대가 될 수밖에 없나?
by snowall 2008. 12. 13. 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