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도박이라고 한다면 포커와 화투가 있을 것이다. 방금 전까지 담배연기 자욱한 피시방에서 놀다가, 내 자리의 왼쪽과 오른쪽에 앉은 두 아가씨(?)가 각각 포커와 화투를 치고 있었다. 난 그걸 잠깐잠깐 곁눈질로 보면서 내가 할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온라인 포커는 굉장히 심심하다는 것이다.

포커의 묘미는 심리전이다. 상대방이 드러난 패를 놓고, 내가 보여주고 있는 패를 이용해서 상대로 하여금 돈을 많이 걸도록 하고, 그리고나서 내가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대놓고 너무 패가 좋으면 상대가 금방 죽어버리므로 안된다. 그렇다고 가진 패가 없으면 내가 이기기 힘들다. 패가 없어도 뻥카를 치면서, 상대를 낚아내야만 내가 돈을 많이 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전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포커를 칠 때 가장 극대화 된다. 하지만 온라인 포커는 그런게 없다. 나의 패와 상대의 패를 비교하고, 상대가 돈을 얼마를 걸었는지 확인한 후, 같이 달릴지 죽을지 결정하면 끝난다. 사실상 포커는 온라인으로 오면서 그냥 단순 노가다질 외에는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들게 된 게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화투는 약간 다르다. 내가 이기기 이전에, 상대가 원하는 패를 갖고가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한다. 한장을 맞췄어도, 뒤집었을 때 싸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막았어야 하는 피박을 어쩔 수 없이 당하기도 한다. 패가 좋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패가 나쁘다고 지는 것도 아니다. 상대와의 심리전이 없지는 않으나, 포커와 비교하면 심리전 보다는 전략과 운이 따라줘야 승리할 수 있다. 여기서 상대가 나랑 레이스를 할 일은 없다. 상대가 피를 많이 들고 가면, 나도 피를 모아서 피박이라도 면해야 하는 것이다. 돈이 많다고 돈으로 눌러버릴 수도 없다. 점당 얼마 치기로 했으면 그걸로 끝까지 가는 것이 화투다. 이것은 얼굴을 직접 맞대고 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살아있는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포커와 화투는 온라인화 되면서 그 재미 요소가 바뀌었다. 어쨌든,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포커보다 화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화투에 편향된 글이 되었다.

by snowall 2009. 1. 4.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