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연인들의 날인 12월 25일이 다가오고 있다. 1년에 4번 있는 4대 연인 기념일[각주:1]중에서도 가장 성대하고 그럴듯한 날이다. 그리고 아마 올해 크리스마스는 연구실에서 혼자 보내야 할 것 같다. 길거리에 나가기 싫은 이유는 연인들의 염장질이 싫어서가 아니다. 염장질에 대한 내성 레벨은 이미 만렙을 찍은지 오래다. 문제는 길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꽤나 중독적이고 단순한 리듬을 갖고 있으며, 굉장히 빠르게 익숙해지는 음악이다. 그리고 매년 가수들이 겨울에 낼 음반 없을 때 크리스마스 시즌 앨범을 내놓고 있는 음악이다. 따라서, 하나의 음악을 갖고서 수십번 우려먹었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크리스마스 캐롤보다 리메이크 버전이 더 많은 음악은 Fly me to the moon뿐이다. 게다가 피할 곳도 없다. 어딜 가도 캐롤 음악만을 들어야 한다.
철저한 반 기독교주의자인 내 귀에는 그 음악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옛날엔 음악을 그냥 음악으로 듣고 즐겼지만, 크리스마스 캐롤을 인식하고 들은지 5년이 넘어가면서부터 슬슬 짜증이 나고 있다. 캐롤은 신곡 안나오나? 사람들은 지겹지 않은 걸까?

어째서 나에게 캐롤은 강요되는 걸까. 듣기 싫은 음악을 계속 들려주는 것 만한 고문도 없다는 걸 아무도 인식 못하는 것 같다.[각주:2] 크리스마스 시즌에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정말 귀를 틀어 막고 싶다.다행히도 여자랑 같이 다니고 있을 땐 즐겁기라도 하지만, 혼자 다니는 길거리에서 내게 캐롤을 들려주는건 정말 고문이다. 또 이게 음량도 커서 이어폰을 끼우고 있어도 내 음악을 방해한다.

나를 크리스마스 캐롤로부터 구원해주기를. 누군가가.
  1. 발렌타인 데이 2월 14일, 화이트 데이 3월 14일, 빼빼로 데이 11월 11일, 크리스마스 12월 25일. 4대 국경일에 대한 패러디. [본문으로]
  2.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보면 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6. 12. 7.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