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을 공부 하다보면, 뭔가 사기를 당하는 느낌이 드는 과목을 마주치게 된다. 바로 통계물리학이다.
"어? 이래도 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사값 계산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입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래도 정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단 생긴걸 보자.
$P=Zexp(-\beta E)$

참 쉽게 생겼다. 저기서 $Z$는 $\sum P = 1$로 만들어 주는 상수이다. 대략
$Z_0=\frac{1}{\sum exp(-\beta E)}$

$\beta$는 어떤 숫자인데, 물리학에서는 "온도"라는 개념의 역수이다. 즉,
$\beta=\frac{1}{kT}$
이때 $T$는 "온도"라고 부르고, $k$는 볼츠만 상수이다. 저 "온도"가 우리가 뜨겁다/차갑다는 개념을 나타낼 때의 바로 그 "온도"라고 생각해도 된다. 하지만 그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온도가 될 수도 있으므로 그냥 그런 숫자가 있나보다 하면 된다.

$E$는 "에너지"다.

분배함수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
분배 함수를 유도해보도록 하자.
...그런데, 그냥 유도하려고 하니, 참 뜬금없다. 대체 저걸 어디다 쓰는 건지 먼저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후,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수를 셀 줄 안다고 가정하겠다. 아주 침착하게, 꼼꼼히 셀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물리학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은 "기본 입자(원자, Atom)"라고 부르는,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이 기본입자는 엄청나게 많다. 너무 가벼워서 손 위에 올려봐야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도 없을만큼 작은 먼지가 1조*1조*10억개 정도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입자 수가 아주 아주 아주 많은 경우, 그 입자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각각에 대해서는 절대로 알아낼 방법이 없다. 한두개 정도야 측정하면 된다. 백개? 많이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1조*1조*10억개? 그건 방법이 없다. 따라서 입자 각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므로, 전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라도 알아내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것이 "통계"이다. 그리고 통계의 기본은 확률이다. 이것이 곧 통계 역학의 시작이 된다.

몇가지 물리학적인 말을 정의하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우리는 "입자"를 다룰 것이다. 입자라는 것은 각각이 구별되는 공 같은 것이다. "상태"라는 것은 그 입자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를 뜻한다. 위치, 속도, 회전속도, 기타 등등...
"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상태"를 알면 에너지도 알수 있다. 에너지는 그냥 뭔가를 알려주는 숫자라고 생각하자.

가장 기본적인 가설은, "어떤 입자도 특별히 어떤 특정한 상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예를 들어, 정육면체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오는 숫자를 상태라고 해 보자. 이때의 "입자"는 "주사위"가 된다. (앞서 "상태"를 정의할 때, 우리가 입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라고 했다. 정보이기만 하면 그게 속력이든 주사위의 숫자든 상관 없다)

주사위의 여섯개의 면 중에서, 1이 나올 확률이 4가 나올 확률보다 클까? 작을까? 3이 나올 확률은?
주사위를 잘못 만들지 않았다면, 정육면체 주사위에서는 각각의 숫자가 나올 확률이 같다.

아무튼, 입자는 그냥 무심한듯 시크하게 아무 상태에나 들어가 있다. (상태 안에 들어가서는 무슨 짓을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자. 이것은 Degeneracy와 관계가 있는데, 우린 그런거 무시한다고 가정한다. 굳이 따지고 싶으면 어떻게 따져보면 좋을지 잘 "세어" 보면 된다.)

이제, 입자는 n개가 있고, 상태는 N개가 있다고 하자. 입자에는 1부터 n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고, 상태에도 1부터 N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n개의 입자 중에서 1개를 고르는 방법의 수는? n개이다. 그럼, 순서를 신경 써서 2개를 고르는 방법의 수는? n(n-1)개다. 3개는? n(n-1)(n-2)개다. 그래. 다 안다. 고등학교때 배운 확률 이론 - 순열, 조합.
n개에서 k개를 고르는 방법의 수는 n!/(n-k)!개 이다. !는 Factorial이라는 것이다. 모르면 검색...
자. 이제 N개의 방 중에서, 1번 방에 $k_1$개, 2번 방에 $k_2$개...이런 식으로 N번 방까지 채우는 방법의 수는?
$W=\frac{n!}{k_1!(n-k_1)!}\frac{(n-k_1)!}{k_2!(n-k_1-k_2)!}...\frac{(n-k_N)!}{(n-k_N)!0!}$
좀 복잡하지만, 잘 보면 약분되는게 아주 많다. 그래서 잘 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W=\frac{n!}{k_1!k_2!...k_N!}$

잘 세고 있는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우리는 지금 "닫힌 계"를 다루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우리는 방금 상태에 들어간 입자를 세면서 바깥에서 입자를 더 추가하거나, 또는 입자를 꺼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입자의 수는 보존되고 있다. 또한, 입자를 상태에 넣거나 뺄 때 우린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입자가 저절로 알아서 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일 뿐, 우린 발끝도 댄 적이 없다. 따라서 에너지도 보존된다.

입자의 수도 보존되고, 에너지도 보존되면서, 입자들이 어느 상태에 몇개씩 들어가 있는게 가장 있을 법할까? 물리학자들은 "가장 그럴듯한 배치"를 "canonical ensemble"이라고 부른다.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입자 각각은 자기 맘대로 아무데나 들어가 있고 싶지만, 입자의 수도 보존되고 에너지도 보존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입자들이 배치되는 것에는 어떤 경향성이 보이게 된다.

(글이 너무 길어서 잘라야겠다. 2부에서...)
by snowall 2009. 3. 21.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