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는 질량이 아주아주 작다. 전자의 수십만분의 1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추정을 하고 있고, 아직도 그 질량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질량이 0은 아니라는 확실한 물증이 있기 때문에 질량을 관측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다른 입자는 질량이 매우 크다. 가령, 기본 입자인 쿼크의 한 종류인 t쿼크는 170GeV이다. 중성미자랑 비교하면, 대략 1000000000000000배 정도 무거운 것이다. 이것까진 그냥 관찰된 사실이 그렇다는 거니까, "아, 그래?"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냥 넘어가면 그건 그냥 일반인이고, 과학자들은 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질량은 중력과 상호작용하는 크기를 나타낸다. 전하량이 전자기력과 상호작용하는 크기를 나타내고, 색전하량이 강한 상호작용과 상호작용하는 크기를 나타내듯이. 그런데, 중력과 다른 세가지 힘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전하량은 양자화 되어 있다. 즉, 정해진 값이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강한 상호작용이나 약한 상호작용에 해당하는 전하량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중력은 그렇지가 않다.

 

http://www.cpepweb.org/cpep_sm_large.html

여길 보면 입자들의 질량을 확인할 수 있다. 질량=에너지이다. 그리고 양자역학에 따르면 모든 물리량은 양자화 되어 있다. 즉, 정해진 값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질량은 그런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전자기력과 상호작용하는 전하량은 어떤 입자든지 크기가 별로 차이가 없다. 0, 1, 1/3, 2/3. 입자마다 전하량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자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강한 상호작용의 색전하량도 0 아니면 +1, -1으로 통일되어 있고, 약한 상호작용 역시 +1, 0, -1밖에 없다.

그런데 중력만 1000000000000000배라고 하는, 무지막지하게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어디에 기준을 두더라도 너무 질량이 큰 입자가 있든가, 너무 질량이 작은 입자가 생겨버린다.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서 질량을 설명하는 방법은 힉스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이용한다. 즉, 힉스 입자와의 상호작용의 크기가 질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성미자의 질량이 작은 이유만 설명하면 되는데, 많은 과학자들은 "시소 과정(See-saw mechanism)"이라는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설명한다.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시소 과정이란, 표준 모형을 아주 약간 확장해서 오른손잡이 중성미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표준 모형에서는, 우주에 있는 중성미자는 전부 왼손잡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자.) 그리고 오른손잡이 중성미자가 아주아주아주 무겁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냥 다른 쿼크들보다 1000000000000000배 정도.

그리고, 가정을 하나 더 넣는다. 모든 입자가 왼손잡이 입자와 오른손잡이 입자가 있는데, 두 입자의 질량을 곱하면 다 같다고 하는 거다. 즉, 질량 자체는 다를 수 있어도 양손의 질량을 곱하면 같다고 하는, 그런 대칭성을 가정하자는 얘기다.

이제 수수께끼는 풀렸다. 한쪽이 워낙에 무겁다보니, 다른쪽이 워낙에 가벼워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수께끼인건...

이러한 가설들은, 모두 힉스 입자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구성된 얘기들이라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실험적으로 완전히 증명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LHC나 FermiLab같은 대형 입자 가속기를 가진 연구소에서 실험을 통해 힉스 입자를 찾아낸다고 하니, 조만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by snowall 2009. 3. 21.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