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가...
중학교 2학년때,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것 같다.

학생마다 번호가 붙어있는데, 생일 순서였던가, 나는 19번이었다.

시험을 다 보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담임이 나를 부른다. 왜...

교무실로 가서 왜 그러시냐고 물어봤더니, 나에게 컨닝의 의혹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뭘 어쨌길래...-_-

그래서 보니까, 수학 과목 답안지를 보여주신다. 19번인 내 답안지와, 20번인 어떤 친구의 답안지를 비교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봤다.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객관식 답안은 물론이고, 주관식 답안이 숫자까지 모두 똑같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건 뭐 아니라고 해도 발뺌할 수 없는 상황. 누가 뭐래도 베껴쓴 것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을 끌고서 우리반 교실로 돌아왔다. 좌석 배치를 보시라고...
나는 19번이었고, 가장 뒷자리였다. 그리고 20번인 친구의 자리는 가장 앞줄...
가장 뒤에서 가장 앞을 볼 수 있다면, 난 안경을 쓰지도 않았을 거다. 왜쓰나...
그리고 옆자리나 앞자리 친구들 답안을 봐도 충분한데 굳이 저 앞을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대로, 20번인 친구가 내 답안을 봤다는건 정말 말도 안된다. 만약 그랬다면 그건 감독해던 선생님이 일을 안했다는 건데, 그런 상황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애들이 다른 친구의 답안을 전부 베껴썼겠지...

그래서 나는 의혹을 벗었다.

다행이었던 건, 중간고사 시험보기 1달쯤 전에 우리반에 학생이 하나가 전학을 와서 자리가 한칸씩 밀렸다는 점이다. 19번인 나와 20번인 그 친구는 그렇게 헤어졌었고, 우린 답을 똑같이 썼다.
틀린 부분까지 같았으니, 나랑 그 친구는 참 절친이었던 것 같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나랑 다른 친구랑 절친이었고, 그 친구도 그 다른 친구랑 절친이었을 뿐, 나랑 그 친구는 매우매우 절친은 아니었다. 그냥 친한 반 친구정도랄까.

그 친구, 지금 뭐하려나...

사족
고등학교때는 사실 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수학시험을 항상 50점 밑으로 받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중에 채점을 하더니 자기가 채점한것보다 답안지 채점 결과가 한문제 더 맞은걸로 나왔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확인을 했는데...
객관식도 아니고, 주관식을 찍어서 맞춘 것이었다. 대략 기억나는 그때의 답은 "53.123"인듯 싶다. 소숫점 포함해서 6개의 문자를 찍어서 맞춘 그 친구는 참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차라리 로또를 샀었어야... (그땐 로또가 없었던 것 같다.)
그때의 행복해 하던 그 친구의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사족2
고등학교때는 사실 전설도 전해진다. 고2때 들은 얘긴데, 고3 선배들 중에 전교 1등이 있는 반에서 모의고사를 보는데, 반 학생들 전원이 짜고서 컨닝을 했었던 것이다. 초치기 테크닉을 썼다고 들었다. 너무나 완벽해서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선배들의 컨닝은 너무나 완벽했기에 걸렸다.
컨닝이 아니라면 40명 학생 전원의 시험지가 동시에 페이지를 넘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_-;
감독하던 선생님이 일제히 시험지 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의심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by snowall 2009. 3. 25.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