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서울에 올라와서 지하철을 탔다. 이수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앞에 서 있는 두 남자의 대화가 들려왔다.

"원래 에스컬레이터는 양쪽으로 나눠서 타야돼. 한쪽으로 타면 안돼"

"왜?"

여기까지 들었을 때, 난 [두줄서기가 더 안전하잖아]라는 대답을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대사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한쪽으로 타면 모멘트가 쏠려서 에스컬레이터가 빨리 고장나거든"

"아하"

뭐랄까. 진정 순수한 공대생을 보는 느낌이었다. 요즘 저런 사람은 드물텐데...
윤리적이라든가, 안전성같은 인간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순전히 기계 관점에서 바라본 공학적인 답변이다. 정말 순수하다. 갑자기 너무나 뻔한 대답을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by snowall 2009. 4. 19.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