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블로그에서 재밌는 글을 읽었다.
http://conodont.egloos.com/2374790

팔 2개, 다리 2개. 끝. 인간은 모두 그렇다. 가끔 팔이나 다리가 더 많거나 더 적은 아기가 태어나긴 하지만, 더 적으면 그냥 그렇게 살으라고 하고 더 많으면 2개 빼고 나머지는 잘라준다.

그렇지 않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불편할까? 또는 얼마나 편할까? 다만, 여기서는 다리가 몇개있든지간에 각 개체는 그 상황 자체에는 충분히 적응해 있다고 하자. 우리가 원래 2개 있는데 1개가 없어서 불편해지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일단 다리만 4개인 경우를 고려해 보자. 대표적으로, 잘 달리는 동물인 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말의 다리가 1개였다고 해 보자. 빠르게 뛸 수가 없다. 폴짝폴짝 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단히 넘어지기 쉽다.
말의 다리가 2개였다면? 이 경우에는 빠르게 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4개인 경우보다는 느리다. 왜냐하면 다리가 땅에 붙어있는 시간 동안만 가속할 수 있는데, 다리가 2개라면 다리가 4개인 경우보다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부분은 나의 추측이므로 틀릴 수 있다.) 만약 포식자나 같은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종 중에 다리가 4개인 동물이 있었다면 다리가 2개만 있는 동물은 별다른 행운이 따르지 않는 한 금방 멸종했을 것이다. 물론 인간은 예외다. 인간은 바로 그 "별다른 행운"이 나타난 동물이니까. (행운이랄것도 없이, 다리 4개에서 다리 2개를 포기한 대신, 팔을 2개 얻으면서 살아남게 되었다.)

그럼 3개의 다리를 가진 말은? 이 경우는 앞쪽이 다리가 1개, 뒷다리가 2개인 경우와, 반대로 뒷다리가 1개이고 앞쪽의 다리가 2개인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굉장히 뒤뚱거리게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달리기의 기본적인 원리는, 한쪽 발을 땅에 댄 상태에서 나머지 발을 앞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땅에 대고 있는 발을 뺀 나머지 다리는 앞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다리가 3개라면, 다리를 1개를 앞으로 내보내는 경우와 2개를 앞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좌우 대칭이 깨지게 되며, 각운동량 보존에서 얻을 수 있는 효율을 많이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내가 http://snowall.tistory.com/3 에서 논의한 바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그다지 좋지는 않다.
한가지 다른 가능성으로, 다리가 일렬로 붙어있었다면? 가령, 머리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 수직으로 3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면? 이 경우에도 그다지 이득을 볼 것은 없다. 다리의 길이는 셋이 같은 것이 좋다. 어느 한쪽이 길거나 짧다면 걸어다닐 때나 그냥 서 있을 때 균형이 안맞아서 불편할 테니까. 그런데 달리기 할 때, 한 다리를 땅을 딛고 있으면, 나머지 두 다리는 앞으로 가야 한다. 그럼 그 두개의 다리가 앞으로 달려가 봤자 같은 위치에 떨어진다. 더군다나, 다리 두개를 앞으로 보낼 때의 힘과 다리 한개를 앞으로 보낼 때의 힘은 다르다. 따라서 이 경우, 다리가 균일하게 발달한다면 여러가지 운동적인 효율성에서 손해를 볼 것이고, 다리가 불균일하게 발달한다면 잘 발달된 하나의 다리와 덜 발달된 두개의 다리로 분리될텐데, 차라리 비슷하게 발달된 두개의 다리가 낫지 않을까?

다리가 4개인 경우는 많이 연구되어 있으므로 생략.

다리가 5개라고 해 보자. 다리 4개가 이미 4각형 모양으로 있다고 한다면, 거기에 1개를 더 붙이고 싶어도, 어디에 붙여야 달리기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리가 6개인 경우는, 드디어 좌족 3개, 우족 3개, 이렇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칭이다. 물론 말의 몸통은 충분히 길어서 다리 사이의 간격은 적당히 넓게 벌어져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체중과 각 다리의 근력과 다리 길이 등이 같다고 가정하면 다리가 4개인 말과 비교할 때 좀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6개의 다리 중 2개가 동시에 땅바닥에 닿는다고 가정하자. 나머지 4개 중에서 2개가 먼저 땅에 닿고, 이게 땅에 닿을때 남은 2개는 앞으로 나가고, 땅에 닿아있던 2개는 들어올려서 앞으로 밀게 된다. 즉, 한 박자를 셋으로 나눠서 달리게 된다. 그런데 2개에서 4개로 늘어났을 때는 두배나 증가한 가속력을 얻지만, 4개에서 6개로 늘어나는 것은 1.5배로 증가한 가속력이 된다. 만약 50%만큼의 가속력에 비해서 다른 손해가 크다면 이것은 유리한 진화 방향이 아닐 것이다. 또는, 가속력이 더 커지지 않을수도 있다. 다리 길이가 같은 상태에서 두 다리가 바닥에 닿아 있을 때, 나머지 네개의 다리가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다리 길이가 같기 때문에 다리가 4개인 경우와 같은 시간동안 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시간동안 두번 가속을 하든, 한번 가속을 하든, 전체적인 가속력이 비슷하다면 가속시간도 비슷하므로 최종적으로 얻는 속력 또한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몇가지 손해일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일단은 더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 속력이 빨라지거나 가속력이 커지거나 등등은 에너지 소모가 더 많아질테니까. 그리고 새끼를 낳을 때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다리가 많아서 어미 뱃속에서 빠져나올 때 걸리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아무튼 다리가 많아지면 이득도 있겠지만 손해도 있는 것 같다.

만약 6지를 갖고 있는데 다리 대신에 손이 몇개 더 있다고 가정하자.
팔 1개 + 다리 5개, 팔 3개 + 다리 3개, 팔 5개 + 다리 1개
팔이나 다리가 홀수인 경우는 도저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아무튼 다리가 1, 3, 5개인 경우는 앞에서 논의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손실만으로도 멸종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팔 2개 + 다리 4개 (켄타우르스...)
이 경우, 달리는 속력이 더 빨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육식이라면 먹이를 잡기가 쉬워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가기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결국 먹이를 잡기 쉽다거나 적에게서 도망가기가 쉽다면 팔을 많이 쓸 필요가 없다. 따라서 팔은 진화할 필요가 없다. 물론 우리는 지금 두개의 팔을 너무나 유용하게 쓰고 있기 때문에 팔이 있으면 더 유리한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화의 초기 시점에, 만약 팔이 2개가 있었고 다리가 4개가 있었다면, 굳이 팔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빠르게 도망다닐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팔은 세대가 지나면서 퇴화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팔 4개 + 다리 2개 (...변신괴물?)
이 경우, 달리는 속력은 그다지 빠르지 않다. 따라서 팔과 손을 유용하게 써야만 할 것이다. 이것만큼은 진화적으로도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현대 사회에서 팔이 부족할 정도로 일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원숭이에게 팔이 4개가 달리고 다리가 2개가 붙어있었다면, 그 원숭이는 4개의 팔을 충분히 써먹을까? 물론 충분히 써먹을 수도 있다. 사과를 먹으면서 털고르기를 하고, 동시에 나무에 매달려 있으면서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멋지지 아니한가. 근데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건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 같다.

아무튼, 동물에게 사지가 사지가 아니라 더 많거나 적었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간단히 생각해 보았다.
by snowall 2009. 6. 18. 00:31
  • 고양이처럼 2009.06.18 02:08 신고 ADDR EDIT/DEL REPLY

    너무 포유류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있는 듯..
    타조, 바퀴벌레, 지네, 공룡(두발로 다니고 앞발은 퇴화한..) 등은? (1.치다 2.타조 순서 아녔나?)
    게다가 뛰는 방식은 종마다 다름; 호랭이같은 넘들은 뒷발로 밀어주고 앞발은 보조적인 역할만하는 방식(4발이 2발보다 추진력 2배 아님)이고, 도마뱀은 대각선으로 엇갈려 밀어준다..
    흠.. 그리고 말은 실제로 달릴때 세다리만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번갈아서 한 발씩 쉰다고.. 그래서 말달리는 소리는 3음절인 다그닥..

    • snowall 2009.06.18 02:05 신고 EDIT/DEL

      이것은 "예시"에 의한 설명이라 모든걸 다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종에 대한 설명은 다른분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