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호프스태터의 엄청난 명저 "괴델, 에셔, 바하"는 그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역시 명저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 인생과 물리 공부에 둘 다 도움이 되는 개념이 있어서 적당히 내 나름대로 소개를 해 보도록 하겠다.

미국의 무슨 유명한 잡지에서 2006년을 빛낸 유명인사를 "너"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반말로 "너"라고 하지야 않았겠지만, 난 반말로 이해했고, 그쪽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너"는 2006년을 빛낸 사람이다. 그런데, 웬 헛소리냐고? 글쎄, 여기서 "너"는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뿐만이 아니라 나이기도 하고 내 친구이기도 하고 어딘가 습지에서 고생하는 누군가이기도 하다. "너"는 이 세상 사람 전부이다. 여기서 기가막힌 부분이 영어의 표현인데, YOU는 단수이면서 복수이다. 즉,그 잡지에서는 "너"라고 얘기하면서 동시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가르킨 것이다. 만약 한국어였다면 "당신"과 "당신들"의 사이에서 고민해야했겠지만 YOU는 그럴 필요가 없다.[각주:1]
그럼 그 잡지는 왜 그렇게 정했을까? 그 내부적인 사정, 혹은 진실이야 어딘가 진실이 있겠지만 중요한건 해석하는 사람 맘대로라는 점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그 전에도 수천년간 그랬지만,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 되었다. 사회는 사람이 모여있는 것을 뜻하는데, 사회는 사람을 만들어내고 사람은 사회를 구성한다. 한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를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각자의 사상이 모여서 사회가 존재하는 방식을 구성한다.

이번엔, 딴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뉴턴이 중력 이론을 만들었을 때, 그것은 단지 두 질점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두 질점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을 장(Field)으로 바꾸면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질량은 중력장을 만들어내고, 중력장은 질점에 힘을 작용한다. 뭐가 바뀐건지 잘 모르겠다고? 이것은 단순히 중력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질량이 중력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중력장이 생긴 형태는 그 이전에 중력장이 어떻게 생겼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질점의 위치만 알고 있으면 공간 전체에 대해서 중력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각주:2] 반대로, 중력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다면 질점이 여러개가 있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질점 각각은 독립적으로 그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이 두가지 얘기의 공통점은? 사람(질점)은 사회(중력장)을 만들고, 중력장(사회)은 질점(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 여기서 명백한 것은 사람(질점)은 실제로 움직여 나가는 주체(전경=foreground)에 해당하고 사회(중력장)은 주체가 움직이게 되는 환경(배경=background)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좀 더 사회에 가까운 물리학적 구조가 있다. 바로 자석이다. 자석은 아주 작은 원자 자석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건데, 이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 필요한게 바로 원자와 원자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단히 복잡해서, 제대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성공적으로 근사시켜서 그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는데 바로 "평균장(Meanfield) 근사 이론"이다.
각각의 원자 자석은 위를 보고 있거나 아래를 보고 있다. 그런데 자석을 갖고 놀아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자석은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고 싶어 한다. 가령, 한 자석의 N극과 다른 자석의 S극을 붙여놓게 되면 두 자석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야 한다. [각주:3] 모든 자석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 그건 모든 자기장이 합쳐져서 큰 자석이 되는 것이다. 이제, 자석 전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작은 원자자석들을 두개씩 골라서 같은 방향이면 위치 에너지가 낮아지고 반대 방향이면 위치 에너지가 높아진다고 해 놓고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는, 이걸 실제 자석에 적용하려면 이미 그 수가 아보가드로 수의 제곱만큼 많은 항이 들어간다는 점이다.[각주:4] 이건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풀릴만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좀 더 간단한 이론이 필요한데, 이게 바로 평균장 근사이다. 평균장 근사는, 자석이 보고 있는 방향은 주변 자석들이 보고 있는 방향의 평균적인 방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들어, 주변에 4개가 있는데 그 4개중에 3개가 위를 보고 있고 하나가 아래를 보고 있다면, 가운데 둘러싸여있는 하나도 위를 보게 된다는 거다. 이 이론은 멀리떨어진 자석들 사이의 연결관계는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얘기를 훨씬 간단하게 만드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이용해서 계산을 하게 되면, 자석에서 나타나는 Hystersis현상이라든가, Curie온도라든가 하는 것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사회에서 똑같이 일어난다. 가령, 자석 원자들은 골고루 분포하는게 아니라 덩어리져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여러개의 영역으로 구별된다. 이것은 마치 사회에서 좌파와 우파가 서로 섞이지 않고 좌파들은 좌파들끼리 모여있고 우파는 우파들끼리 모여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야기하고 싶은 본론은 바로 이거다. 나는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 속에서 성공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야 나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의 foreground이면서 내 주변 사람들의 background이다. 내가 직접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몇명이지만, 그 작은 간섭이 사회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주의 - 이 분야는 복잡계 연구에서 다루고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는 그쪽의 관련 서적들을 참고하기 바라며, 내가 이 글에서 다룬것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1. 영어가 한국어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그런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절대로 될 수 없다 [본문으로]
  2. 물론,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경우에는 중력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하지만, 이건 잠시 후에 얘기하자 [본문으로]
  3. 말굽자석은 잊어라 -_-; [본문으로]
  4. 아보가드로 수는 대략 10억의 제곱보다 1000배 크다. 따라서, 그 제곱이면 10억의 네제곱보다 100만배 크다고 보면 된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01.08 08:56
  • 그네고치기 2007.01.28 23:14 ADDR EDIT/DEL REPLY

    문득 Flock 과 Void 가 보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라는것보다, 물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찔해지네요 OTZ

    그러나 저러나, 다음주에는 정말 "괴델, 에셔, 바흐"를 질러야겠습니다. 파산신이 오시기 전에;

    • snowall 2007.01.28 23:28 신고 EDIT/DEL

      물리의 길은 험하긴 하지만 멀진 않습니다.
      (술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얘기랑 비슷하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