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

내가 하루에 16시간씩 일하고 주말에도 계속해서 12시간 넘게 일하는걸 보고 누군가는 내가 일중독(워커홀릭, Workerholic)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절대 일중독이 아니다. 난 정말 쉬고 싶은데 일을 시키니까 하는 것 뿐이다. 일밖에 할게 없고, 쉬는 날도 일하는게 휴식이라면 중독된거겠지만, 내게 이건 어디까지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고 정말 하고싶은 일은 아니다.

물론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대단히 흥미로운 분야이고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내가 고생한 것들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건 해본 사람들의 말이겠지.

행정직은 야근하고 휴일근무하면 수당 나오고 대체휴일 쓸 수 있다는데, 연구직은 왜 안될까. 한주일에 100시간 일하는게 쉬워보이나? 제한된 시간 내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야근도 하고 밤샘도 하고 휴일에도 나와서 일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1주일에 40시간 근무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게으르거나 멍청해서 100시간씩이나 한 것으로 취급받는 느낌이 든다. 그럴리가 있겠나. 그건 원래 100시간 걸리는 일이고, 원래는 2주 넘게 걸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걸 뜯어 고치기 위해서 입법부에 투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걸 뜯어 고치려고 전태일 열사처럼 분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제는 박사님이 연구소에서 박사학위 해볼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셨다. 그말은, 내가 이 연구소에서 대략 8년을 있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8개월도 끔찍한데 8년은 너무 길다. 사람이 싫은것도 아니고 연구소가 싫은것도 아니고 연구분야가 나쁜것도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게 정확히 뭔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흘러가듯이 하던걸 계속 하는건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내가 여기서 학위를 하게 되면 전문성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래도 좋은가.

어차피 고생을 할 거라면, 내가 하고싶은 분야에서 하고 싶다. 난 그 무엇에도 중독되지 않고 싶다.

추가 : 결국 오늘(일요일)도 출근한다. 이것으로 3주간 휴일없이 출근하는 기록이 세워졌다...
by snowall 2009. 8. 30.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