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읽기 : http://snowall.tistory.com/1491

우리의 주인공 아레스 소년은 아빠 손에 이끌려 비공정을 타고 시몬 면에서부터 반나절이 걸리는 진저리 왕국의 수도인 카타곰 특별시에 도착하였다. 촌구석에서만 자라다가 비공정을 타보는 것도 처음이요 수도에 가보는 것도 처음이었던 부크스 씨였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그렇다기보다는 제대로 학교에 넣어놓고 오지 않으면 도시에서도 사고를 칠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감에, 아레스의 손 꼭 붙잡고 이리저리 길을 물어물어 간신히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입학 행정 담당자에게 입학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가 뭐 이런 촌놈을 다 봤나 하는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며 등록금이라 씌여진 봉투 하나와 입학원서 한장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일이 마침 입학시험을 치는 날이니까 빨리 준비하셔야 되겠네요

입학시험이라는게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온 부크스 씨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험을 잘 봐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껏 파악하였다. 왕립 마법학교의 입학시험같은걸 하루만에 준비할 수 있을리 없지만, 그렇다고 절차를 뛰어넘어서 특차로 입학시킬만한 뇌물이나 배후세력이 있는 사람일리가 없는 부크스 씨는 아들의 가능성을 믿고 입학시험을 잘 보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놈이 글자는 읽고 쓸 수 있으니 뭔가 답안지에 쓰기는 쓰겠지 생각하면서.

 

진저리 왕국은 마법을 국가의 중대사로 보고는 마법을 발전시켰다. 오죽하면 법력은 국력이라는 표어까지 만들고 왕립 마법학교를 세워서 마법사들을 키우고 있을 정도이다.

 

입학시험을 보는 시간 내내 부크스 씨는 걱정이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왕립 마법학교라는 곳에 대해서 소문만 듣고 가장 좋은 학교라는 말만 듣고 무작정 달려왔는데, 듣도 보도 못한 입학시험이 벌써부터 그의 아들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었다. 학부모 대기실에서 같이 옆에 앉아서 기다리는 다른 아줌마들은 다들 귀티가 나보였다. 입고 있는 옷, 귀걸이, 목걸이, 어느것 하나 싸보이는 것이 없다. 학부모중에서는 자신만 아빠인데다가, 아무리봐도 자기만 촌구석에서 올라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아줌마들의 이방인을 보는듯한 야릇한 시선은 그를 자꾸만 괴롭히고 있었다. 어쨌든 복잡한 감정 속에서 무사히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아레스가 시험 시간만이라도 장난을 치지 않고 시험에 집중해 주기를 바라는 소박한 소망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글쎄다. 그것은 너무 큰 희망이었던 것일까. 적어도 결과야 어쨌든간에 입학 시험 시간만이라도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거지만, 두시간 동안의 입학 시험은 아레스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시험을 보러 들어간 아레스는 시험지에 적혀져 있는, 이상한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시험문제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을 시험지에 적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자기가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하는지 모른채 두시간 내내 고민하다가 시험이 끝나기 직전에 그 한마디를 알아냈다.

!”

그리고 그 순간, 시험장 안에 있던 학생과 감독관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것은 그가 큰 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시험 끝났습니다. 뒤에서부터 답안지를 걷어주세요

 

시험 성적이 발표되려면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기에도 애매하고 해서 아버지와 아들은 그 일주일간을 학교 근처의 여관에 머물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레스가 그간 소소한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긴 했지만 앞으로도 설명할 내용이 많으므로 그간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설명해 보도록 한다. 합격자 발표하는 날이 되어서 둘은 학교로 갔다. 학교앞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어서 자신의 이름이 합격자 목록에 있는지 찾아보느라 난리였다. 부크스 씨도 가슴을 졸이며 목록을 샅샅히 훑어보다가 결국 중간쯤 어딘가에서 아들의 이름인 아레스 스타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와앗! , 아레스 너 합격했어!!”

? 정말요?”

그래, 여기 봐. 이름이 있잖아!”

...아하하하...합격했네요

자신이 답안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아레스로서는 백지 답안지가 왜 합격인지, 12살의 짧은 지식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백지를 냈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어린 마음에라도 저렇게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백지를 냈다고 말했다간 엄청나게 맞고 두대쯤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합격자 목록에 이름이 올라갔는데 설마 합격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레스는 합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학교에 가는건 싫었지만 아빠한테 맞는건 더 싫었다.

 

아레스가 다니게 된 마법학교는 어딘가의 마법학교와는 달리 시내 중심가에 있다. 왕립 마법학교라 크기도 거의 왕궁에 필적할만큼 크고, 건물도 왕궁과 비슷한 수준으로 으리으리하다. 원래는 촌구석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이렇게 도시의 모습을 맛보게 되면 주눅이 들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레스는 그런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떻게 하면 학교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 입학식이 끝나는 순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시대, 어느 동네에나 입학식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입학식이 끝나고 반을 배정받고 기타등등의 몇가지 통상적인 절차가 끝나고 수업을 듣는 강의실이 있는 악튜러스 건물로 이동하였다. 이 건물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3층 건물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끝없는 계단를 갖고 있는 무한 공간 속에 있어서 실제로 안에 들어가게 되면 원하는대로, 또는 필요한만큼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마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공법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몇 되지 않으며, 그중 한명인 벨로우즈가 바로 마법학교의 설립자이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의례적으로 반 친구들 사이의 자기소개 시간이 돌아왔다. 장기자랑 같은건 제발 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레스라고 합니다

아레스가 반에 들어가서 친구들에게 건넨 첫 인사다. 평범하다.

...”

하지만 반 친구들이 자신을 뭔가 대단한 놈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끼기에는 그는 아직 어리다.


by snowall 2011. 1. 25. 2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