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아저씨가 나에게 훈련소 얘기를 해줬다. (자랑스럽게.)

-_-;;;

대학교 입학해서부터 올해까지도 약 8년간 지겹게 들은 얘기를 겨우 훈련소 4주 다녀온 아저씨가 해 봐야 이미 다 아는 얘기다.

4주 훈련소 갔다 온게 나름 자랑스러운 것도 이해하고, 가서 위생관념과 군인정신과 (...중간생략...) 등등을 잘 배워온건 좋긴 한데 개념은 여전히 없나보다. 나도 4주 훈련 갈 예정이고, 가서 잘 하고 올 수 있다. 그런 얘기 안들어도.

그렇게 군대가 잘 맞으면 여기서 전문연구요원을 할게 아니라 현역으로 가지 그랬나 싶다. (그러고도 군대가 잘 맞는다는 말이 나올까 모르겠다. 물론 누구나 병장 생활이라면 적성에 맞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건 이병이나 일병 얘기다.)

민간인 남성인 나에게 총의 영점 맞추는 방법에 대해서 강의해봐야 전혀 감흥이 없다. FPS게임은 그럭저럭 즐기지만 FPS게임에선 영점을 맞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어릴적에 BB탄 총으로 눈을 맞는 사고를 당해서 총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총기류는 보기만 해도 부숴버리고 싶다. 게다가, 어차피 훈련소 가면 다 가르쳐주는거고, 굳이 미리 배워둘 이유는 없다. 그 외에도 훈련소에서 청소 하는 법 배운 얘기, 냉수로 샤워한 얘기, 소대장이 자기한테 잘해준 얘기 등등...-_-; 4주 훈련받고 그렇게까지 개조가 되어서 온 사람은 처음 봤다.

전문연구요원으로 3년간 일한게 그다지 부끄러운것도 아니고, 2년동안 군대 갔다온 사람이 딱히 부럽지도 않다. 다만 이 아저씨가 제발 2년동안 군대 갔다온 사람들 앞에서 훈련소 갔다온 얘기를 꺼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건 뱀 앞에서 꿈틀대는 거나 마찬가지다.
by snowall 2009. 9. 24.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