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anglement가 뭐지?

이 내용은 Gasiorowicz 양자역학 3판의 가장 마지막 장에 나오는 위대한(?) 내용으로서 수업시간에 배우고 싶어도 교수님이 귀찮아서 안 가르쳐 줘서 못배운 내용이다.

사실 Entangle이라는 단어는 워크래프트3의 블러드 엘프족의 건물들이 뭔가에 엉겨붙을때 나오는 단어로 영문판 워크래프트3를 즐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단어이다. 하지만 그냥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
http://engdic.daum.net/dicen/contents.do?query1=E385050
사전을 보면 "1 얽히게 함, 얽힘   2 분규, 연루   3 녹채(鹿砦), 철조망   4 혼란시키는 것"의 의미가 있다. 양자역학에 나오는 Entanglement란 사실 1번의 의미이지만 사람들은 4번의 의미로 이해하고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4번의 의미라고 설명해야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일지도...[각주:1]

아무튼 뭔가 얽혀 있다는 건데, 뭐가 얽혀있는 것일까?

저기서 얽힘이라는 것은, 나무의 뿌리를 생각하면 된다. 워크래프트3에서 건물이 entangle되면 바닥에 단단히 박혀 버린다. 그러니까 어떤 두개가 뿌리를 갖고 있는데, 뿌리끼리 엉켜버린 것이다. 오래된 실타래가 엉켜버리는 속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여기까지는 다 Entangle이라는 단어를 조금이라도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 나온 잡담이었고, 양자역학적인 얽힘이 무엇인가 슬슬 본격적으로 이해해 보자.

양자역학에서 하나의 상태는 어떤 basis ket으로 표현이 되고, 측정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여러개의 basis ket중 하나의 특정 ket으로 압축(shrink)되어 버린다는 사실은 부디 이미 알고 있기를 바란다. 그걸 모르면 양자역학 교재를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생략하고 넘어가겠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 보존법칙은 언제나 중요하다. entanglement설명하다가 웬 보존법칙이냐는, 이것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것은 여기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각운동량 보존법칙이 있다. 양자역학에서 각운동량은 스핀이라는 값으로 표현된다. 양자역학에서 모든 물리량은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정해진 값만 가질 수 있다.[각주:2] 스핀이라는 것은 1/2의 정수배 값들만 가능하도록 양자화 되어 있는데[각주:3], 빛의 경우 1과 -1의 값을 가질 수 있다.[각주:4] 그럼, 빛이 없는 어떤 한 위치가 있으면 그 근방에서 스핀의 총 합은 0이다.[각주:5] 근데 갑자기 그 근처에서 전자와 양전자가 마주쳤다고 하자. 얘들은 서로 반입자들이기 때문에 둘이 만나면 광양자를 방출하면서 사라져 버린다. 그럼 이때 광자 2개가 방출되는데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안그러면 운동량을 보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광자의 에너지는 두 전자와 양전자가 갖고 있던 전체 에너지를 절반씩 갖게 된다. 뭔소린지 이해가 잘 안되면 그냥 광자 2개가 없다가 생겼다 치자. 그럼, 이 광자들이 가져야 하는 스핀은 각각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더라도 합치면 0이 되어야 한다. 원래 없었으니까 나중에도 없어야 한다는 보존법칙에 따라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광자 두개중 하나의 스핀을 측정하는 실험을 하자. 스핀을 어떻게 측정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스핀을 측정할 수 있으므로 측정했다고 치자. 그리고 그 값이 1을 얻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의 광자가 가지는 스핀은 얼마일까? 앞에서 계속 했던 얘기는, 그 스핀값이 바로 -1이 된다는 뜻이다. 하나가 1이면 나머지 하나는 -1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1 + (-1) = 0

이 간단한 수식이 진리를 담고 있다. 어떤 광자의 스핀을 측정하면 1이거나 -1이다. 이것은 광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basis ket이 |-1>과 |1>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각주:6] 그런데, 동시에 한 장소에서 방출된 어떤 2개의 광자가 있을 때, 둘중 하나의 광자의 스핀을 측정하면 역시 1이거나 -1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광자도 스핀이 1이거나 -1이다. 중요한건 둘 다 동시에 1이거나 동시에 -1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두 광자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도 성립한다. 따라서, 광자 2개가 방출된 후 150억년이 지난 후, 우주의 서로 반대편에 이 2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중 하나의 스핀을 측정하면 나머지 하나의 스핀, 즉 300억광년 저편에 있는 광자의 스핀 상태를 즉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정보도 빛의 속력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전달될 수 없다는 상대성 이론의 결과를 어기는 결과인 것으로 생각된다. 누가 틀린건가? 사실 아무도 틀리지 않았다. 정보는 전달되지 않으며, 이것은 그저 보존 법칙의 결과일 뿐이다.
약간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찾아보자.
http://www.bun.kyoto-u.ac.jp/~suchii/Bohr/EPR.html

이제 얘들을 엮어보자. 지금까지 entanglement 설명한거 아니었어?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서론에 불과하다. 이제 본론이 시작된다. ket을 |ket>으로 쓰는건 불편하니까 일단은 영어 대문자를 써서 A, B, C, ... 이런 식으로 쓰도록 하겠다. A라는 이름이 붙은 물리량이 있고 B라는 이름이 붙은 물리량이 있다고 하자. 불연속적으로 양자화 되어 있기 때문에 A1, A2, ... 이런식으로 번호가 붙어 있고, 마찬가지로 B1, B2, ... 이런식으로 번호가 붙어 있다고 하자. 어떤 하나의 입자가 A와 B의 두가지 물리량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이 입자의 물리량을 C라고 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가령, C=AB처럼 쓰는 것이다. 하지만 A와 B에는 번호가 붙어 있기 때문에 그냥 C라고만 하면 뭔지 모르고, A에 붙어있던 번호와 B에 붙어있던 번호를 둘 다 C에 붙여줘야 한다. 즉, Cij=AiBj이다.

앞에서 말했던 건데, 어떤 입자의 전체적인 양자 상태는 basis ket을 여러개 섞어서 만든다. A1, A2, ... 이런 상태는 모두 basis ket에 불과할 뿐, 아직 이것이 입자의 물리량이 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그 입자에 대해서 관찰될 확률이 얼마인지 말해주는 계수(coefficient)가 붙어야 한다. Ai의 계수를 ai이라고 하자. 물론 Bj의 계수는 bj라고 쓰도록 하겠다. C의 계수는 물론 cij라고 쓰면 될 것이다. 어떤 입자가 A1에서 발견될 확률이 50%, A2에서 발견될 확률이 50%라고 하자. 그럼 이 입자의 A에 대한 상태는 다음과 같이 된다.
$A=A1/\sqrt{2} + A2/\sqrt{2}$

물리량 B에 대한 상태도 대충 다음과 같이 써 보자.
$B=B1/\sqrt{3} + B2/\sqrt{1.5}$

이건 대략 B1에서 관찰될 확률이 1/3이고, B2에서 관찰될 확률이 2/3이라는 뜻이다. 이제 이 두가지 상태를 entangle 시켜주자. 어떻게?
$C=AB$
이렇게...
...
장난하냐? 이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Tensor product라고 해봐야 어차피 Tensor도 어려운 개념이고 product도 어려운 개념인데 둘을 같이 해야 하는 Tensor product라는건 그냥 "곱하기요~"[각주:7] 라고 말하고 약간 설명을 붙여보자.[각주:8]
C가 실제로 A와 B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고 싶으면 A와 B에 각각을 대입해주면 된다.
$C=(A1/\sqrt{2} + A2/\sqrt{2})(B1/\sqrt{3} + B2/\sqrt{1.5})$
여기에 분배법칙을 적용하면
$C=A1B1/\sqrt{6} + A1B2/\sqrt{3}+A2B1/\sqrt{6}+A2B2/\sqrt{3}$
이렇게 된다. 이제, 여기다가 A1B2와 A2B1인 애들을 싹 빼버리자. 간단하게 그 성분을 관찰하지 않아버리면 된다.[각주:9]
$D=A1B1/\sqrt{3}+A2B2/\sqrt{1.5}$
이짓을 왜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entangled state라는 것이다. A와 B가 얽혀서 풀어낼 수 없게 된 것이다. 가령, C의 경우, A에 대해서 관찰을 해서 A1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B에 대해서는 여전히 B1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B2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B에 대해서 관측하지 않고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D의 경우에는 A에 대해서 관찰을 하게 되면 B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게 된다. A가 A1이 나왔으면 B는 관측을 하나마나 B1이다. A2가 나왔어도 마찬가지로 B는 B2가 된다. 이것이 Entanglement의 의미이다. A와 B가 잘 섞였다. 이제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이걸 이용하면 컴퓨터도 만들 수 있고 통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는지는 Quantum computing 교재를 찾아보도록 하자. 자세한 내용은 언젠가 이 블로그에서 다루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http://www.google.co.kr/search?q=quantum+computing+pdf

자세한 내용은 댓글로 질문 바람.
  1. 양자역학 그 자체가 원래 "나를 혼란시키는 것"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by snowall) [본문으로]
  2. 그렇다고 해서 꼭 그게 불연속적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단지, 정해져 있다는 값들이 불연속적이면 불연속적인 값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고 정해져 있다는 값이 연속적이면 연속적인 값도 가질 수 있는 것일 뿐이다. [본문으로]
  3. 왜 1/3도 아니고 1/5도 아닌 1/2의 값인가에 대해서는 따지지 말자. 자연은 0.5를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4. 물론 빛은 스핀0의 값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빛의 스핀이 0인 경우에는 빛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스핀이 0인 빛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은 마치 빛의 속력이 c로 정해져 있는데, 속력이 0인 경우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속력이 0인 빛은 존재 자체가 없다. [본문으로]
  5. 바로 앞의 각주에서 말했듯이 빛이 없는건 스핀0과 같다. [본문으로]
  6. 그 외에 서로 선형 독립인 ket이 2개만 있으면 basis ket이 되긴 하지만 선형대수학은 그냥 넘어가자. [본문으로]
  7. "곱배기요~"랑 같은 느낌으로 콜. [본문으로]
  8. "Tensor도 어렵고 product도 어려운데 Tensor product는 더 어렵다"는 문장에 tensor product의 요점이 정리되어 있음. [본문으로]
  9. 양자역학에 따르면, 실제로 관찰된 것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관찰하지 않으면 그 존재가 사라진다. 뭐 이것도 논란이 많은 주제이므로 생략. [본문으로]
by snowall 2010. 2. 13.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