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의 시대를 넘어서 현대가 되면서, 생산의 많은 부분들이 기계화되고 자동화되었다. 그럼에 따라서, 사람들이 할 일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할 일이 줄어들었지만 살아있는데 필요한 비용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100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바로 오늘이나, 사람들은 매일 세끼의 밥을 먹어야 하고 8시간동안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 개인이, 어느 개인이든지, 생존하기 위해서 이런 것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이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먹기 위해서, 적어도 하루에 10000원은 있어야 하고,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한 하루에 10000원은 필요하다. 4인 가족이라면 하루에 8만원이 필요하며, 대체적으로 1년에 3천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그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며, 생존 이상의 무언가를 원한다면 더 큰 돈이 필요하다. 옛날과 지금의 화폐 가치는 다를 수 있지만, 그 가치가 얼마가 되었든지간에 중요한건 그만큼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 매우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이 명제는 현대에서는 부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그런가 알아보자.


삼성전자, 금호타이어, 쌍용자동차, 그 외의 많은 회사에서 경영합리화와 고통분담이라는 멋진 말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게다가, 많은 회사들은 고용 유연성이 아직도 부족하다면서 좀 더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달라고 하고 있다. 오래된 직원들이 그들의 생산성에 비해서 월급만 많이 받기 때문에 비용대비 효용이 떨어지고, 따라서 좀 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낮은 비용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는 것이 경제발전과 일자리 나누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 고용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직원을 누구를 쓸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들의 개인적인 재산권 행사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런 주장을 막을만한 적당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국가에서는 이 주장을 방해해야만 한다. 이러한 주장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경제성장을 막기 때문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생존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고된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죽을 것이다.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먹을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해서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건 내가 이 글에서 신경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조금 잔인할 것이다. 기계화와 자동화가 점점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삼성에서 현재 6만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제품 개발 부서와 경영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 소비할 수도 없다. 공장에서 물건을 아무리 만들어 봤자 아무도 사지 않게 된다. 물론 수출해도 된다. 수출을 하게 되면 외화가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찍어내지 않아도 돈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 돈은 기업 운영진에게만 들어가는 돈이지 개별 국민에게 들어가는 돈이 아니다. 부의 집중이 심화된다.

원래, 기계가 발명되면서, 사람들은 반복적이고 힘든 일을 기계에 맡겨버리고, 남는 시간 동안 좀 더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계에 일을 맡겨버리고 사람들은 남는 시간동안 창의적인 일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돈을 주지 않고, 돈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비록 해고되었지만 어쨌든 먹고 살만하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들이 소설을 쓴다거나, 영화를 만든다거나, 물리학 연구를 한다거나, 그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발전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 노동을 전부 노예에게 맡겨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간이 남아서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고대 그리스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한다면, 단순 노동을 전부 노예에게 맡겨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못 벌어서 굶어 죽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기계는 노예보다 더욱 효율적이다.


, 일하지 않는 자가 먹지도 말아야 할 경우, 문명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흔히 사람들은 말하기를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그들이 무능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에 돈을 벌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들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는 거의 없고, 따라서 능력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다. 가난이 그들을 무능하게 만든 것이지, 무능하기 때문에 가난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생각을 해보자. 서울역에서 구걸하고 다니는 노숙자들이 과연, 10대나 20대 때에도 무능했을까? 만약 그때부터 무능했다고 하더라도, 그 시절에 적당한 교육을 받았다면 그들이 가진 어떤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생기지 않았을까? 영화 “굿 윌 헌팅”을 보면, 그냥 평범한 청소부가 알고보니 수학 천재라는 사례가 나온다. 그런 경우가 과연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일까?


잘 이해가 안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만약 사람들이 일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만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다. 물건을 만들어 내고, 건물을 짓고, 그런 것만이 일이 아니다. “놀이” 역시 일이 된다. 가령, 사람들이 찬양하는 헐리우드의 위대한 업적인 “아바타”라는 영화는 옛날에 연극이라고 부르는 놀이가 발전된 하나의 형태이다. 이수만 씨를 부자로 만들어 놓은 소녀시대 역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면서 논다. 아바타같은 영화가 없고, 소녀시대같은 가수가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삭막할까? (사막 그 자체일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가 정말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일”을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먹고살 걱정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고용 유연화를 외치면서 사람들을 해고했을 때, 그 사람들이 먹고 살 걱정을 하게 만들면 안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면서 시위를 하고, 정부에서는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먹고살 걱정이 없었다면, 해고되었다고 시위를 했을까? 경찰에 주장에 따른다면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폭력적으로 관철하려고 한 폭도들인데, 과연 그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든건 누구일까?


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수호하고 있는 한, 정부에서는 기업인들이 만드는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에는 전혀 간섭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팔면 된다. 하지만, 부정적 효과에는 간섭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정부의 역할 아닐까? 사람들이 해고되었을 때,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회사가 어려워지고 그 사람들이 무능해서 해고된 것이라고 하자. 그럼 그 사람들이 그냥 굶어 죽게 놔둬도 되는 걸까? 그렇게 된 것이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일까? 그걸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으면, 그렇게 해고된 사람으로부터 걷은 각종 세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국가가 그들을 책임지지 않겠다면, 그들에게 어떠한 비용도 징수해서는 안된다. 국가는 국민에게 세금을 걷는다. 특히,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확실하게 걷어간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걷어간 만큼, 최소한 그만큼의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닐까? 예산이 없다는 변명은 정말 비겁한 변명이다. 국민에게서 걷어간 세금을 쓰는 데 있어서 바로 그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세금을 낭비했다는 소리일 뿐이다. 가장 유명한 예를 하나 들자면, 4대강 사업이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 그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환경학자들과 환경보호단체에서 열심히 주장하고 있지만, 내가 신경쓰는 것은 그런 쪽이 아니다. 내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엄청난 세금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정작 국민들은 그 세금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정부에서 그렇게 큰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면, 적어도 국민들 사이에 커다란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게”라도 했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국민들이 그렇게 당할만큼 바보도 아니다.) 정부는 욕을 먹어 가면서도 그 일을 추진한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런 예들은 찾아보면 산더미같이 나온다.

내 주장이 어떻게 보기엔 빨갱이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 글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있는 내용이다. 그럼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잘먹고 잘사는 것이다. 내 주장은, 정부가 국민이 먹고 살 수 있게 하라는 주장이다.



by snowall 2010.03.21 23:49
  • goldenbug 2010.03.22 03:45 ADDR EDIT/DEL REPLY

    맞는 말씀 같습니다. '쩝~~~' 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

  • 마조 2010.03.22 07:37 ADDR EDIT/DEL REPLY

    개인이 경제적으로 불안해지면 재생산과 소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선한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고 가정붕괴가 연속해서 일어나죠.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될까 불안한 요즘입니다.

    • snowall 2010.03.22 11:00 신고 EDIT/DEL

      쇼체 써도 됩니다. ㅋㅋ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 dommeca 2010.03.24 18:18 ADDR EDIT/DEL REPLY

    그래서 그런지...요즘은 슬슬 사민주의식 복지에 대한 관심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더군쇼..
    하지만, 결국 자유시장경재 기반인 한국의 경재체제 안에서는 거의 꿈같은 이야기 일 수 밖에...
    그래서.....이번 투표 말인데...잘 모르겠네요. 김상곤 교육감 같은 분들은 많이많이 뽑아야 좋은
    세상이 빨리 올텐데...결국, 지금 분위기는 일단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기류가 너무 쎄서..
    정작, 스노다님께서 말씀하시는 세상에 더 가까운 사람이 뽑히기 보다는...결국,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사람들이 또 한자리씩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 같아요.
    그 결과로 결국 자유시장경제는 지금보다 더 지옥처럼 판을 칠테고, 일반 서민들은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수 밖에는 없겠지요....

    어제 본 영화에서 보니까 그런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선생님이 애들한테 세상이 마음에 안들면 나중에 어른이 되서 모조리 바꿔버리라는 말을 하는....

    하지만, 오히려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겠지요..
    지금 이적 노래를 듣고 있는데, 문득 그런 가사가 생각나네요."그게 어른이면 나는 아이가 될레."

    타협할 건지..타협하지 않을건지..
    세상에 삼켜질 건지..세상을 삼킨건지...
    잘 모르겠네요. 어느쪽이 됐건 그저 자유롭고 싶네요..

    • snowall 2010.03.24 18:19 신고 EDIT/DEL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은 집어 던져야 합니다. 억울할 필요도 없고 출세할 필요도 없어요.
      자기가 하고싶은걸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해요. ㅋㅋ

      저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타협하고 양보하면서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죠. 하지만 그래도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은 양보하지 않으려고 할거예요

  • 2010.04.07 02:1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snowall 2010.04.07 02:21 신고 EDIT/DEL

      그들이 하고싶은 것이 없는것이 과연 그들만의 잘못일까요?

      말씀하신것은 모두 맞는 말이지만, 저는 거기서 조금 더 문제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꿈이 없는 것은 그들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 원인은 그들 스스로에게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자유롭게 꿈꾸고 희망해도 좋다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그렇게 하고싶어하는 아이들은 모두 좌절시켜버렸죠.

      굶으면 장래희망이 생길까요? 근면해질까요? 아,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무상급식을 싫어하는 걸까요?

      시대가 바뀌었는데 "예전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을 몇개 더 쓰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