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에,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 직후에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서 유명한 과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을 불렀고, 어쨌든 파인만은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그 원인은 아주 작은 고무링이었는데, 이 고무링이 극한 상황에서 성질이 변하는 것을 대비하지 못해서 사고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파인만은 고무링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을 TV에서 실험으로 보여줬고, 그것은 국민들이 그 사고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물리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는 없으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이번 천안함 사고에 대해 과연 제대로 된, 과학적인 조사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리고 그 조사 내용을 발표했을 때 과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쉽게 전달할 것인지, 과학적 근거에 따른 조사 내용이 발표되었을 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국민들의 과학 교양의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심히 걱정된다.

아직 배 전체를 인양한 건 아니니까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고, 어쨌든 추측과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에서 원인을 추측하는 것이 과학적인 근거에 따르기 보다는 자기네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갈라지는 것 같아서 굉장히 우려스럽다. (이건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을 막론하고 대부분 그런듯 싶다.)

천안함 사고 취재에 정치부/사회부 기자들 말고 과학부 기자들을 파견해야 그나마 좀 괜찮은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by snowall 2010. 4. 19.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