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제가 공식적으로 작성한 소감문입니다. (중대원 전부 모아놓고 발표도 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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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28일간의 훈련소 생활이 끝났습니다. 28일 전, 이곳에 들어오던 때의 제 모습을 돌이켜보면 많은 걱정과 불안, 글고 조금의 설레임을 갖고 있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사회와 단절된다는 것, 천안함 사태로 빚어진 긴장 국면 등, 걱정스러운 일이 쌓여 있었고, 사회에서 듣고 온 많은 군대 얘기와 아직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투른 제가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들이 저를 불안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기대와 훈련이 끝난 후 제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 지 상상하는 것은 저를 설레이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5월 6일 부모님의 눈물어린 전송을 받으며 입소하였습니다.

입소하자마자 정신없이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동화교육, 기본 제식부터 경계교육, 수류탄, 사격 등 정말 처음 경험하는 훈련과 일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에 저는 자치근무자에 지원하여 소대장 훈련병이 되었습니다. 소대장 훈련병이라는 임무는 결코 쉽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과 생각을 가진 소대원들을 단합시키고, 크고 작은 다툼을 조정하는 것들, 소대장 훈련병으로서 해야 하는 추가적인 임무 등, 모든 것이 힘든 일 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소대장 훈련병으로서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우리 전우들의 따뜻한 전우애 덕분이었습니다. 저녁 점호가 끝나고 소대장 훈련병의 임무중의 하나인 상벌점 처리를 하고 나면 항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상벌점 표를 분대장 님께 드리고 생활실로 돌아와 보니 제 자리에 매트리스와 모포가 깔려 있었습니다. 덕분에 여유있게 씻고 편안히 잠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전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소대장 훈련병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제가 겪은 군대 생활은 4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그 사이에 군대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일들을 경험하였습니다. 훈련소에 오기 전, 군대라는 곳은 병사들만 고생하고 상급자는 편할 것이라 막연히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간 행군을 하던 중, 계급이 높아 보이는 지휘관과 병사 수 명이 빗자루로 길을 쓸고 있었습니다 이 때 지휘관 분께서 청소를 지시하고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빗자루를 들고 병사들보다 더 열심히 쓸고 계셨습니다. 또한, 배식조에 속해서 식당 청소를 할 때에도 분대장님들이 지시만 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치우고 설것이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들 속에서 저는 이것이 일부의 잘 하는 모습이 아니라 육군 훈련소 전체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훈련소에서, 이렇게 훌륭한 지휘관 밑에서 훈련받은 군인이라면,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우리 국군을 믿고 안심하여 사회 발전에 전념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훈련소에 들어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 철저하게 통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이었습니다. 식사나 화장실 이용까지도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하는 군대의 규칙은 계속해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군대에 엄격한 규칙과 제한사항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되면서, 괴로움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찾아갔습니다. 아울러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이 저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최전방에 나서서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저의 친구들,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사회에서 맡은 임무를 더욱 열심히 수행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갈 인생에서, 제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야간행군에서 느꼈던 완전군장보다 무거울 것이며, 흘려야 할 눈물은 화생방보다 매울 것이며, 도전해야 할 경쟁은 각개전투훈련보다 치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훈련받으며 단련한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은 제가 겪게 될 전쟁에서 저를 살아남게 하고 끝내 성공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줄 것입니다.

이제 더 큰 세상 속에서 더 낳은 일들을 해내기 위하여 육군 훈련소를 나섭니다.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힘들 때마다 도와준 전우들, 잘못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친절하고 상세한 교육을 해주신 분대장님과 소대장님들,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잊지 않으시고 저희를 이끌어주신 중대장님과 대대장님께 큰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제가 이 훈련소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다시 오게 된다면 그 때는 여기 계신 분들처럼 언젠가 제 아들을 보낼 때 다시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때,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제 아들에게 이 소감문을 다시한번 읽어주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소감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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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소감문이다. 그래서 칭찬밖에 없다. -_-;


by snowall 2010. 6. 3.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