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기간 28일, 헐...

일단 군대 갔다온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일 것이고, 안 다녀온 사람들은 말해도 잘 모를테니 그 이외의 특이사항만 얘기해 보겠다.

1. 종교행사의 최근 경향
기독교는 싫어하니까 안갔고, 천주교, 원불교, 불교에 갔다. 미래의 훈련병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가이드를 작성해 둔다.
천주교 - 훈련소의 그분이 천주교 신자다. 따라서 군종 군기가 제일 세다. 미사 드릴때 떠들면 그자리에서 얼차려 받는다. 물론 먹을 것 주는건 가장 많이 준다. 3~4종, 또는 그 이상도 자주 나온다.
불교 - 저녁 법회때, 당신의 종교가 뭐든지 상관 없이 저녁 불교 법회는 반드시 1회 이상 가볼 것을 적극 권장한다. 보안상 말할 수는 없지만, 궁금한 사람은 전화나 기타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연락하면 왜 권장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 나쁜거 아니니까 아무튼 가보길 권한다. 먹을 것은 그냥 보통 정도.
원불교 - 먹을거 가장 적게 준다. 그래서 가장 신자 숫자가 적다. -_-;
다만, 가끔 원불교 재단에 속한 W대학의 여대생들이 와서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 정보는 그 직전 주말에 원불교 행사에 참석한 신도들만 알 수 있다.

2. 군장 무게와 행군
10kg정도 군장을 메고 10km정도 걷는것이 주간행군, 20km정도 걷는 것이 야간행군이다. 현역들(5주 훈련 받는 인원들)은 25kg정도 군장을 메고 1박 3일 일정으로 30km야간행군을 한다는데, 그보다는 훨씬 쉬워야 하긴 하는데 전문연구요원들은 주간행군 끝내고 나서 거의 다 빈사상태에 빠졌었다. 25kg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싶으면, 당장 마트에 가서 20kg짜리 쌀 포대 하나를 사서 집에까지 들고 걸어와 보면 된다. 그보다 조금 더 무겁다.

3. 소감문 발표 경쟁
원래 소감문 발표는 연대 전체(1400여명)에서 1명도 안나올 정도로 귀찮은 일이다. -_-;
그래서 연대장은 교육대대 중에 하나 찍어서 발표를 시키고, 해당 대대장은 중대중에서 하나 찍어서 발표를 시킨다. 해당 중대장도 중대 훈련병중에서 아무나 하나 찍는데, 이번엔 중대장이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다. "저요"
난 글을 잘 쓰니까 ㅋ
근데 한명 더 손들었다. -_-
이런데서 갑자기 왜 경쟁자가...;;;
아무튼, 그 친구랑 볼펜으로 배틀을 붙었다. 소대원들 모아놓고 한 임시 발표회에서 평가는 10대 7로, 내가 졌다. 그리고 중대장님이 제비뽑기로 결정하자고 해서 추첨을 했는데, 내가 졌다. 그래서 공식 소감문 발표는 못했고, 그냥 훈련병의 밤 시간에 소박하게 200명 앞에서 발표했다. (공식 소감문은 연대 전체, 즉 1400명과 그 훈련병들의 부모님과 간부와 기간 장병 등, 대략 3000명 정도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다.)
아무튼, 그렇게 3000명 앞에서 발표한 그 친구도 잘 했다.

4. 육군훈련소장 표창장 수상
별 2개 계급인 분에게 우수 자치근로자라고 상 받았다. 아마 내가 좀 우수했나보다. -_-;
(소대원들이랑 분대장들이 제발 사회에 나오지 말고 군대에 말뚝 박으라고 하긴 하던데...)

5. 약속
훈련소 가기 전, 친구에게 짐승남이 되어 돌아오겠다 다짐하고 떠났었다
짐승이 되긴 했다.

돼지...-_-

살 안빠진다...젠장.

6. 그래서 소감은?
두번은 못가겠다.
그리고 훈련소 아직 안간 내 친구들도 있는데, 암담하다.
by snowall 2010. 6. 3.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