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날 퇴근 직전...

A박사님과 B박사님이 쓸데없이 배틀을 붙었다.

실험 장비의 설치 문제에서, A박사님은 "C장비와 D장비의 평행이 맞으니까, 이 평행선을 시작점으로 해서 레이저와 일직선을 만들어 봅시다"라고 주장했고 B박사님은 "어차피 레이저 기준으로 맞춰야 하니까 그건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토론은 5시 30분경에 시작되어 결국 나까지 20분 늦게 퇴근했다. (그 결과는 나비효과로 카오스 현상을 일으켜서 내가 서울에 도착한 시간을 1시간 30분 늦춰버렸다.)

B박사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는데, A박사님의 주장은 그냥 "어디다 놓고 맞추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여기서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었고, B박사님은 "어디다 놓고 맞추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B박사님, 그럼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하시려고요 -_-;;

내가 딱히 A박사님을 좋아하거나 편을 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 경우만큼은 답답해서 끼어들고 싶었다. 물론 일개 연구원이 박사님들 토론하는데 끼어들었다간 퇴근시간이 30분 더 늦어진다는 진리를 오래전에 깨달았기 때문에 "그럼 이제 다 끝난거죠?"라고 꽤 여러번 얘기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부디 쓸데없는걸로 싸우지 맙시다. 박사들 싸움에 석사는 울어요.
by snowall 2010. 6. 19.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