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란 것은 역시 간단치 않다.

이제 힘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봐야 한다. 헐크는 뭔가 이상한 약을 주사맞고 힘이 그렇게 강해졌는데, 과연 헐크의 힘은 무엇이 근원인가?

에너지 보존법칙에 대한 흔한 설명은, 물체가 어떤 힘의 장(Force field) 안에서 움직일 때, 그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에너지가 저장되고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면 에너지가 해방된다고 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저장되면서 운동에너지가 줄어들고, 에너지가 해방되면서 운동에너지가 증가한다. 따라서 전체 에너지는 보존된다.

그렇다면 힘의 장에서 움직인다고 하는 경우의, 바로 그 힘이 뭔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한다. 운동량에 대해서 따질 때에는 힘의 근원에 대해서 알 필요가 없었다. 힘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와 관련된 문제를 풀 때에는 에너지와 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일단 참고 : http://snowall.tistory.com/455

힘의 근원이 무엇일까?

결국 물리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시작과 끝은 모두 힘이다. 가령, 옛날에는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힘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뉴턴이 중력을 처음 생각했을 때 힘이 중력장에 의해서 전달된다고 생각했고, 맥스웰이 전자기학을 완성했을 때 전자기력은 전기장과 자기장에 의해서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 장들을 다시 양자화 시킨 현대에는 힘이 게이지 보존 입자에 의해서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게이지 입자들과 물질 입자들 사이의 힘은 그냥 서로 충돌하면서 전달된다. 따라서 물리학의 시작과 끝은 모두 힘이었고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치에너지를 이해해야 한다. 힘은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뉴턴의 역학을 살펴봐도, 좀 더 일반화된 라그랑지안 역학이나 해밀토니안 역학을 살펴봐도, 힘은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정확히 말해서, 그런 역학 법칙들의 공식을 아무리 뜯어봐도 힘은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 도대체 왜 그렇게 작용하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이제 설명이 완전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어디로 가는지 본인도 모르겠다.

이해하기 가장 쉬워 보이지만 사실 제대로 이해된 것은 하나도 없는 중력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관성력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관성력에 대해서 이해해 보자면,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작용하는 전설의 힘이다. 월드컵 시즌은 지나갔지만, 축구공을 관찰해 보자. 가만히 있는 축구공을 가만히 서 있는 박지성이 백만년을 관찰해 봐야 축구공은 가만히 있다. 이때, 저 멀리서 박주영이 달려오고 있었다. 박주영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축구공을 향해 돌진한다. 박주영이 보기에 축구공은 자신을 향해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따라서 운동량은 보존되지 않고 있다. 박주영이 보기에 축구공의 운동량이 보존되지 않는 이유는, 관찰자인 박주영이 관성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점점 더 빨리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관찰 대상의 운동량이 보존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주영 관점에서 해석할 때에는 축구공의 운동량이 변한다는 것은 힘이 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전부터 여러 번 말했지만 운동량의 변화는 곧 힘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힘의 근원은 없다. 힘의 근원은 오직 박주영 본인이 점점 더 빠르게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근본없는 힘의 이름을 관성력이라고 부른다. 관성계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힘인데 왜 관성력이라고 부르는지는 물리학계의 영원한 수수께끼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관성력과 중력을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더라.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중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관찰자가 점점 가속하면서 관찰한다면 중력이 없는 관성계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중력과 관성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운동량 보존법칙에서는 관성계만을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힘이 작용하는 경우에는 운동량이 보존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력이 작용하는 경우에는 운동량이 보존되는 관찰계를 적어도 하나, 아마 정확히 한개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관찰계는 관성계가 아닐 것이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중력에 대해서 생각하기 힘들면 대신에 중력이랑 똑 같은 물리법칙을 갖게 해주는 관찰계를 찾아내서 거기서 물리학을 연구해도 된다는 뜻이다. 중력은 어려워도 가속도는 쉽기 때문에, 가속도에 의한 변화를 항상 생각하면서 더해주기만 하면 된다.

이제, 위치에너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이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해 보자. 어디로 움직이든 그 물체를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그 물체에 관성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다시한번 가만히 있는 축구공과 가만히 있는 박지성을 생각해 보자. 이번엔 차두리가 엄청나게 큰 질량을 갖고서 축구공에 중력을 작용하고 있다. 물론 박지성은 차두리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므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무튼 박지성이 보기에 축구공은 차두리로부터 어떤 모종의 힘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 관성의 법칙을 적용하려면 관찰계가 힘을 받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가속되어야 한다.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는 가까워질수록 커지므로 이 경우에는 멀어지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받게 된다. 이 중력을 흉내내려면, 관찰하는 계는 중력의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가속해야 한다. 중력이라는 힘이 한 일은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에 그 방향으로 움직인 거리를 곱한 것인데, 정확히 그만큼 운동에너지가 증가한다. 또한, 중력의 위치에너지가 얼마나 변했는지는 거리가 달라지면서 아주 조금씩 변한 위치에너지에 전체 거리를 곱한 것이다. 유식한말로, 운동에너지의 증가량은 힘을 거리에 따라 적분한 것이고, 위치에너지의 전체 변화는 위치에너지의 변화율을 거리에 따라 적분한 것이다. 이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을 생각해 보자. 운동에너지도 커졌고 위치에너지도 커졌다. 두 값의 합이 보존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사실 이 글을 쓸 시점에서 나는 관성의 법칙과 위치에너지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논리를 타고 흘러오다 보니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지 않더라도 물리학에는 전혀 이상이 없음을 발견했다. 중력이든 전자기력이든 위치에너지가 커지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해도 에너지 보존법칙이 무너질 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방법으로는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다시 원점이다. -_-;

아무래도 힘의 근원은 그만 찾고, 왜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는지나 고민해 봐야겠다.
by snowall 2010. 7. 18.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