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는 인증을 하고도 계속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그정도면 할만한건 다 했고 믿을만한 수준인 것 같은데...

졸업한 학교 학적과 과장이랑 한 인터뷰도 위조할 수준이라면, 타블로는 연예인 하기보다는 위조 브로커로 성공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_-; 어쨌든 타블로의 학력 논란들은 말이 안되는 억지인 것 같다.

어쨌든 이 문제는 타블로가 풀어 가야 할 문제니까 난 다른 문제를 생각해 봤다.

요즘은 사람이 사람을 그다지 잘 믿는 시대가 아니라서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이 진실인가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그 말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그럭저럭 확실한 방법은 그 말을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찾아보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만한 사람인지, 그 분야의 전문가인지, 그런 것들이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누군가가 계속해서 그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A가 a라는 주장을 했는데 B가 a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에 A는 B가 주장한 "a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거짓말장이의 패러독스와 비슷한 것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장이의 패러독스는 자기 모순을 담고 있다. A가 "B는 거짓말장이다"라고 하고, B가 "A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라고 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이 경우, A는 진실을 말한 것도 아니고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다. A가 진실이면 A가 거짓이고, A가 거짓이면 A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서 예로 들었던 것 처럼 둘 다 서로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경우에는 A와 B중에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는 모르더라도, 둘 중 한쪽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타블로의 문제는, 진실 공방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가령, 타블로가 음악을 하나 만들었는데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해 보자. 그 경우, 타블로가 표절을 했느냐 아니냐에 대한 시비는 붙겠지만 타블로가 누구인가에 대한 시비는 생기지 않는다. 개인의 정체성이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재 타블로에 대해 의혹이 있는 부분은 그가 어떤 대학에서 졸업한 바로 그 사람인가에 대한 점이다.

타블로는 내가 생각한 것에 대해 좋은 예가 되기 때문에 여기서 예로 들었을 뿐, 그의 학력 위조 논란에 어떤 주장을 할 생각은 없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타블로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고 싶은 문제는, 과연 그렇게 개인의 정체성을 부정 당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 나에게 "너는 누구냐?"라고 물어보았을 때, 내가 누구인가를 정확히 설명하고 내가 바로 내가 설명한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이냐이다.

또한, 내가 증거를 내놓았을 때 "그거 가짜야"라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사람들은 또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나를 의심하고 있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과 나를 일치시켜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로그인 아이디와 그 암호가 있다. 상대는 나의 아이디와 암호를 알고 있고, 나는 거기에 올바른 대답을 했으므로 상대가 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와 암호가 유출되었을 때 다른 사람이 나를 사칭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되지 않는다. 은행에서는 그래서 공인인증서와 난수표를 사용한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자기 돈을 남에게 아무 조건 없이 빌려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은 믿을만 하다. 하지만, 만약 공인인증서와 난수표와 그 암호가 모두 유출되었다면, 역시 다른 사람이 나를 사칭하는 것이 가능하다.

타블로 논란에서는 학력증명서, 성적표, 졸업앨범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내가 A대학을 나왔다고 하자. 진짜 나왔냐고 물어본다면, 난 졸업 증명서를 떼어다가 줄 수 있다. 그런데 그 졸업 증명서가 위조되었다고 주장을 한다. 사실 그렇다고 하면, 어떤 증명서도 모두 위조할 수 있는 것이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종이로 된 증명서의 신뢰성을 이미 믿지 않는 상태에서, 위조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문제를 제기한 사람과 문제를 제기당한 사람이 함께 해당 기관에 가서 두 사람이 모두 확인하는 앞에서 신원을 조회하고 확인해야 한다.

어쨌든.

그런데 만약 그런 기록까지도 모두 조작되었다고 해 보자. 이쯤 되었으면 사실 신원 인증 체계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그렇게 되면 당시에 학교를 같이 다녔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자기가 그때 같이 다녔던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 사람들이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다시 발생하는 문제는, 그 사람들이 그때 학교를 같이 다닌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건 어떻게 증명하는가이다. 앞에서 얘기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사실은 어떻게 하더라도 완벽한 증명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믿을 수 없다면, 어쩌면, 그건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사실은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내 기억이 가짜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작된 기억은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by snowall 2010. 8. 7.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