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샀다. 가격은 5만 5천원. 비싼가?

키보드의 특징은
ESC가 한칸 아래로 내려와서 물결 표시 있는데로 가 있고, 물결 표시는 다시 백 스페이스 있는데로 가 있고, 백 스페이스는 한칸 내려와서 백 슬래시 있는데로 가 있으며, 백 슬래시는 물결표시 옆으로 가 있다. 그리고 컨트롤 키가 캡스 락 자리에 가 있다. 나머지는 화살표 키와 편집키, 옆에 따로 모아져 있는 숫자 키 등이 잘라져 있다는 것 정도.

처음엔 엄청 불편하다. 일단 백 스페이스 위치가 표준과 다르기 때문에 오타가 날 때마다 "더 많은" 오타가 나는 시스템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눅스와 윈도우를 두대 다 쓰고 있기 때문에 컨트롤 키가 두칸이나 위로 올라와 있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리눅스의 수많은 단축키들은 컨트롤 키를 이용해서 쓰도록 되어 있고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한/영 변환이 컨트롤+스페이스 조합이기 때문에 확실히 편해진다. 그리고 vi를 쓰다보면 esc를 습관적으로 자주 누르게 되는데 이것도 한칸 아래로 내려와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다. 게다가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심플함은 사실 나를 타이핑하고 싶어 미치게 한다.

물론 단점이 있다. 일단 내가 쓰던 HP키보드랑 비교할 때 굉장히 뻑뻑한 수준이다. 물론 힘껏 눌러야 들어갈 정도로 뻑뻑하다는 소리가 아니라, 내 손가락이 살짝 눌러도 들어가는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다른 선배들은 조용해 졌기 때문에 별로 신경 안쓴다.

사실 이 키보드를 처음 샀을 때 선배들의 반응은 "변태녀석!"이었다. 뭐, 좀 이상하긴 하지. 하지만 이 키보드는 옆이 없기 때문에 마우스로 손이 자주 가는 작업을 할 때도 좀 더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배열에 익숙해지면 다른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엄청난 단점이 있어서 사실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키보드다.

아무튼 질렀고, 잘 써야겠다.
by snowall 2006. 8. 27.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