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별다른 충격 고백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종교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글이며, 나머지 하나는 행운의 편지 종류의 글이다.(굳이 따지자면 하나 더 있지만, 그건 거의 종교랑 같은 내용이므로 합쳐도 된다)

종교는, 특정 종교를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또한 그 종교가 어떤 종교인지 굳이 숨길 생각이 없으며, 그 종교를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과학적인 어떤 부분때문에 그쪽 계열의 학생이랑 대판 싸운적이 있다. (물론 논리로서...;;)
사실 난 진화론의 신봉자이며 진화론이야말로 모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궁극적인, 그리고 맞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런 사람들과 싸우다 보니 더 공부하게 되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걸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동시에 일종의 고정관념도 생기게 되었는데, 나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틀렸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생겨 버렸다. 요새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지만, 사실 과학 이론이라는게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철저한 검증과 치밀한 논리를 통해서,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욕을 들어 처 먹어가면서 검증되기 때문에 잘 정립된 이론은 꽤 믿을만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한 욕도 먹어야 하고 훨씬 더한 검증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진화론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그 부분이 훨신 약하다. 그들은 "우린 당연히 맞거든"이 주 논리이고 "그건 말도 안돼"가 부 논리이다. 그럼 좀 과학적인 근거를 대 보든가. 이렇게도 말이 되고 저렇게도 말이 되는, 그래서 진화론에서도 설명은 하지만 직접적인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근거로 대고 주장하는 것은 참 어리석다. 최소한, 진화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아무튼 종교 덕분에,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그" 종교인들 덕분에 난 세상에 더욱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을 조금 더 갖게 된 듯 하다.


광고는, 사실 나는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누군가 나를 조작한다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광고는, 종류를 불문하고 나에게 뭔가를 강요한다. 나에게는 종교를 바꾸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광고이며, 그래서 난 종교가 없다. 물론 나라고 해서 광고를 봤을 때 낚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습의 결과, 낚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즉, 나는 나의 감정 상태를 느끼면서 동시에 외부에서 지켜볼 수 있다. 이것은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장점은 감정 조절이 굉장히 쉬워서 욱하는 김에 칠 수도 있는 사고를 대부분 방지하는 것이 있다. 단점은 연애에서도 이 사고방식이 발휘되어서 불쌍한 인생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난 내가 연애감정에 빠지는걸 느끼면서, 동시에 그걸 느끼고 있다는걸 자각한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성공해 보지 못한 연애에 대한 모종의 두려움 때문에 내 마음이 그쪽으로 확 불타오르는걸 자제해 버린다. 낚이지 않는건 좋은데, 연애마저 그렇게 되면, 사실 솔로인 사람들 대부분이 느끼고 있겠지만 안하다보면 계속 안하게 된다. 위험한것 같다.


행운의 편지류의, "이 편지를 똑같이 복사해서 7일 내에 7명에게 보내면 당신에게 행운이 찾아온다"는 내용의, 어쩌면 우체국에서 수익 증대를 위해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이 초대형 낚시밥에 수많은 사람들이 걸려서, 그냥 걸리기만 했으면 좋았으련만, 나에게 수십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던 적이 있다.
그 변형된 종류로서, "이 글을 다른 게시판에 올리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내가 안해봤을것 같나? 엄청 해봤다. 한 10번쯤 하고나서, 그녀로부터 당연히 전화가 안온다. 내가 걸어도 안 받는 전화를 그녀가 나한테 전화할 이유가 없다.
"이 글을 다른 게시판에 올리지 않으면 새벽 3시에 귀신이 찾아온다" 이런 협박, 난 3시까지도 기다려 봤고 밤새 기다려도 봤다. 당연히 올 이유가 없다.
"8억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건 미국에서도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8억 메일. 닥치시오 -_-;
8억메일의 허구성은 이미 내가 다른 글에서 증명한 적이 있다.(지금 그 글을 찾는건 좀 힘들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련의 수행을 통해서, 난 저절로 비판적인 사고가 늘어났고, 무슨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왜?" "정말?" "그래서?" 등의 대답이 튀어나오게 되었다. 과학 하는데는 참 좋긴 한데, 일상에서도 그러면 인생에 많은 걸림돌에 굳이 걸리는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참 걱정되긴 한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 더 있다는 건, "무한 동력 기관"을 만들겠다는 헛소리를 하는 아저씨를 상대했다는 얘기였다. 그 아저씨, 제발 무한 동력 기관을 만들어서 돈좀 벌었으면 좋겠다. 아마 그거 실제로 만들면 특허권도 보호 못받고 곧장 국가 기밀로 몰수될 것이다. (물론 절대 그럴일이 없다)
 
by snowall 2006. 8. 27.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