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론, 네번째 이야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험에 들어보자. S사와 L사의 입사시험일은 항상 겹친다. 시간도 똑같다. 그리고 Y대와 K대의 편입시험일과 시험 시간도 똑같다.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한가지 흥미로운건, 편입시험의 경우 응시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로 시험일이 똑같으면 어느 한쪽은 결석해야만 한다. 만약 둘 다 응시했으면 명백한 부정행위겠지. 이런 상황에서, 어느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둘 다 시험에 응시했으며, 두 학교의 시험날짜와 시험시간은 똑같다. 둘 다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두 학교의 경쟁률이다. 한쪽은 2:1이고 다른쪽은 3:1이라고 해 보자. 그런데, 이 정보는 나만 알고 있는게 아니라 시험 보는 사람들 모두가 다 아는 정보이다. 그럼, 이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결론은?
일단, 경쟁률이 낮은데로 가야 합격하기 쉽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걸 나만 아는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2:1로 사람들이 몰리면, 결국 최종 경쟁률은 3:1인쪽이 더 유리하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걸 알고서 3:1을 선택하는것도 좀 겁나는 일이고. 어디를 가야 하는 것인가.

항상, 모든 수학 문제는 가장 쉬운 경우부터 골라서 푸는게 좋다. 따라서, A회사와 B회사는 각각 1명씩 뽑고, 지원자는 각각 2명과 3명이다. 그리고 그 2명과 3명중에서, 1명은 나고, 1명은 두군데 모두 지원했으며, 나머지 1명은 B회사에만 지원했다. 즉, 총 3명이 경쟁하는 게임인 것이다. 이 경우, B회사의 1명은 A회사에 지원한 사람과는 싸울일이 없으므로 내가 A회사에 갈 거라면 완전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경우의 수는 두가지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A에 가는 경우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B에 가는 경우. 나 아닌 다른 사람이 A에 가는 경우는, 내가 어디로 가더라도 각 회사의 실제 경쟁률은 2:1이 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B에 가는 경우는 A회사는 1:1이고 B회사는 3:1이 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종합해보면 나는 겉보기 경쟁률이 낮은 A회사에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런데, 이것을 나만 아는 것이 아니므로 모두들 A회사를 고를 것이고, 실제로 A회사의 경쟁률은 겉보기 경쟁률과 비슷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엽기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혼자서 B에 지원한 사람인데, 그의 실제 경쟁률은 1:1이므로 그는 확실하게 입사할 수 있다.[각주:1]

적당히 얘기를 바꿔보자. A회사와 B회사는 이번에도 각 1명씩만 뽑는다. n명의 사람이 A회사에 지원했다고 하고, 그중 k명이 B회사에도 지원했다. 물론 n>k로 가정하자. 따라서 A회사의 겉보기 경쟁률은 n:1이고 B회사의 겉보기 경쟁률은 k:1이다.[각주:2] 이 경우, n-k명은 확실하게 A회사에만 지원했을 것이므로, 시험 당일날 어느쪽을 갈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k명뿐이다. 이런 경우에, 균형은 어디서 이뤄질까?
물론 내가 A회사에만 지원했으면 당연히 A회사에만 갈테니 제외하고, 내가 A회사와 B회사 둘 다 지원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런 경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단, 이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며, 그러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 또한 모두가 알고 있으므로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B회사에 시험을 보러 가는 사람이 p명이라고 하자. 그럼, 실제 시험 당일날의 경쟁률은 A회사는 n-p:1이고 B회사의 경쟁률은 p:1이 된다. 우리의 관심사는 이제 p가 대체 얼마나 클 것이냐는 점이다. p가 k보다 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B회사의 시험 당일 경쟁률은 겉보기 경쟁률보다 같거나 작다. 같은 이유로 A회사의 시험 당일 경쟁률은 n:1보다는 작겠지만 n-k:1보다는 크다. 이제, 그렇다면 n-p와 p중에서 어떤 것이 더 작으냐가 문제의 요점이 될 것이다. 이걸 결정하는데에는 아마 k가 영향을 줄 텐데, n-k가 k보다 작다면, 즉 k가 n의 절반을 넘는다면 A회사에서 시험을 보는게 더 낫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A로 몰려간다.

대체 평형은 어디서 이루어질까? 아무래도 모르겠다.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 부탁한다.

  1. 물론 그사람이 약삭빠른건 아니다. [본문으로]
  2. B회사에만 지원한 경우는 나중에 논의해보자 [본문으로]
by snowall 2007.03.10 23:12
  • tresurekjh 2007.03.11 02:55 ADDR EDIT/DEL REPLY

    비(非) 과학적(科學的) 인 요소가 하나 있는데... 두 곳에서 똑 같은 시험 시간을 할당받았다 하더라도 어떤 놈은 기적적으로 일찍 끝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 아닌 기회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든... 균형은 여기서 맞춰지지 않을까....ㅎㅎㅎ
    웃자고 해본 소리다.

    • snowall 2007.03.11 03:11 신고 EDIT/DEL

      물론, 수학적으로도 불가능한건 아니겠지만 -_-;

  • Sieg 2007.03.11 23:41 ADDR EDIT/DEL REPLY

    지나가다가 덧글 남깁니다 ^^
    개개인의 입장말고, 전체의 입장을 본다면, 또한 매우 많은 사람이 응시하고 매우 많은 사람(전자보다 작은)이 합격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합격/불합격이 독립적인 확률로 일어나는 경우를 다룬다면, Kelly formula를 응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Kelly formula는 한 도박사가 여러 번의 도박을 하는 경우를 다루지만, 여기서는 각 지원자의 합격/불합격을 그 연속적인 도박의 성공/실패에 대응합니다. Kelly formula을 이용하면 '장기적인 성공'을 얻을 수 있는 베팅을 찾을 수 있겠죠. 이 문제에서 '장기적인 성공'은 지원자 전체의 성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Kelly formula는 베팅할 fraction을 알려주는 공식이기 때문에, 사람이 몸뚱아리 일부분만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걍 주사위를 굴려서 그 fraction에 해당하는 확률에 따라 선택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네요.

    가장 큰 문제는, 전체적인 이익이 개인의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네요. -_-;

    • snowall 2007.03.12 12:23 신고 EDIT/DEL

      덧글 감사합니다.^^
      알고보니 Kelly가 물리학자네요. 아무튼, 지적하신 경우와는 약간 다른게, 여러번의 도박을 하고 그중 몇번이 되는지는 확률적인 문제지만 이 경우 여러명이 지원해서 그 중 몇명이 되는지는 결정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베팅할 fraction이 결정되고나서는, 주사위보다는 컴퓨터를 이용한 monte-carlo 방법으로 결정하면 되겠죠. (같은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