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게이지 이론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적어 보려고 한다. 게이지Gauge라는 단어는 뭔가 측정을 하는 도구를 말하는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게이지 이론(Gauge theory)란 전혀 다른 헛소리를 얘기한다. 완전 다르다. 심지어 뭘 측정하지도 않으며 숫자도 아니고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이야기는 게이지 변환 Gauge Transformation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자기학을 처음에 시작할 때, 맥스웰은 4개의 방정식을 적어놓고서 그걸 "맥스웰 방정식"이라며 자기 이름을 붙여놨다. 아무튼 맥스웰 방정식은 수학적으로는 2종류의 벡터 장에 관한 4개의 미분 방정식을 제공한다. 물론 이 맥스웰 방정식을 일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며 과학자들은 그냥 그때그때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자, 생각해 보자. 미분이라는 건 변화율을 계산하는 거니까 미분해서 0이 되는 것들은 모두 "변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맥스웰 방정식은 모두 미분 방정식이기 때문에 미분하기 이전에 해당하는 것들에는 우리가 "변하지 않는", 즉 "미분하면 0이 되는" 것들을 더해도 상관이 없다. 즉, 맥스웰 방정식이 정확하다면 미분하기 이전의 값들에 우리가 어떤 "미분해서 0이 되는" 항들을 더하더라도 물리학의 실제 현상이 바뀌지 않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건 대단히 중요하며, 이해해주기 바라는 중요한 키 포인트다. 미분해서 0이 되는 것들은 우리 맘대로 더하거나 빼도 된다. 우리가 맘대로 해도 물리학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수학적으로는 "대칭적이다"라고 말한다.
맥스웰 방정식은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전자기 장치들의 기본 법칙을 알려주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이 방정식을 열심히 풀었는데, 풀다보니 흥미로운 성질을 발견했다. 상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분하면 0이 되는 항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건 정말 신기한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맥스웰의 미분 방정식이 그냥 단순한 방정식이 아니라 3차원의 벡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벡터는 3개의 방향을 가진 성분으로 되어 있다. 맥스웰 방정식에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x성분을 y성분과 z성분으로 미분하는 항들이 몇개 들어 있는데, 자기장의 y성분을 x성분으로 미분한 것과 z성분을 x성분으로 미분한 것이 전기장의 x성분의 시간 변화율과 위치에너지의 변화율의 x성분의 합과 같다는 식이 있다. 그럼 자기장의 y성분을 x성분으로 미분한 것이 0이기만 하면 되니까 y성분을 y성분으로 미분한건 0이 아니더라도 상관이 없다, 뭐 이런것 등등이 가능해진 것이다.(단 2줄로 설명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여기서 우리가 상수가 아닌데도 미분해서 0이 되는 것들을 맘대로 더하거나 빼는 변환을 두고서 "게이지 변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물론 게이지는 우리가 맘대로 더하거나 빼는 바로 그것이 아니다.

맥스웰의 방정식을 말로 쓰면 다음과 같다.

1.전기장의 시간 변화율은 자기장의 꼬임 정도의 공간 변화율curl과 같다.
2.전기장의 꼬임 정도의 공간 변화율은 자기장의 시간 변화율과 같다.
3.전기장의 발산율divergence은 전하의 분포와 같다
4.자기장의 발산율divergence은 0이다.

한가지 물어보자. 전기장과 전기적 위치 에너지(전위, volt)는 어떤 관계일까? 전기장은 단위 양전하가 받는 힘의 크기를 나타내니까 적분하면 에너지가 되고 따라서 전위는 전기장의 적분이다. 전위는 그냥 숫자만 주어져 있기 때문에 스칼라 포텐셜(scalar potential)이라고 부른다. 벡터와 스칼라의 구분은 고2때 물리 시간에 배울 것이다. 반대로, 전기장은 전위의 미분이다. 그럼, 자기장은? 자기장은 뭔가의 미분이면 안돼?

자기장도 물론 뭔가의 미분일 수 있다. 당연히 미분이겠지 생각하는 사람들, 맞췄다. 당연히 미분이다. 자기장은 벡터를 미분해서 얻는다. 즉, 자기장은 벡터 포텐셜의 미분으로 나타낸다. 벡터를 미분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그 발산divergence을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꼬임curl을 구하는 것인데, 벡터 포텐셜을 미분해서 벡터인 자기장을 얻으려면 벡터 포텐셜의 꼬임을 구하면 될 것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을 스칼라 포텐셜과 벡터 포텐셜을 이용해서 표현하게 되면 다음과 같다
전기장 = 스칼라 포텐셜의 발산 + 벡터 포텐셜의 시간 미분
자기장 = 벡터 포텐셜의 꼬임

이러면 뭐가 되냐고? 아주 간단하면서도 유명한 정리가 있는데, "어떤 스칼라 함수의 물매gradient의 꼬임은 0이다"라는 것이다. 이건 편미분만 배우면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더 다루지는 않겠다. 아무튼, 위에 적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그렇게 해서 맥스웰 방정식에 대입하면 딱 들어 맞는다.

예를들면

전기장의 꼬임 = 스칼라 포텐셜의 발산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시간 미분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시간 미분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꼬임의 시간 미분 = 자기장의 시간 미분

아주 간단하면서도 유명한 정리가 또 있는데, "어떤 스칼라 함수의 꼬임은 발산이 0이다"라는 것이다.
그럼, 이제 벡터 포텐셜에 어떤 스칼라 함수의 물매를 더해보자. 그럼?

자기장(바뀐거) = 벡터 포텐셜(바뀐거)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꼬임 + 스칼라 함수의 물매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꼬임 = 자기장

벡터 포텐셜을 바꿔서 넣었는데 자기장이 바뀌기 전과 바뀐 다음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전기장에는 스칼라 포텐셜을 벡터 포텐셜에 더했던 바로 그 스칼라 함수의 시간 미분을 빼주게 되면 마찬가지 결과를 얻게 된다.
바로, 여기서 벡터 포텐셜과 스칼라 포텐셜을 "적당한 스칼라 함수"에 의해서 더하게 되는 것이 "게이지 변환"이다. 중요한건, 정말로 우리 맘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령 스칼라 포텐셜을 미분해서 벡터 포텐셜이 나오도록 한 다음에, 벡터 포텐셜과 더하면 0이 되도록 정해도 물리학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방금 증명했듯이) 이것은 물리학자들에게 강력한 도구를 주었는데, 바로 그것이 "게이지 장gauge field"이다.
전자기장을 게이지 변환에 의해서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눈 후, 우리가 맘대로 게이지 변환을 결정해도 되기 때문에 가장 풀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놓고서 문제를 해결한 후, 변하는 부분은 모두 없애버리면(그래도 된다. 왜냐고? 게이지 변환이 보장해 주니까.) 문제는 해결된다.
전자기학에서 나오는 게이지 장이 가진 대칭성은 U(1)의 대칭성을 갖고 있다. U(1) 대칭성이라는 것은 2차원에서 크기가 변하지 않는 회전에 해당하는 대칭성이다. 2차원에서의 회전은 순서에 상관이 없기 때문에 U(1)대칭성은 가환 덧셈 군(abelian additive group)에 해당한다.
(예를들어, 시계방향으로 10도 돌리고 20도 돌린거랑, 20도 돌리고 10도 돌린거랑은 아무런 차이가 없이 30도이다)

문제는 양자역학이다. 전자기학을 양자화해서 만든 양자 전기 역학은 U(1)의 대칭성을 가진 게이지 장을 이용해서 아주 잘 기술할 수 있었다. 파인만이 자랑했듯이, 양자 전기 역학은 인간이 만든 이론중에서 가장 가장 가장 정확한 이론이라고 말해도 된다. 문제는 여기서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물리학자들이 처음에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을 발견했을 때, 뭐 대충 풀리겠지 하고서 대충 풀었을 땐 잘 맞았다. 아싸! 대충 풀어서 맞았으니까 이제 제대로 풀어야지 싶어서 이론적으로 방정식 잘 쓰고 풀려고 하는데, 무한대가 나오는 것이다. 이 무한대는 참 난감해서, 어떻게 다룰 방법이 없었다.
뭐, 별 수 없다. 무한대는 무한대로 나누거나, 무한대만큼 빼거나 해서 유한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리학 이론에서 문제를 풀었을 때 무한대가 나오면 그건 명백한 오답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답에 끼워맞추려면 유한한 값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유한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그것은 바로 가환이 아닌 대칭성을 가진 게이지 장을 도입하는 것이다.

U(1)의 대칭성을 가지는 게이지 장은 이제와서 밝히는 것지만, 사실 빛이다. 가환이 아닌 대칭성은 SU(2)라는 대칭성이 있는데, 이건 3차원에서 크기가 변하지 않는 회전과 같다. SU(2) 대칭성을 가지는 군은 약한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SU(2) 대칭군을 만들어내는 생성원(generator)는 3개가 있는데, 이 3개의 생성원은 물리적으로 3개의 입자인 W+, W-, Z 입자에 대응된다. (물론 이 세 입자는 "진짜로" 발견되었다. 수학적 대상이 물리적으로 눈에 보인, 뭐 그런 예라고나 할까)

SU(3) 대칭군은 8차원에서 크기가 변하지 않는 회전과 같고, 물론 생성원은 8개가 있다. 강한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8개의 생성원은 8개의 글루온Gluon에 대응된다.

이 글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지적 능력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음을 내가 보증한다. 이건 사실 나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으며 아직도 공부하고 있다. 물론 나 말고는 이해한 사람이 아주 많이 있다. (안그러면 내가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물어보겠는가)

by snowall 2006. 8. 28.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