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금지 조치 이후로 여러 학교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따져보면, 시작부터 틀렸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언론에서는 체벌이 없으니까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고, 따라서 체벌 금지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체벌 금지 조치 이후에 선생님에게 대드는 학생이나 여 선생님에게 성희롱하는 학생들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그럼 체벌이 금지된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체벌 이외에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일까?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체벌 이외에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체벌은 그 교육적 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학생들 역시 인권을 갖고 있는 이상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다. 문제는 체벌 이외에는 통제할 방법이 없는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논리적으로 "모순(contradiction)"이 발생하게 된다. 체벌 금지가 성공하려면 몇가지 전제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있다.

1.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
2. 모든 학생은 사람이다.
3. 인권이 있으면 침해해서는 안된다.
4. 체벌은 인권 침해이다.
5. 학생들은 교육되어야 한다.
6. 체벌이 아니면 교육되지 않는 학생이 존재한다.

이 조건이 모두 성립한다면 학생 교육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1번부터 6번중의 적어도 한가지 조건은 포기해야 한다. 하나씩 따져보자.

1.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
이 조건을 부정한다면, 인권이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럴 수 있을까? 이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 조건을 부정하는 사람은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피도 눈물도 없어요?"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국격이 얼만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나.

2. 모든 학생은 사람이다.
이 조건을 부정한다면, 사람이 아닌 학생이 존재한다. 그럴 수 있을까? 자기 자식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 조건을 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르면, 그 자신도 인간이 아니며 그 부모랑 그 조상 전부가 인간이 아니다. (물론 진화론에 따르면 어느 시점에서는 인간이었겠지만.))

3. 인권이 있으면 침해해서는 안된다.
이 조건을 부정한다면,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것이 된다. 그건 아니라고? 일부만 부정해서, "어떤 인권은 침해해도 된다"라고 하자. 그럼 "어떤"의 기준은 누가 정할 것인가? "학생이 가진 인권"이 "보통 인간의 인권"과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부분인데, 어떤 사람들은 교육 목적을 위해서는 인권을 침해해도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떠한 인권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4. 체벌은 인권 침해이다.
만약 체벌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면 체벌하는 것은 가능하다. 모든 체벌이 아니라 어떤 체벌은 교육 목적을 갖고 있으므로 교육 목적의 체벌은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즉, 만약 적절한 체벌을 통해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체벌을 받은 학생이 바르게 성장한다면 사회 전체를 위해서 더 좋은 일이다. 따라서 체벌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체벌을 하지 않아도 학생을 바르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체벌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체벌 이외에 제시한 다른 대안들이 모두 실패하고 있으며 체벌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5. 학생들은 교육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면 이 모든 논의가 의미 없다. 하지만, 교육받지 않을 거라면 학교는 왜 다니나?

6. 체벌이 아니면 교육되지 않는 학생이 존재한다.
모든 학생이 체벌 없이 교육된다면 체벌이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체벌이 아니면 교육되지 않는 학생이 존재한다. 물론 이 부분은 여러 사람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체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때리고 싶은 애들이 있는건 맞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건 "때리고 싶은"이라는 말은 개인의 감정적인 의견이다. 그 애들을 교육 목적이라는 이유를 담아서 체벌한다면 그건 감정섞인 폭행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잘못한 학생이 교칙에 의거하여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형 폐지론자와 존치론자가 싸우듯이 체벌 금지론자와 찬성론자가 싸우는 것 같다. 체벌은, 사실 맞아서 말 들을 애들이라면 안 맞아도 말 듣는다. 말로 해서 안되는 애들은 죽을때까지 패도 그냥 죽고 말지 말을 들을 애들이 아니다. 체벌 자체가 교육 효과가 없는데 체벌이 아니면 애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하는건 적절한 교육 방법을 찾지 못한 교육자들의 비겁한 핑계일 뿐이다.

체벌 이외에 방법이 없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사실이 체벌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by snowall 2010. 12. 22.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