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미끄러지기 쉽다. 쉽게 미끄러지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데, 하나는 스키와 스케이트와 썰매를 타기에 좋다는 것이고 하나는 다치기 쉽다는 점이다. 나쁜 점을 어떻게 나쁘지 않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왜 미끄러질까?
물리학에서는 미끄러지는 이유를 아주 간단히 설명한다. 두 물체의 경계 사이에서 두 물체를 붙잡고 있는 최대 정지 마찰력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대 정지 마찰력은 물체에 작용하는 수직항력에 비례하는데, 수직항력은 두 물체의 경계면에 수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물론 이때 마찰력을 크게 하는 방향은 두 물체가 서로 달라붙도록 작용하는 방향이며, 그 반대로 작용하면 마찰력이 작아진다. 최대 정지 마찰력과 수직항력이 비례한다고 하면, 여기서 등장하는 "비례 계수"를 "마찰 계수(Friction coefficient)"라고 부른다.

최대 정지 마찰력 = 마찰 계수 x 수직항력

이 공식만 알면 미끄러지지 않는 법과 미끄러지는 법을 모두 알 수 있다. 원래 물리학은 쉽다.[각주:1]

2. 어떻게 하면 미끄러질까? ( = 어떻게 하면 미끄러지지 않을까?)
사람이 길 위에서 걸어다닐 때 작용하는 힘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중력이고 하나는 사람이 만드는 힘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힘이 있겠지만 그 나머지는 분석에서 제외하자. 문제는, 이 힘들이 항상 우리에게 마찰력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물리학 실험에서 마찰계수 측정을 하는 실험을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경사가 있는 빗면에서는 중력이 수직항력과 함께 표면에 평행인 힘의 성분을 함께 만든다. 두 힘중에서 표면에 평행인 힘의 성분이 어떤 값을 넘어서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그런 지점이 항상 존재해야 하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데, 빗면이 중력에 대해서 완전히 수직이면 (땅바닥) 아무것도 미끄러지지 않고, 빗면이 중력에 대해서 완젼히 평행하면 (그냥 벽) 모든것이 미끄러진다. 따라서 그 사이의 어딘가에는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지점이 항상 존재한다.

사람이 만드는 힘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만드는 힘인데 왼발이 앞에 있다고 할 때 그 다음에 내딛는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려면 왼발은 뒤로 보내야 한다. 지표면의 관점에서는 왼발이 정지되어 있고 오른발이 앞으로 나가지만, 사람의 관점에서는 왼발이 뒤로 가면서 오른발이 앞으로 나간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어 줄 때 오른발은 공중에 떠 있고, 따라서 왼발에서 형성되는 마찰력만이 걸어가는 순간의 마찰력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오른발이 작용하는 왼발에 대한 반작용이 지면에 대해 평행하게 작용하는, 즉 미끄러지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는 힘이다.

미끄러지지 않는 동안에 작용하는 정지 마찰력의 크기는 항상 외부에서 표면에 평행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외력)의 크기와 같다. 미끄러지지 않으므로 마찰력이 더 커도 안되고 외력이 더 커도 안된다. 하지만 마찰력의 한계인 최대 정지 마찰력을 넘어서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마찰력의 한계인 최대 정지 마찰력은 위에서 말한대로 수직항력과 마찰계수의 곱과 같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단 1가지 조건만 만족시키면 된다.

외력이 최대 정지 마찰력보다 작아야 한다.

외력이 최대 정지 마찰력보다 작다는 조건을 만족시기 위한 3가지 방법이 있다. 외력을 작게 하거나, 마찰계수를 크게 하거나, 수직항력을 크게 한다.

우선, 경사가 낮을수록 덜 미끄러진다. 경사가 낮다는 것은 표면이 중력 방향에 대해 수직에 가깝다는 것이다.[각주:2] 경사가 낮을수록 덜 미끄러지는 이유는 수직항력이 커지고 중력이 표면에 대해 평행하게 작용하는 힘 성분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비탈면을 안 다니면 된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눈길도 굴곡이 있어서 비탈면을 항상 피해다닐 수는 없다.

중력에 의해 생기는 외력을 작게 하는 것은 경사면의 각도를 조절해서 얻을 수 있고, 사람이 걸어갈 때 생기는 외력을 작게 하는 것은 걷는 속력을 줄여서 얻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걸어갈 때 작용하는 외력은 내딛는 발이 버티는 발에 작용하는 반작용이다. 따라서 내딛는 발을 앞으로 강하게 밀 수록 버티는 발은 더 강한 외력을 받는다. 걷는 속력이 작아지면 내딛는 발이 앞으로 가는 속력이 작아지므로 최대 가속도 역시 작아진다.[각주:3] 가속도가 작다는 것은 힘이 작다는 뜻이므로[각주:4]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다.

수직항력을 늘리는 방법은 위에서 아래로 눌러주는 뭔가가 있으면 된다. 경사각을 낮게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으므로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장바구니를 들고 가거나, 사람을 업고 가거나, 로켓 엔진을 위로 향하도록 발사하거나 등등. 단, 이 방법은 마찰계수가 너무 작을 때에는 수직항력이 엄청 커져야 하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 몸무게가 무겁다고 해서 눈길에서 안 미끄러지는건 아니라는 걸 보았듯이 말이다.

아니면 마찰계수를 크게 할 수 있다. 마찰계수는 표면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다. 표면이 거칠거나 끈적끈적하면 마찰계수가 커진다. 매끈하면 작아진다. 눈길이라면 모래를 뿌리거나 눈을 녹여서 맨땅을 내놓거나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눈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주머니에 흙을 넣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므로 길을 관리하는 곳에서 아직 흙을 뿌려놓지 않았다면 사용이 어렵다. 또는 신발에 뭔가를 붙이거나 가시가 박힌 신발(=축구화?)을 신으면 된다.

눈과 얼음의 마찰계수 중 어느것이 더 클까? 눈이나 얼음이나 물이 얼어버린 것이니까 그게 그거지만, 눈은 가루 상태이므로 얼음보다 약간 더 마찰계수가 크다. 제일 위험한건 물이다. 얼음 위에 물이 약간 녹아 있으면 매우 미끄럽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 조금 덜 미끄러지는 방법을 알 수 있는데, 얼음 위에 녹은 물을 흡수해 버리는 방법이 있다. 양말이나 기타 천조각 등을 신발에 덧대고 걸어가면 된다. 그럼 마찰계수가 커져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다. 단, 자연스럽게 상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양말을 신발위에 신고 걸어다니는 건 정신적 충격이 크므로 극한의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필살기 정도로 남겨두기를 권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눈에서만 미끄러지는 것은 아니다. 외력이 최대 정지 마찰력보다 크기만 하면 미끄러지므로 맨땅에서도 충분히 미끄러질 수 있다. 단지 맨땅과 신발의 마찰계수는 매우 크기 때문에 잘 미끄러지지 않을 뿐이다.

참고한건 아니지만 검색해보니 이런 글들이 있다.
http://ns2.bit.ac.kr/~shs0308/refer/50203.htm
http://knol.google.com/k/%EC%97%BC%EC%9E%AC%ED%98%84/%EB%AC%BC%EB%A6%AC%ED%95%99%EC%9D%84-%EC%9D%B4%EC%9A%A9%ED%95%98%EC%97%AC-%EC%82%B4%ED%8E%B4%EB%B3%B8-%EB%88%88%EA%B8%B8%EC%97%90-%EB%AF%B8%EB%81%84%EB%9F%AC%EC%A7%80%EC%A7%80-%EC%95%8A%EB%8A%94-%EB%B0%A9%EB%B2%95/1ksjrqw5x51io/18#
예전에 참고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글이 나와서 표절이라고 누군가 난리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방어 차원에서 링크를 적어둔다.
다음은 "넘어지지 않을거야"인데, 길어져서 일단 잘라낸다. (즉, 다음에 계속...)

---
추가 :
PHYSICS PRIZE: Lianne Parkin, Sheila Williams, and Patricia Priest of the University of Otago, New Zealand, for demonstrating that, on icy footpaths in wintertime, people slip and fall less often if they wear socks on the outside of their shoes.
REFERENCE: "Preventing Winter Falls: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a Novel Intervention," Lianne Parkin, Sheila Williams, and Patricia Priest, New Zealand Medical Journal. vol. 122, no, 1298, July 3, 2009, pp. 31-8.
: 양말을 신발 밖에 신었을 때 눈길에서 덜 미끄러지고 넘어진다는 연구 (뉴질랜드)

진짜 있네...-_-;

  1.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2 곱하기 8 같은 계산을 어렵게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본문으로]
  2. 수학적으로는 "표면의 방향"이 "중력의 방향"과 평행하다고 한다. [본문으로]
  3. 최종 속력이 작다는 것이 항상 가속도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단, 이 경우에서 "걷는 속력"은 "평균 속력"을 의미하는데, 최대 가속도가 엄청 큰 상태에서 평균적인 걷는 속력만 작아지려면 걸음걸이가 이상해진다. 내딛는 발이 한번에 휙 나간 다음 다리를 한참동안 천천히 앞으로 뻗은 후 다시 순식간에 정지시켜야 하는데, 사람의 다리의 길이는 아무리 루저가 아니라고 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평균 속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본문으로]
  4. 힘 = 가속도, 뉴턴. [본문으로]
by snowall 2011.01.02 11:43
  • 하루 2013.01.01 18:43 ADDR EDIT/DEL REPLY

    이글을 읽다가 생긴 의문 : 책에서 읽은 내용이기도 하고, 블로그에 서술되어 있기도 합니다.
    (http://blog.naver.com/at3650/40123188149)
    접촉면적의 영향은 오랫동안 물의를 일으킨 문제였다. 아몬턴이 가장 골치를 썩힌 문제이다. ....
    사실 접촉면적에 비례한다는 데이터도 많이 있었던 것이다. (접촉면이 충분히 젖어 있거나 기름막으로 되어 있거나 기름막으로 되어 있거나 하면 면적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오늘 날 잘 알려져 있다.
    소다 누리무네 - 『마찰 이야기』電波科學社 (1973)

    기름막은 비례하다고 하면 마찰력이 접촉 면적과 '항상' 상관없다.. 라고 말하기엔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은가요?

    • snowall 2013.01.02 00:29 신고 EDIT/DEL

      현실에서는 물론 마찰력과 면적이 관련있습니다. 이론적으로만 마찰력과 면적이 무관한 거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