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가 어렵다. 물리를 어려워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물리는 어렵다. 물리는 진짜 어렵다. 물리학 전공을 하긴 했지만 물리가 쉽지는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10년간 물리와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서 물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한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면 좀 더 쉬운 수준에서 설명하고, 그 사람이 아는 수준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식으로 해서 이해시키는데 실패한 경우는 대체로 두가지 경우로 나누어 지는데, 하나는 나에게 원인이 있고 하나는 질문자에게 원인이 있다.

나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는 내가 질문에 나온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쉽게 설명한다고 도입한 여러가지 비유나 사례들이 잘못 작동한다. 설명하다가 꼬이기도 하고 모순이 발생하거나 사례가 적절치 못하여 설명을 진행하지 못하고 막히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공부를 해서 완전히 이해한 후에 가르쳐주는 것으로 대답을 미룬다. 시험 기간에는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질문자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는, 내가 생각한 수준보다 더 심각하게 기초가 부족한 경우이다. 어떤 경우, 나는 자연스럽게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그 이전에 이상 기체가 뭔지 이해하지 못하고 상태 방정식이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가 아무리 쉽게 설명해봐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걸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더 기초적인 개념부터 출발해서 순서대로 이해해야 한다. 질문자가 조급하면 그런 기초 개념들을 자기가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위를 설명해달라고 하는데, 백날 설명해봐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일 뿐이다. 그러다가 결국 포기해버린다.

대학교 1학년 학생에게 어떤 개념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걸 완전히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리처드 파인만의 주장을 굳이 따르지 않더라도,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는데 남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불가능한 일이다. 답변하는 사람이 모든 질문을 답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개념을 모두 알고 있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언가에 대해 답변하고 있는 중이라면 바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어떻게 검증될 수 있을까? 어떤 개념이 정확하게 이해되었다면, 그 개념을 사용한 문제라면 어떤 것이든 풀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책이든, 좋은 강의든, 좋은 설명을 듣는 것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결국 이해하려고 하는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설명하는 사람은 완전히 이해하여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데 질문한 사람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기초가 그 설명을 이해하기에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경우를 해결하려면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 그래서 생각해 보자. 물리학은 어렵다. 만약,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기회를 좀 여러번 놓치는 바람에 기초를 쌓지 못했고, 그래서 이제 공부를 하려고 하니 너무 어려워서 손도 댈 수 없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물리학을 독학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일단 물리학이 어렵다는 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다. 물리 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은 없다. 겉보기에 멋진 것들도 실상을 까보면 혹독한 수련과 연습을 거쳐야 가능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파인만 다이어그램은 그림이 가져다 주는 직관적인 이해가 너무나도 직관적이어서 그거 그림을 그릴 줄 알면 입자물리가 다 풀리는 줄 아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각주:1] 그게 끝이 아니다. 그 그림 한장 그려놓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적분이 수백장이 이어진다. 교양 물리학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물리학의 본질 중에서 아주 재밌는 부분만 꺼내서 아주 이해하기 쉽게 포장해서 다 떠먹여 주는, 이유식 같은 수준의 내용이기 때문에 만약 그것만 보고서 물리학에 대해 환상을 갖고 한번 공부해 보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흥미는 그대로 두고 환상은 깨기를 권장한다. 물리학의 진짜 맛은, 이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헤치는 것이다. 그게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는데, 어렵건 쉽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정말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물리학의 맛이다.

어려울 것이라는 건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마냥 어렵기만 한 건 아니다. 일단 물리학이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는 수학이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 수학을 빼면 뼈대가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은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다. 선형대수학과 미분적분학 정도면 물리학 석사 수준까지는 무난히 공부할 수 있다. 박사 과정에 가더라도 분야에 따라서 요구되는 수학의 수준은 달라지기 때문에, 수학을 아주 못하지 않는 한, 물리학을 공부하는데 수학이 발목을 붙잡지는 않는다.

그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등학교에서 물리학 수업을 들었고 그 수업의 시험 성적이 80점 이상이었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용어에 대한 이해는 하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대학 교양 물리학 수준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물리의 개념과 방법론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쿼크로 이루어진 세상(Alles quark)" 같은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길 원하는 사람들이 대학교 일반물리학 교재를 하나 사서 공부하기 시작하는데, 만약 대학교에서 일반물리학 수업을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그보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학없는 물리(Conceptual physics)"같은 책을 차분히 읽는 것이 좋다. 물론 이 책이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책을 읽을 때 대충 읽지 말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각 개념들을 가급적 정확하고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다. 책을 읽는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내가 권장하는 방법은 일단 한번이나 두번 정도 빠르게 속독으로 읽고 한번 더 정독으로 읽는 것이다. 속독으로 읽을 때에는 한권을 읽는데 1주일 이상을 넘기지 않고, 정독으로 읽을 때는 명확하게 이해될 때까지 한 장을 넘기지 않는다.

어느정도 기초적인 개념이 쌓여서 물리학적인 개념을 사용해서 생각하는 법을 익혔다면, "생각하는 물리(Thinking physics)"같은 문제집을 사서 읽어보는 것도 좋다. 문제집이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문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만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 책이다. 여기까지 공부했다면 일반물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 강의의 80% 이상을 이해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제 대학교 1학년이 공부하는 일반물리학을 공부해볼만한 상황이다. 여기부터는 제대로 "어렵다"고 말하는 수준이므로 난이도의 벽에 부딪쳐서 좌절하지 않도록 한다.

일반물리학 교재는 좋은 책들이 아주 많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뭔가를 지칭하기는 그렇지만, 뭘 사야 할지 기준조차 없다면, Serway의 책이 괜찮은 듯 하다. 일반물리학을 공부하려면,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때 물리 공부하듯이 해야 한다. 설명을 읽고, 예제를 풀어보고, 예제의 설명을 읽고, 뭔가 이해가 되면 연습문제를 풀어본다.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물리학 질문을 받는 게시판에서 검색을 해 보고, 이해하고, 이해가 안되면 질문을 올려본다. 이 과정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범위를 지정해서 서로에게 설명해 주는 방법이 매우 좋다. 그리고 Feynman의 물리학 강의록은 가급적 영어와 물리가 둘 다 잘 되는 경우에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일반물리학 수준을 넘었으면 이제 전공 수준이다. 여기부터는 사실 대학교 가서 강의를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이 이상의 수준을 공부하고 싶다면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그렇지 않고 독학으로 공부하는 건 힘들고 괴롭고 이해도 안되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자신의 실력을 평가할 곳도 없어서 이상하게 공부해 버리는 폐단이 있다. 굳이 독학으로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다음의 순서대로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옆에 괜찮은 책의 저자를 표기해 둔다. (사실은 내가 공부한 책들.)
1. 고전역학(Marion)
2. 전자기학(Reitz)
3. 양자역학(Eisberg/Resnick)
4. 열/통계 역학(Reif)
5. 광학(Hecht) (광학은 전자기학을 공부한 이후에 언제 해도 무방하다.)
6. 핵물리학
7. 플라즈마 물리학
8. 고체 물리학
9. 입자 물리학
1번부터 5번까지는 "기초"이고, 대략 2~3학년때 배우는 과목들이다. 6번부터 9번까지는 본격적인 전공과목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과목이다. 전공을 할 것이 아니라면 이걸 다 잘 알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학부 수준에서는 다 잘하는 것이 좋다.

상대성이론은 어디에 있나요?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특수 상대성 이론은 고전역학의 끝과 전자기학의 끝에서 각각 다룬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은 대학원 과정이다.(학부에서 배우는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텐서 기하학을 학부 수준에서, 그것도 수학과가 아닌 학생들이 공부하기에는 벅차다.)

대학 수준의 과목들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은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책 보고 열심히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교재에는 좋은 연습문제와 예제가 제공되기 때문에 많이 풀어보면 그만큼 실력이 늘 것이다. 연습문제의 답은 없지만 실력이 쌓이면 자신이 맞게 풀었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준까지 공부하고 제대로 이해했다면, 학부 수준의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수준의 물리학을 이해한 것이다. 만약 물리학 논문들을 읽고 싶다면 대학원 수준까지는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럼 다시 다음의 순서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1. 고전역학/해석역학
2. 전자기학
3. 고전 양자역학
4. 상대론적인 양자역학
5. 양자장론
6. 고체 물리학
이외에 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새로 공부해야 한다. 아무튼 이정도까지 깊이있게 공부하면 논문을 좀 읽을 수 있다. 물론 논문을 읽는다는건 연구를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추가적인 내용은 댓글로. 글이 주제가 없는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1. 그건 어쩌면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QED강의"가 너무 쉬워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01.09 01:46
  • goldenbug 2011.01.09 23:23 신고 ADDR EDIT/DEL REPLY

    ㅎㅎㅎㅎ
    물리학이란 학문은 참 애매한 것 같기도 해요.
    수학도 그렇고, 원리도 그렇고.. 수학과와 공대의 중간쯤에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석사과정 과목들을 모두 공부해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사실은 텐서도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 snowall 2011.01.10 09:32 신고 EDIT/DEL

      물리학은 그 내용은 순수하고 방법론이 공학적이죠. 그래서 애매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 goldenbug 2011.01.10 22:35 EDIT/DEL

      음... 근데....
      물리 어렵다는 말을 대외적으로 하시는 건 좀 안 좋은 거 같아요....
      어렵건 쉽건 일단 물리학과 들어오면 누구든 따라가기 마련인데 미리 겁 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요. ^^

    • snowall 2011.01.10 22:52 신고 EDIT/DEL

      못 따라오는 애들이 물리 욕하고 다녀요. -_-;

  • Sin jun seob 2011.02.27 15:04 ADDR EDIT/DEL REPLY

    이번에 대학교 2학년이 되는데, 물리를 전혀 못합니다 ㅠㅠ
    일반물리학1은 커녕 고등학교 수능 물리도 어렵네요.

    2010년1학기때 일반물리학1을 들었으나,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도 안되더라고요.
    수학으로 말하자면 미분을 모르는 상태로 미분방정식을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ㅠㅠ
    공업수학에서도 수학문제 풀이는 쉽게 하지만 모델링 식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수능과목을 화학1,2 생물1,2를 했더니 물리쪽에서는 항상 뒤쳐지네요.
    이번 방학에 나름 열심히 물리공부를 했으나, 수능 물리 모의고사 30점 겨우 나오네요.
    부족한 과목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ㅠㅠ


    이번에 수강과목중 공학역학과 전자기학이 있더라고요,
    만약 제가 이 상태로 공학역학과 전자기학을 듣는다면 과연 이해를 하고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제가 이 두 과목을 듣기위해서 선수과목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냉정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ㅠㅠ

    • snowall 2011.02.27 15:39 신고 EDIT/DEL

      이해가 안되면 전부 외우세요. 예제와 연습문제의 문제와 풀이를 모두 외우고, 비슷한 문제가 나올 때 응용하는 연습을 하는게 중요합니다.

      이번 학기에 공학역학과 전자기학을 듣는다고 하면, 일단 부족한 기초를 다지는 건 이미 늦었고, 수업을 열심히 듣고 교수님께 질문을 많이 하세요. 멍청한 질문이라고 욕들을 각오 하고 모르는 건 무조건 질문해야 합니다. 이해 될때까지 설명을 듣고,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다 외우세요.

      물리학과에 아는 친구가 있다면 술과 밥을 바치고 많이 물어보세요.

      제 블로그에 물리 공부와 관련된 글이 몇개 더 있으니까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 4학년 2016.03.19 00:12 ADDR EDIT/DEL REPLY

    복수전공으로 물리학을 하고 있는 국립대 4학년 학부생입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학을 한 상태고요. 앞으로 물리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지만 현재 제 상태 때문에 싱숭생숭하여 구글에 물리학에 대해 어떻게 공부해야할까에 대해 찾아보다가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이라 이 댓글을 보실 진 모르겠다만 혹시나 해서 조언을 구하고자 댓글을 남겨봅니다..

    거진 3년 간 물리학과 수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게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게 아니라 전혀 없는 거죠. 성적은 좋습니다. 당시엔 성적이 좋은 것이 제가 이해를 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저 수업에 맞게, 교수님에 맞게 '공략'을 잘 한 것 같습니다. 애초에 수업때도 이해가 아니라 그 상황을 이해했다고 믿은 수준 밖에 안되는 것 같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다 잊어버리는 휘발성 지식으로 남았고요. 위에 말씀하신 이상기체를 예로 들 때가 딱 제 상황입니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꿈은 야무진데 이 부실한 기초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는 지 부터 의문입니다. 물리학적으로 생각하는 법부터 익히기 위해 말씀하신 수학없는 물리부터 찬찬히 봐야하는지. 선배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일단 대학원을 진학하라고만 합니다. 모든 걸 완벽히 하고서 대학원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요. 그러기엔 너무 찜찜한 제 상황입니다.

    • snowall 2016.03.19 00:51 신고 EDIT/DEL

      음, 답변을 해드릴 수 있는데요, 일단 대학원에 가서 어느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 그리고 이론-전산-실험 중에서 어느 방법을 해보고 싶은지 등을 알려주시면 좀 더 좋은 답이 나올 것 같네요. 그리고 대학원 졸업후에 어떻게 할 생각인지도 알려주시고요.

    • 4학년 2016.03.19 15:42 EDIT/DEL

      먼저, 빠른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천문학을 전공하면서 물리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학생이고요. 세부분야를 완전히 좁히진 못했지만 항성과 관련된 천체물리학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이 역시 이론이냐 관측이냐로도 나뉘지만 아직은 어디로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사는 해외에서 하고 싶고, 그쪽에 취직하여 정착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댓글에서 말한 제 상태에서 계속 악순환인 것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배워나가면서 어떤 분야가 끌리는지 어떤 분야는 싫은지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학기 단위로 바짝 해치우고 휘발되버리니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들은 수업은 많은데 확실히 내 것이 된 수업은 없는 것 같아서 기억엔 없고.. 그러다보니 전공 처음 배우는 1,2 학년들처럼 세부분야를 확실히 못 정하는 상태로.. 이런 식의 악순환하는 느낌입니다..

      천문학을 배우면서 필수적으로 엮였던 과목이 특히 고전역학, 전자기학, 열/통계역학이었고, 양자역학은 세부분야에 따라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선형대수학, 공학수학도 필요하고요. 모두 들었던 수업이에요. 이 정도는 최소한 기초는 잡아놔야 글에서 말씀하신데로 대학원을 가서 수업을 듣는 뭐를 하든 대화가 되고 더 깊게 배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거의 키우질 않았으니 그거 나름대로 말씀하신 책으로 해보고, 전공은 전공 나름대로 여태 배웠던 전공들 찬찬히 다시 봐야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혼란스러운 상태가 말로 잘 표현이 안되서 답답하네요..

    • snowall 2016.03.19 20:52 신고 EDIT/DEL

      연구는 공부랑은 좀 달라서, 꼭 기억해야만 뭐가 되는건 아닙니다. 기억하는게 많으면 많이 편하고 유리하긴 하지만, 기억력이 연구능력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아요. 다만, 들었던 내용 개념이 어디서, 어느 책에서, 어느 논문에서 나왔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고 잘 안되면 메모를 상세히 해두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습니다.
      천체물리학을 하려고 한다면, 일단 국내의 적당한 대학원, 아마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의 대학원이 편하겠죠, 에서 일단 석사학위를 받고 유학을 갈 것을 추천합니다. 남학생이라면 군대 문제 먼저 해결하시고요. 석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석사가 필수여서가 아니라, 유학 가는데 연구 경험이 있으면 좀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연구경험은 학술지에 출판한 논문으로 증명합니다. (논문이 없으면 잘 안먹혀요.) 현재 다니는 대학에 희망하는 연구분야가 없다면 최대한 비슷한 분야로 공부하면 될 겁니다. 천체물리학이 없다면 상대론, 입자물리학, 핵물리학 등이 있을 수 있겠네요. 아님 플라즈마 물리학도 좋고요. 사실 고체물리학도 연관지으려면 연관지어집니다.

      대학원 진학은 능력도 필수적이지만, 끈기, 열정, 체력, 그런것들도 중요합니다. 그런것들을 종합했을 때 본인이 최소 4년에서 길게는 8년간 삽질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해 보세요. 돈도 필요할거고요.

      졸업하고나면 그 다음의 길이 보일거예요. 여기에 대해서는 "박사학위로는 부족하다(Ph.D is not enough)"라는 책이 있습니다. 한글판 영문판 둘 다 있으니 한번 구해서 꼭 보세요.

      그리고 영어공부 시작하시고요. 영어 못하면 꿈이고 열정이고 필요없고 그냥 망합니다.

      답변이 부족하면 더 질문하셔도 됩니다.:)

    • 4학년 2016.03.20 02:14 EDIT/DEL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좋은 답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군 문제는 해결됐고요, 영어 공부 또한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추천해주신 책도 꼭 읽어보도록 할게요.

      하지만 특히 걱정되는 건 현재 상황이네요. 그저 들었던 수업에 맞게 열심히 '공략'만 잘했을 뿐 물리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은 거의 키우지 못한 것과 이로 인해서 들었던 전공 지식들도 한 학기만 지나면 휘발해버리는 것. 지금이라도 뜯어고쳐야 할 것 같긴 해요. 혼자서 제대로 공부할 줄은 알기나 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정말 기초적인 내용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수준이라 생각돼서 과연 대학원에서 공부할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고, 더 나아가 과연 내가 정말 이 길이 맞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면서 최근에 부쩍 방황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내 것이 된 지식들도 없기에 당연히 세부분야는 정할 수 조차 없겠지요. 학부 4학년이래봤자 많이 아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 좀 심해서 청소년이나 비전공자들이 피상적으로 접한 것만으로 아 이게 재밌지 않을까 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나 싶습니다.

      종종 방학에 하는 여름/겨울학교나 세미나를 가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거나 그들이 하는 질문을 들어보면, 같은 학년인 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아직은 미련이 남았는지 정녕 내가 이 길이 아닌가에 대해 정하기 전에, 배웠던 내용들을 다시 제대로 공부해보고 나서 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리학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든 전공 지식이든 제대로 다져보고 싶은 욕심이 나네요. 마치 고등학교 시절 내신 기간에만 바짝 집중해서 좋은 성적 받고, 모의고사와 수능에서는 제대로 힘도 못 써본 느낌 같아요.

      정말로 계속 공부할 마음이 있다면, 아마도 별 수 없이 시간 내서 기반은 닦아놓고 가는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졸업이 다가오면서 너무 혼란스럽다 보니 이런 고민 상담을 하게 되네요..

    • snowall 2016.03.20 20:21 신고 EDIT/DEL

      석사 정도는 취업에도 도움이 되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그러면서 연구라는걸 경험할 수 있고, 유학가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도전해 보세요. 석사과정 해 보고 안맞으면 진로를 바꿀 수도 있고, 전공을 바꿀 수도 있고, 취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잘 맞으면 박사과정까지 가는 거고요.
      저는 입자물리학으로 석사를 받고, 취업해서 1년간 일하다가, 광주과학기술원에서 4년간 초강력 레이저 연구실에서 일하고(병특), 지금 카이스트에서 양자광학 전공중입니다. 석사는 아무튼 해볼만해요.

    • 4학년 2016.03.20 23:34 EDIT/DEL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열심히 해볼게요!

  • pgw 2016.05.27 12:39 ADDR EDIT/DEL REPLY

    오래전 글인데 리플을 읽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리학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반물리학을 너무 알고 싶은 대학생입니다. 글을 읽고 수학없는 물리학을 읽으면서 미적분학 공부했던 내용을 빠르게 리뷰하고, 그 다음에 추천해주신 Serway의 일반물리학 책을 보려 합니다. 질문이 두가지 정도 있는데요.

    1. 문과 출신이지만 수학없는 물리의 내용을 읽고 따라갈만 하면 일반물리학 이전에 이 책으로 한번 공부하는것도 괜찮을까요?

    2. 중간중간에 연습문제들, 예제들은 어째야 할지 궁금합니다. 예제만 풀고 속독과 정독을 한뒤 Serway에서 연습문제까지 풀도록 할까요?

    3. 경제 수학을 공부했던 적이 있어서 기초적인 미적분이나 선형대수를 다루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요(다시 리마인드가 필요하지만..) 일반 물리학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는것인지, 나아가서 앞으로 물리학을 공부할때 수학의 수준은 소홀히 하지는 않되, 물리학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추면 되는거고 거기에 함몰될 필요는 없는건지 궁금합니다.

    • snowall 2016.05.27 16:49 신고 EDIT/DEL

      1. 네. 괜찮은 생각입니다.
      2. 연습문제는 몰라도, 최소한 예제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세요.
      3. 물리학은 직관적, 경험적인 설명과 수학적, 이론적인 설명을 동시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관에만 몰입하면 형이상학이 되고, 이론에 몰두하면 수학이 되거든요. 방정식의 물리적 의미, 계수의 물리적 의미 등을 생각하면서 계산을 하세요.

  • pgw 2016.05.27 12:39 ADDR EDIT/DEL REPLY

    오래전 글인데 리플을 읽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리학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반물리학을 너무 알고 싶은 대학생입니다. 글을 읽고 수학없는 물리학을 읽으면서 미적분학 공부했던 내용을 빠르게 리뷰하고, 그 다음에 추천해주신 Serway의 일반물리학 책을 보려 합니다. 질문이 두가지 정도 있는데요.

    1. 문과 출신이지만 수학없는 물리의 내용을 읽고 따라갈만 하면 일반물리학 이전에 이 책으로 한번 공부하는것도 괜찮을까요?

    2. 중간중간에 연습문제들, 예제들은 어째야 할지 궁금합니다. 예제만 풀고 속독과 정독을 한뒤 Serway에서 연습문제까지 풀도록 할까요?

    3. 경제 수학을 공부했던 적이 있어서 기초적인 미적분이나 선형대수를 다루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요(다시 리마인드가 필요하지만..) 일반 물리학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는것인지, 나아가서 앞으로 물리학을 공부할때 수학의 수준은 소홀히 하지는 않되, 물리학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추면 되는거고 거기에 함몰될 필요는 없는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