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서 오래간만에 "장자"를 읽었다. 역시, 언제 어디를 읽어도 생각을 깊게 할만한 주제를 여러개 던져주는 고전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제물론의 "장자의 나비꿈" 이야기일 것이다. 꿈에 나비가 되어 정말 즐겁게 놀았는데, 꿈에서는 내가 나인것을 모르고 즐거웠으나 깨어보니 나는 나이고 나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의 나인가, 아니면 사실은 나비가 실제이고 나는 꿈꾸고 있는 존재인 것일까.

이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수없이 인용되어, 매트릭스나 인셉션 같은 영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 세상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타인"이란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과 엮어져서, 무엇이 진짜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결코 구할 수 없으리라는 점이다. 이 모든것이 꿈이라면, 꿈이기 때문에 꿈 속의 이 삶은 과연 가치가 없는 것일까? 실제의 세상만이 오직 가치있는 단 하나의 현실일까? 꿈인지 아닌지 알 방법은 없다. X-japan의 유명한 노래 Art of life에서는 "꿈이라면 깨게 해줘, 현실이라면 나를 죽여"라고 노래하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꿈이거나 실제이거나, 어느쪽이든지 상관 없이 분명한 것은 내가 느끼고 있는 현실이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가야 할지 결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슬레이어즈"의 테마곡 중 하나인 Just be conscious에서는 "다음번 인생 따위는 기대할 수 없으니까 현실에 충실하자"는 가사가 있다. 나는 장자의 도를 이렇게 해석한다.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조차 중요하지 않고, 느끼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현재를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장자는 죽음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죽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장자는 사람들에게 죽으라고 말한적이 없다. 죽음에 휘둘리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꿈이라면 꿈인 그대로, 현실이라면 현실인 그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을 어떻게 하려고 들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그건 원래 그런 거니까 내가 걱정할 바가 아니다. 진짜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은 그것조차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더 좋다. W&Whale은 노래 R.P.G에서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그것이 살아가면서 유지해야 할 유일한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조차도 없으면 더욱 좋다.
by snowall 2011. 1. 22.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