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난 후, 마법 담당이자 아레스의 담임 교사인 토시 선생은 아레스를 불렀다.

치료소에서 힘들었나보구나. , 이전에 마법은 전혀 배워본적 없지?”

...”

이거 받아라

토시 선생이 서랍 속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서 준다.

너가 입학시험때 작성한 답안지인데, 혹시 무슨 뜻인지 알고 답을 쓴거니?”

아레스가 그 종이를 받아서 펼쳐보았다. 하지만 토시 선생이나 기타 다른 채점관들이 알 수 없는 것들을 아레스가 알리가 없다.

모르겠는데요

일단은 너가 갖고 있어라. 다른 사람들은 갖고 있어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주머니에 적당히 접어서 넣었다.

저기...마법은 어떻게 쓰는 건가요?”

우선은 마법이 뭔지에 대해 이해부터 해야겠지

“...”

아레스가 듣게 된 지루한 강의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건너 뛴다. 몇주 후, 중간 평가 시험을 보게 되었다. 1년에 평가시험은 4번 보게 되는데, 입학한 첫 해의 4번의 성적을 모두 종합해서 학생의 소질을 평가하고 그 다음해에 어느 과정으로 본격적인 입문을 할지 정하게 된다. 시험문제는 일반적인 언어가 아니라 룬 문자로 주어진다. 그 룬 문자를 해석하고 거기서 어떤 마법이 파생되는지를 다시 룬 문자로 적는다. 룬은 읽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험지를 읽는것조차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오죽하면 학생들 중 절반 정도는 시험지를 읽다가 잠들어 버리는 일이 대부분이다. 물론 여기서 잠든 학생들은 부적격자로 깨어나면 깔끔하게 퇴교 처리가 되어 있으므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법을 계속 배우고 싶으면 다음 해에 다시 입학시험을 쳐야 한다.

으윽...이런문제가 나올줄이야...”

문제를 읽고 고심하던 아레스의 머리에 답이 스쳐지나갔다. 이미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문제 자체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읽는데 너무 많은 마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아레스는 답을 쓸 마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아하! 맞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은 그의 품 속에 들어있던 종이조각, 정확히는 그의 입학시험 답안지였다. 아레스는 그 답안지에 적힌 것이 뭔지는 몰라도 그 종이가 일종의 부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부적은 일반적으로 마법을 담아두거나 하는데 사용되는데, 부적을 찢어버리게 되면 안에 담겨있는 마력이 한순간에 해방되면서 마법이 구현된다. 아레스는 그 답안지를 몰래 꺼내서 입안에 넣고 씹어서 삼켜버렸다.

우걱우걱...

아레스 군, 지금 뭐했나?”

시험감독관이 아레스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다가왔다.

우웁...꿀꺽...

아레스 군? 입 안에 뭔가 있지?”

...아무것도 없는데요...

없어?”

그 감독관이 아레스의 입을 벌렸다. 하지만 이미 그것은 목구멍 뒤쪽으로 넘어간 뒤,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이상한데. 주의해

...”

하마트면 걸릴 뻔 했다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아레스는 갑자기 마력이 충만해 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답안 작성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엄청난 마력이다. 어쨌거나 답은 작성하고 시험이 끝났다.

 

시험이 끝나고, 성적에 따라 수준별로 반이 재편되었다. 물론 아레스는 고급반으로 이동되었다. 고급반에서는 다양한 마법을 주입식으로 배우고 실습도 하는데, 가령 공격 마법을 배우는 경우에는 실전에 가까운 실습이라 방어 마법을 기본적으로 계속 사용하면서 실습에 임해야 한다. 게다가, 가르치는 교사들은 모두 마법학교를 수석급으로 졸업한 수재들로, 왕실 법사라도 한수 양보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아레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럴 때 아레스는 신을 저주하고 싶어지지만 부적빨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레스가 뭐라 할 것도 없다.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에, 졸려서 실습실 책상 위로 무한히 쓰러져가는 아레스를 깨우며 어느 여학생이 말을 걸었다.

너가 아레스냐?”

...그런데, 너는?”

난 케이런이야. 반갑다

. 반갑다.”

너 시험 볼 때 뭐 먹었...

아레스가 케이런의 입을 막았다. 손으로.

아퉤퉤 아우 짜! 뭐야 갑자기

, 미안. 본능적으로 손이 나가네 아하하하하하... 딴얘기 하자. 상급반에서는 뭘 배우는...아아아악?!”

!

! 여기 일렉트릭 볼트닷!”

블랙 쉽 월!”

순간, 허공에 검은색 막이 생기며 아레스와 케이런 주변의 번개가 사라졌다.

파지지직!!!

...고맙...”

아레스가 자신을 방어해 준 케이런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이번엔 내차례다! 하이퍼 쉐도우!”

쿠아아아아!!!!

케이런이 내쏜 검은색의 날카로운 기류가 지면에 수평으로 공기를 가르며 나간다.

라이트닝 볼트!”

쐐애애애액!!!

번쩍거리는 빛의 기류가 검은 기류와 맞부딪혔다.

콰과광!!!

폭음과 자욱한 먼지를 남기고 두 기류는 서로 충돌하여 없어졌다.

뭐야!”

실습이 중단되고 실습실 안에서 훈련을 진행중이던 선배들이 입구로 뛰어왔다.

누구냐?”

...저기, 안녕하세요

방금 우리를 공격한 것이 너냐?”

선배들 중의 하나가 어정쩡한 인사를 하는 아레스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그게 말이죠, 공격이 아니고...”

방금 나한테 날아온 마법이 하이퍼 쉐도우였던 것 같은데, 그건 우리 중에서는 쓸 사람이 없어. 어둠 계열의 마법은 아무도 익히지 않았거든.”

그때, 바로 그 선배가 거기까지 말했을 시점이었다.

쿠르르릉...

실습실 전체가 흔들렸다.

뭐지?”

지진인가?”

쿠르르릉...

실습실이 또다시 흔들렸다.

베이컨,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와라

아레스에게 뭔가를 따지려던 그 선배가 자기의 후배인 다른 선배에게 조사를 시켰다.

아무튼, 방금 우리를 공격한 것이 너냐? 화 안났으니까 얘기해봐.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줄게

그게, 공격하려고 한게 아니고요...”

그럼 이쪽인가?”

그는 이번엔 케이런에게 화살을 돌렸다.

저는 단지 이쪽으로 공격 마법이 날아오기에 그걸 방어하려고...”

케이런이 변명을 시작했는데, 그걸 또 방해하는 뭔가가 있었다.

휘이이이...

갑자기 어디론가 바람이 새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곳은 크기야 어떻든 실내이고, 바람이 불어서 소리가 날만한 뭔가가 없는 공간이다.

조심해! 바닥!”

예에에?”

레비테이션

선배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아레스와 케이런은 자신의 발 밑에 있는 방바닥에 검정색 구멍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으아아아아~!”

두사람은 구멍 아래로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곧이어.

쿨러럭~ 케엑~

뭔가가 뭔가를 내뱉는듯한 소음과 함께 두사람은 구멍에서 튀어져 나왔다.

털썩

켁켁...뭐죠? 이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켈베로스의 입이야. 원래 안으로 들어가면 못 빠져나오는데, 넌 운이 좋군. 그놈이 다시 토해내다니

이런게 대체 왜 여기에 있는거죠?”

그 사이 구멍은 사라져버렸다.

누군가 여기에 소환하지 않으면 나타나질 않는데...그것도 악마이거나 악마랑 비슷한 수준의 소환사이거나...”

아무튼 저는 아니예요

알아. 너가 너를 잡아먹을 놈을 부르진 않겠지. 아니, 너라면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아까 그 공격마법도 고의가 아니예요

...그건 모르겠지만, 일단 켈베로스의 출현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와야겠는데

억울하다니까요

알았으니까 됐어. 여긴 무슨 일이냐? 너도 실습 수업을 듣는 학생이야?”

선배! 비상사태! 소집!”

아까 나갔던 베이컨이 먼지투성이가 되어서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무슨일이냐?”

소집! 공격 법사 학생은 전원 소집이예요, 지금 악마 하나가 학교에 나타났답니다!”

젠장맞을...빨리 가자!”

두 선배는 아레스와 케이런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그대로 뛰어서 실습실을 빠져나갔다.

웬 악마지? 켈베로스라는 건 또 뭐야?”

켈베로스는 지옥의 입구 이름이자 그 입구를 지키는 강아지의 이름이야

그게 왜 여기에 나온 걸까?”

글쎄다. 그건 나도 궁금하네

... 구경 가자!”

? 피하는게 좋을 것... 꺄아!”

케이런은 아레스가 다짜고짜로 팔을 끌고 달리는 바람에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끌려간다.

빨리!”

by snowall 2011. 1. 25.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