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보지 말자. 작게 잡아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만 바라본다고 치자. 무엇이 세상을 굴러가게 할까?

최근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 기준금리라는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중앙은행에서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줄 때의 이자를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이 갈까? 중앙은행에서 이자를 더 받겠다고 선언한 거니까, 당연히 금융기관에서 이자를 올리지 않으면 수익율이 나빠진다. 따라서, 금융기관에서 이자를 올리게 되고, 사람이나 기업들은 돈을 빌릴 때 은행에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게 된다. 그 결과로서 사람과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생산을 해야만 한다. 한 국가에서 생산을 많이 하게 되면 어떤 이유에서든 이 물건은 팔리게 되고, 따라서 경기가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경기가 너무 나쁠 때 이런 일을 해 버리면 물건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출해서 돈을 벌어와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에 환율이 나쁘다면, 즉, 원자재를 비싸게 사서 물건을 싸게 팔아야 한다면 결국 국가 경제 기반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궁금증은 애초에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돈을 벌고, 그 돈을 어딘가에서 다른 물건을 사고, 그 물건값은 다시 물건을 만드는데 재투자 되는데 대체 어디서 돈이 나오는 걸까? 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돈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다. 기준금리만큼의 돈이 국가 전체에서 돌고 있는 돈의 규모에 비례해서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이 즉시 국고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고, 물건이나 서비스의 형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경제를 굴러가게 만들겠지만.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에 대한 원론적인 대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고 돈을 받는다." 고객은 대체 무엇을 원하는가? 그에 대한 해답은 이미 수천가지의 직업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당신의 고객은 당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다. 야채장사를 한다면 아줌마들이 주 고객일 것이고, 은행원이라면 대출받으러 온 사람일 것이고, 직장인이라면 회사 사장이다.[각주:1] 동시에, 나는 타인의 고객이 될 수 있다. 내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적은 노력으로 많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고, 또한 고객으로서는 다른 물건을 싸게 구입해야만 한다. 이것이 서로 상충하여 저절로 가격 균형이 맞춰진다는 이론이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이다. 물론 이건 지금은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되어 있다. 가격 균형이 맞춰지는건 좋은데, 이미 현대 국가는 한 개인이 모든것을 자급자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때문에 분명 누군가는 물건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하지만 이 물건이 너무 가격이 싸기 때문에 팔더라도 다른 것을 구할 수 없다면? 그런게 어떤게 있냐고? 가장 대표적인게 FTA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식량 문제다. 고기, 쌀, 뭐 이런것 등등. 농민중에는 부농도 있지만, 동시에 농가부채에 허덕이는 농민도 분명히 존재한다.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부농과 빈농이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아무튼 빈농이 있다. 물건을 만들어서 다 팔아도 다른걸 구할 수 없는, 그런 일이 바로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곡식을 국가에서 전매하는 방식을 통해서 적절한 수익률을 보장해주는데, FTA가 체결되면 그런게 불가능해진다. 불공정 거래니까.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주식은 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주식은, 내가 아는 한 아무런 물건도 오고가지 않으며 권리를 사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워낙 모르다보니,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그 결과, 배당금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므로, 주식을 산 다음에는 주식을 비싸게 팔거나 배당금을 받거나 해서 돈을 벌 수 있다. 또한,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배당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마 못받을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회사가 물건을 팔아서 낸 수익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셈인데, 주주가 회사에게 돈을 받았으니 회사는 주주의 고객이다. 그리고 회사가 원한것은 주주의 돈이었다는 점.
주식을 비싸게 판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그 회사에게서 배당금을 받을 권리를 파는 셈인데, 만약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회사라면 파는 것 보다 배당금을 받는것이 낫고, 그냥 그정도라면 살때의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게 더 낫다. 물론 이게 그리 쉬울리 없으니 주식하다가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거겠지.

이런저런 이유로, 돈은 돈을 벌기 위한 초석이 되며, 따라서 부익부빈익빈은 항상 심화될 것이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부자연스러운 방법은 사실 정부의 복지 정책이다.[각주:2] 더 중요하고 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고객이 되는 것이다. 추석, 설 명절이 되면 누구는 사과 한개에 10만원짜리 선물세트하고, 간장 한병에 1000만원하는 선물하고, 그런다는데, 그런거 다 좋다. 그게 목에 안걸리고 넘어가니까 사 먹는거겠지. 그 돈 받고 판 사람은 또 얼마나 좋겠는가. 제발, 돈을 쌓아두지 말고 좀 써라. 그래야 가난한 사람이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아무데나 써라. 그게 사치품이건 웰빙식품이건 뭐건 상관 없다. 돈이 돌지 않으면 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가고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 돈이 풀리게 되면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왜냐하면 돈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돈 많은거 자랑만 하지 말고 좀 써보란 말이다. 돈을 쓰지 않는것과 없어서 쓰지 못하는건 원인은 다르지만 아무튼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니, 왜 돈 벌어놓고 안쓰는데? 아까워서?
사실, 정부에서 국가차원의 돈을 풀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건 아주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갖고서 쓰면 그 돈은 결국 돈 많은 사람에게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 많은 사람들은 세금을 적게 낸다.[각주:3] 밑빠진 독의 밑을 막아주던가, 아니면 아예 바다속에 넣어서 밑빠진 독에 물이 가득차게 하거나, 이런식의 정책이 있어야 한다.

난 전문가가 아니므로 틀리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적 바란다.
  1. 물론 그 회사의 거래처가 고객이 될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그 거래처를 고객으로 삼는 사람은 "회사"라는 법인이다. [본문으로]
  2. 이게 나쁘다거나 필요없다거나 하는 얘기는 아니다. [본문으로]
  3. 캐난감한 상황이다 -_-;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3. 4.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