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감마선에 대해서 알아보자. 감마선은 엑스선보다 더 파장이 짧은 빛이다. 아무튼 빛이다. 파장이 짧아서 빛의 입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빛이다. 빛이기 때문에 감마선을 만드는 방법 역시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자를 가속시키는 것이고 하나는 핵의 에너지 준위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를 가속시켜서 감마선을 만들려면 엽기적인 가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못하고, 보통은 핵의 에너지 준위를 떨어트려서 얻어낸다. 그럼, 핵의 에너지 준위란 무엇인가?

알다시피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들로 이루어진 녀석이다.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는 핵력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전자기력과 조금 비슷하다. 아무튼, 원자핵 주변에 전자 껍질이 있어서 전자들이 층층이 쌓여있듯이, 양성자와 중성자들도 원자핵 내부의 에너지 준위에 층층히 쌓여있는 형식으로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물방울 같이 생각해도 된다. 물방울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경우, 물방울을 툭 건드리면 표면에 파동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이 핵 내부의 에너지 준위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근원은 다르지만.

핵 내부의 에너지 준위를 올리는 방법은 다른 핵자가 와서 때리거나, 내부적으로 핵이 붕괴하는 경우이다. 양성자나 중성자가 달려와서 핵을 때리면, 마치 퐁당퐁당 돌을 던지면 냇물이 퍼져서 나물을 씻는 누나의 손등을 간질여 주듯이 물결이 생기는데, 그 물결이 바로 에너지가 한칸 위로 올라가서 생긴 것이다. 또는, 불안정한 핵이 붕괴하면서 조금 안정적인 두세가지 종류의 핵으로 변할 때, 딸핵종이 완전히 바닥 상태로 내려가지 못하고 높은 에너지 준위에 머물러 있는 경우이다. 어느쪽이든, 핵 자체가 들뜬 상태이다. 핵이 들뜬 상태에서 바닥상태로 툭 떨어질 때, 그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감마선으로 방출된다.

감마선은 엑스선보다 파장이 짧아서 투과력이 더 좋다. 그리고 더 강력하다. 그래서 비파괴 검사나 암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비파괴 검사는 건축물을 위한 엑스선 촬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데 뜯어보면 안되는 경우, 한 편에 감마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놓고 다른 편에 필름을 놓고 사진 찍듯이 잘 찍으면 된다. 그럼 벽이나 파이프에 균열이 있는지 멀쩡한지 알 수 있다. 물론 감마선은 빛이기 때문에 건축물의 결합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고, 그것이 바로 비파괴 검사이다. 감마선이 암치료에 사용되는 이유는 투과력이 좋고 파괴력도 좋기 때문이다. 지나간 곳을 초토화시킨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게 초토화 되어버리면 멀쩡한 세포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돌려가면서 감마선을 쪼여준다. 그게 감마나이프 기법이다.[각주:1]

감마선을 이용한 영상장비도 있는데, 그게 말로만 듣던 PET장비이다. PET는 양전자 방출 토모그래피(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의 약자이다. 양전자 방출인데 왜 감마선을 이용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PET에서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약에 섞는다. 그리고 그 약을 사람이나 동물에 주사한다. 그럼, 약 성분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 위치에 가서 약 성분이 모이게 되는데 그때부터 방사성 동위원소가 일을 한다.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일어나는 과정중, 양전자 방출 과정은 양성자가 양전자와 중성자와 전자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붕괴"라는 말 대신에 "방출"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양성자가 중성자보다 가볍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의 붕괴 보다는 방출이 좀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양성자 측면에서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지만 핵 전체에서는 에너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경우라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여기서 방출된 양전자는 열심히 달려가다가 전자랑 만난다. 전자랑 만나면, 양전자는 전자의 반입자이므로 둘 다 우주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쌍소멸이 일어나는데[각주:2] 이 과정에서 빛이 방출된다. 그리고 그때 나오는 빛이 감마선이다. 이 빛은 운동량 보존 법칙 때문에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나온다.[각주:3] 따라서, 감마선 검출기를 한바퀴 빙 둘러놓고 빛이 동시에 들어온 검출기를 조사하면 빛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그게 바로 PET의 원리이다.

감마선이 우주에서 날아오는 경우도 있는데, 초신성 폭발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핵 변환이 일어나고, 따라서 흥분한 핵들로부터 대량의 감마선이 방출된다. 이것을 감마선 폭발GRB(Gamma-ray burst)이라고 한다. 물론 가까운 별이 초신성 폭발을 하지 않는 한 사람이 죽을 정도로 많이 쏟아지지는 않고, 심지어 그런 일이 있다 해도 일단 대기가 한번은 막아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 죽을 만큼 쏟아진다고 해도 지구 자체가 막아주는 것도 있어서 반대편은 사람이 살아있을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당신이 어디에 있느냐는 복불복이므로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자. 물론 초신성 폭발 자체가 보기 드문 현상이라 그 전에 다른 이유로 사망하겠지만.

물론 태양으로부터도 감마선이 나온다. 그러나 지구에 도달해서는 공기 때문에 많이 약해지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감마선이 위험한 경우는 감마선을 주로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근처에 있는 경우이다. 감마선 자체는 빛이기 때문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세기가 약해지고, 따라서 방출하는 원천이 근처에 없으면 안전하다. 그리고 감마선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만 나온다고 보면 된다.

감마선은 뭔가 막을만한 방법이 별로 없다. 워낙 투과력이 좋아서 뭘로 막아도 안 막히기 때문이다. 납이나 철을 이용하면 막을 수 있긴 하다. 엑스선까지는 납으로 대면 다 막힌다고 보면 되는데, 감마선은 납으로 두껍게 대야 어느정도 약해지는 수준이다. 아무튼 감마선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 만나는 것이다.[각주:4]

다음에는 전자...
질량 순서대로.
  1. 한문장으로 설명해서 별거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살아있는 생체는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암세포를 추적해서 그 위치에 집중적으로 발사하는 것은 꽤 어려운 기술이다. [본문으로]
  2. 여기서도 전자와 양전자에게 묵념을 해야 한다. 그런데, 파인만 그림을 그려보면 전자와 양전자는 같은 놈이다. 둘에게 묵념을 해야 하나 하나에게 묵념을 해야 하나. [본문으로]
  3. 보통의 입자라면, 당구공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당구 쳐본사람은 알겠지만, 각도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충돌한 공 두개가 튀어나가는 방향이 다르다. 그러나, 빛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운동량이 달라지면 안된다. 에너지랑 운동량이 같은데 에너지는 파장에 의해 정해져 있으므로 운동량도 정해져 있는 셈이다. 따라서 빛은 항상 반대로 방출된다. [본문으로]
  4. 사실은, 만나기도 쉽지 않다.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취급하는 곳은 비파괴 검사 업체의 저장소나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를 하는 병동이 있는 병원, 또는 원자력 발전소 정도이다. 많지도 않고 관리도 잘 되고 있기 때문에 감마선은 어디 가서 맞아보고 싶어도 맞기 힘든 빛이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3. 21.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