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글에서 빼먹고 소개하지 않은 방사선이 하나 있다. 바로 알파선이다. 전자로 이루어진 베타선과 광자로 이루어진 감마선이 있으니 당연히 그 앞에 알파선이 있었어야 한다.

알파선의 정체는 헬륨 원자핵이다. 헬륨은 원자번호 2번, 통상적으로 질량수는 4인 원자이다. 수소 다음으로 가볍고 기체이기 때문에 풍선에 많이 넣는다. 물론 이건 방사선으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지는 않다.

보통은, 알파붕괴를 하는 입자들이 원자번호가 2개, 질량이 4개 줄어들면서 알파선이 방출된다. 알파선은 베타선보다 대략 8000배 정도 무겁다. 따라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손가락 하나로 찌르는 것과 주먹으로 때리는 것의 차이랄까. 다행인 점은, 알파선은 무거운만큼 차단시키기도 쉽다. 그냥 종이 한장으로도 웬만해서는 다 막힌다. 따라서, 알파선은 옷만 입고 있어도 문제가 없고, 피부에 맞더라도 열심히 때를 벗겨내면 괜찮은 수준이다. 단, 알파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를 모르고 먹었다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 이건 핵폭탄을 뱃속에 넣었다고 보면 된다. 내장은 피부와 다르게 연약하기 때문에 알파선이 파괴하게 되면 피해가 막심하다. 먹지는 말자.

알게모르게 우리 생활에 깊숙히 이용되고 있는 방사선이 알파선이다. 화재경보기에는 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인 아메리슘이 들어간다. 아메리슘의 아메리- 는 바로 그 아메리-다.

화재경보기에는 아메리슘이 들어가 있는데, 아메리슘 조각과 전극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있다. 아메리슘에서 일정 비율로 알파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전류가 흐른다. 간단히 말해서, 연기 때문에 알파선이 제 갈길을 못가면 전류가 약해지고, 약해진 전류를 감지해서 경보를 낸다. 화재경보기는 온도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감지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아무튼, 그 외에 알파선이 활용되는 분야는 다양하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입자 가속기에서는 알파선을 주로 가속시키지는 않는다. 일단 헬륨 자체가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데 붙이기도 어렵고, 뭘 하기가 힘들다. 수소나 리튬같은 비슷한 원자로도 충분히 실험을 할 수 있으므로 매력적인 입자는 아니다.

헬륨이 매력적인 이유는 방사선과 전혀 관련 없는, 헬륨3과 헬륨 4의 이상한 성질 때문이다. 바로 "초유체(Superfluid)"현상인데, 내가 그것에 관한 얘기를 수업에서 들은지 벌써 5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기억나는 바람에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초유체 얘기는 언젠가 하게 될 날이 올 것 같다.

알파선을 방출하는 원자는 겁낼 필요가 없다. 옷만 입고 있으면 된다. 예쁘다고 가까이 들여다보지는 말고. 또한 먹지도 말고.


by snowall 2011. 3. 25.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