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양성자를 비롯한, 다른 무거운 이온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방사선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일단 가속 자체가 어렵다. 예전에 말했었던 적이 있는데, 전하를 가진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전기장이고 전기장이 작용하는 힘은 전하량에 비례한다. 그런데 힘에 의해서 발생되는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전하량이 클 수록 질량이 작을수록 가속하기 쉽다. 전하량을 질량으로 나눈 값을 비전하(charge/mass ratio)라고 부르는데, 비전하 값이 클수록 가속하기 좋다. 전자랑 양성자는 전하량이 같다. 똑같이 1이다. 그런데 질량은 대략 2000배 정도 양성자가 더 무겁다. 따라서 전자의 비전하 값이 2000배 크다. 똑같은 전기장에 내놔도 전자가 훨씬 더 빠르게 가속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양성자나 무거운 이온을 방출하는 핵 반응은 사실 핵분열 반응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알파 입자(헬륨의 원자핵)를 제외한 다른 이온 방사선은 마주치기 어렵다.

그중, 고에너지 양성자는 이온 방사선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가벼운 입자에 속한다.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전자를 가속시키는 것과 동일하다. 선형가속기나 싱크로트론이나 사이클로트론 같은 입자 가속기에서 전기장에 태워서 에너지를 높이는 방법과, 레이저 등을 사용하여 빛으로 밀어버리는 방법이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에 있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가속시켜서 충돌시키는 입자가 양성자이다. 나름 가벼우니까...

양성자 방사선을 이용한 응용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암 치료이다. 전하를 가진 하전입자는 물질 덩어리에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감속이 될 때 까지는 잘 흡수되지 않다가, 특정 에너지 이하로 감속되는 위치에서 단숨에 멈춰 버린다. 이 위치를 브래그 피크(Bragg's peak)라고 부른다. 전자도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지만 너무 가벼워서 브래그 피크 위치가 표면에서 가깝다. 양성자나 다른 무거운 이온들을 고속으로 가속시켜서 물체에 대고 쏘면 특정 위치에서 전부 흡수되어 버린다. 바로 이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 방사선 응용의 주 요점이다.

암 치료를 위해서, 일단 암의 3차원적인 좌표를 측정한다. 즉, 중심 위치, 피부 표면에서부터 깊이, 크기를 알아낸다. 그리고 양성자나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켜서 해당 위치에 주입하면 암이 방사선을 다 얻어맞고 장렬히 죽어버린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피부나 암까지 가는 길목에 있는 다른 정상 세포들에는 방사선이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에너지가 암에 집중되면서 동시에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피부 표면에서부터 최대 흡수되는 깊이는 양성자의 에너지를 조절하여 얻을 수 있으므로 어느 위치에 있든지 종양은 양성자의 폭격을 피해갈 수 없다. 양성자의 경우 대략 230MeV의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으면 피부 표면으로부터 25센치미터 정도 깊이에 들어가게 된다. 이정도면 대부분의 사람에 대해서 사용 가능한 깊이이다.[각주:1] 요새는 양성자를 비롯하여 탄소 이온, 헬륨 이온 등 다양한 이온 빔을 사용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무거운 이온 빔을 이용하여 핵물리학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독일의 GSI연구소에서는 초우라늄 원소를 발견하기 위하여 멀쩡히 있는 원소에 탄소 등의 원자핵을 가속하여 충돌시켜서 새로운 원자핵을 발견하였다.[각주:2]

양성자 빔을 이용하면 별걸 다 해볼 수 있는데...

1. p+B11 반응으로부터 Q>20인 핵융합 E=0.5MeV [각주:3]
2. Nanolithography by direct writing with E=a few MeV proton beam [각주:4]
3. 와인 감별 E=3MeV [각주:5]
4. 핵폐기물 재처리/핵연료 처리 [각주:6]

이런 것들을 해볼 수 있다.
위에 있는 것들이 어떤 원리로 가능해 지는지는 아직 나도 공부를 안해 봤고, 이 글은 어디다 써먹는지에 관한 글이지 어떻게 써먹는지에 관한 글은 아니기 때문에 미래의 언젠가 위의 주제에 관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 보충해서 설명해보도록 해야겠다.

아무튼, 양성자와 이온 빔의 새로운 용도가 속속 등장하면서 입자 가속기의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입자 물리학의 새로운 시대가 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1. 국립 암센터(http://www.ncc.re.kr) 참고 [본문으로]
  2. http://www.gsi.de/portrait/Broschueren/index_e.html [본문으로]
  3. http://en.wikipedia.org/wiki/Aneutronic_fusion http://focusfusion.org/index.php/site/article/are_you_sure_pb11_fusion_isnt_fission/ 근데 이건 핵융합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본문으로]
  4. http://www.nature.com/nphoton/journal/v5/n2/full/nphoton.2011.8.html http://www.pbeam.com/ [본문으로]
  5. http://physicsworld.com/cws/article/news/36056 [본문으로]
  6. http://www.atomic.or.kr/atomica/read.html?chapter=7-2-1-3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3. 30.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