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점대 학부성적도 미래 없다"
의학대학원생 3명중 1명 KAIST등 공대 출신
삼수끝 선택한 전공도 미련없이 버려


ㅋㅋㅋ
이렇게 기쁜 소식이. 나의 경쟁자들이 다들 의대로 간댄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비용은 비싸기 때문에 더 많은 의사들이 배출되어서 가격 경쟁을 통해 의료비용을 낮춰야 한다. 그러다 굶어 죽게 생겼으면 저절로 의대로 가는 이공학도들은 줄어들테니 걱정 없다. 또한, 난 당연히 경쟁자가 줄어들게 되니까 나의 출세는 보장된다. 이공계는 3D 아니냐고? 그건 "3차원"을 줄여 말할때나 쓰는 말이다. 게다가 우수한 인재들이 의사가 되면 우리나라에서 진료받는 수준이 올라갈 것이니, 이 어찌아니 좋단 말인가.
우리나라 이공계의 미래? 그건 내가 알 필요도 없고 지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난 단지 내 앞길이나 걱정할 따름이다. 게다가 난 나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으니, 실력파 학생에 해당한다고 본다. 원래는 레드오션이었던 곳이 차츰 블루오션으로 변해가는 엽기적인 일이 일어나는 이 한국이 난 너무너무 좋아 미치겠다. 왜 이렇게 맘에 편하지? 시험준비 안해서 그런가?
이공계를 살리지 않으면 국가 발전이 아니라 국가가 국가로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조차 무너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괜히 IT강국인가? 이른바 "공돌이"들이 만들어 낸 세상이다. 황우석이 욕이라도 먹을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삼성에서 그렇게 많은 휴대전화를 팔 수 있는 것도, 현대에서 그렇게 많은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공돌이"라고 부르는 어떤 사람들이 해낸 일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지적하고 끝내련다. "4점대 학부 성적도 미래 없다"는 제목은, 그 내용이 담고 있는 내용이 우리나라의 이공계 위기를 비판하는 글일지라도 그 제목 자체에 담긴 뜻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공계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4점대 학부 성적이면, 특히 이공계열 학과에서 4점을 넘긴 사람이면 정말 머리도 좋고 노력도 열심히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건 이공계 오지 말라는 얘기다. 게다가 내용을 보면 더욱 미치겠다. 아주 그냥 이공계는 고생은 죽어라 하고, 결혼도 못하고, 돈도 못벌고, 별다른 명예도 없는 그런 직종이다. 이 분위기 계속 가면 한국에서 앞으로 100년간 노벨 평화상 외의 다른 노벨상을 받지 못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노벨상이 문젠가? 이공계통 종사자들 싸게 부려먹으면 가기 싫고 일 안하는거 당연한 거다. 그럼 그 다음 결과는 뻔하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의사가 됐건만, 환자들이 돈이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외국에 수출해서 돈을 벌어오고 있는게 전부 이공계통 종사자들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물건들인데 그게 없어지면 당연히 돈줄이 끊긴다. 그렇다고 내수가 돼나? 내수시장이 될 리가 없다. 수입은 해야 하거든. 돈은 계속 밖으로 나가고 들어올 구석은 없고, 따라서 경제 기반이 무너지면 그 수많은 의사들은 다시 길거리로 나앉는다. 의사들은 여기에 누굴 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결과는 그들이 이공계에서 계속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니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고민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설마하니 이공계통의 전공을 하고서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아무 고민 없이 결정했을까. 그들의 결정에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난, 단지 우리나라의 미래가 매우 기대될 따름이다.[각주:1]

*어떤 친구가 내게 반어법을 쓴거 아니냐고 물어보았는데, 이 글은 반어법과 직설법을 동시에 사용하였다. 즉, 이 글은 반어법으로서 해석해도 좋고 직설법으로서 해석해도 좋다.
  1. 걱정따위는 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3. 11.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