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는, 아주 작은, 이미 우리 몸을 1초에 수백만개가 통과한다고 알려진, 그러나 우리가 전혀 느끼지 못할만큼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이다. 전설에 의하면[각주:1], 질량이 없는 녀석들이었다. 아니,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태양, 초신성, 대기권에서 출발한 중성미자가 원래 나타나야할 녀석들이 사라지고 엉뚱한 녀석들이 나타난다는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물통을 이용한 실험[각주:2] 이나 초고속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것을 중성미자 진동 현상이라고 한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정은 무려 2개나 된다.
  •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져야 한다.
  • 중성미자가 서로 섞여야 한다.
응? 이런 엽기적인 가설이 말이 되냐고? 다른 방법으로 중성미자 진동현상을 설명하는 것보다, 이 가설들을 도입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자료를 가장 깔끔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심있는 사람은 A. Strumia의 Review인 arXiv:hep-ph/0606054를 참고해 보기 바란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매개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위의 두가지 가설을 검증하려면, 실험을 통해서 중성미자의 종류 수, 각 중성미자 종류별 질량, 중성미자의 섞인 정도를 모두 결정해야 한다. 그중, 대략 결정된 것은 다음과 같다.
  • 중성미자 종류 수 : 3개 - Electron neutrino, Muon neutrino, Tau neutrino
  • 중성미자의 질량 차 : 질량 고유상태에 대한 1번-2번 질량값의 차이, 2번-3번 질량값의 차이의 절대값
  • 섞인 정도 : 1번-2번, 2번-3번 섞임의 절대값
남은건 1번-3번 과 CP-phase를 결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1번-3번 섞임각이 엄청나게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CP-phase는 1번-3번 섞임각 항이랑 붙어 있어서, 그 영향을 잡아내기가 어렵다. 1번-3번 섞임각은 지금 하한선은 0이고, 상한선이 0.10인데, 이게 0.10이 실험적으로 알아낸게 아니라 "전혀 결과 없음"에 대해서 오차가 0.10이라는 것이다. 즉, 그 숫자가 0.10보다 작기 때문에 결과가 없다는 것 까지밖에 말할 수 없다. 이걸 알아내기 위해서 하는 실험이 원자력발전소 반응로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이용한 실험이다. 작다는 걸 알아내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는데, 이게 굳이 작아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작은건 알겠는데 왜 작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또한 다른 질문을 하는데, "이거 원래 0아냐?"이다. 원래 0이면 백날 정확하게 재봐야 0.0이 나올테니, 결과가 나올리가 없다. 사실, 이런식으로 결과가 없을 것이 예상되는 실험을 Null Experiment라고 한다. 텅빈 실험이라는 건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이 마이켈슨-몰리의 간섭계 실험이다.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수행되었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너무나 정확해서 더이상 정확하게 하기도 힘든 실험이다.[각주:3] 그런 실험을 할땐 정말 속터지는게, 결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없으니까 미치는 거다. 계속해서 정밀도를 올려서 실험을 해도, 그 결과가 정말 0이라는 보장이 되는게 아니라 그냥 몇%의 신뢰구간 내에서 오차범위가 얼마인데, 그 오차범위가 작기 때문에 0에 가깝다는 것밖에 안나오는 것이다. 이게 정말 0이냐 0에 가깝냐는 물리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수학적으로는 문제가 되는데, 수학적인 0이랑 물리적인 0이랑은 정말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이다.
수학적인 0은 진짜 0이다. 아무리 정밀하게 해도 절대로 0이 아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물리적인 0은 실험으로 관찰된 값이기 때문에, 실험 방법을 좀 더 정밀하게 되도록 개선하면 0이 아닌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이러한 1번-3번 섞임 정도를 결정하는 일인데, 연구 방법은 거꾸로이다. 1번-3번 섞임 정도가 어떤 특정한 값이라고 가정하고, 다른 물리적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른 나머지 값들이 결정되는 범위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설정한 가설이 다른 값들을 설명할 수 있으면 이론적으로 OK인 가설이 되고, 논문을 쓸 수 있다.

뭐, 이게 말이 쉽지, 실제 연구는 안습이라는 점. 에휴...


  1.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을 말한다. [본문으로]
  2. 슈퍼 카미오칸데 실험이다. 물이 100만톤정도 사용된다. [본문으로]
  3. 가령, 100미터 밖에서 자동차가 지나가서 생긴 진동때문에 오차가 생길 정도로 정밀하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03.31 00:30
  • RESISTANCE 2007.03.31 08:03 ADDR EDIT/DEL REPLY

    유익한 블로그군요. 앞으로 종종,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거, 초끈이론과 연관되어지는 것이겠죠?
    하긴, 그 이론이 못 잡아 먹을 것이 뭐가 있겠냐만은......

    • snowall 2007.03.31 13:55 신고 EDIT/DEL

      초끈이론은 아직까지는 소설입니다. QFT의 아주 복잡한 설명을 간단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그 "간단한 논리"를 이해하는게 난감하죠.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초끈이론으로 설명하려면 아직 갈길이 멉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현상론이라서, 깔끔한 수학이 나오진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