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커뮤니티에서 트롤성이 짙은 사람이 트롤링으로 대량의 인간을 낚고 있는 것을 발견, 나도 낚일뻔 했으나 귀찮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키보드 배틀(키배)에 대해 한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키배에 참전하는 것은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키배가 벌어지는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내가 여기에 댓글을 달아야 한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가령, 광주민주화항쟁을 폭도들의 난동이라고 주장한다거나, 국가 전복세력을 차단하기 위하여 모든 통신내용을 감청해야 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수준의 의견을 접하게 되면 여기에 댓글을 달아서 그런 내용의 글을 쓰고 있는 상대방을 설득하여 나와 같은 생각을 갖도록 만들고 싶은 강한 충동이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이 때, 그 충동을 참아내지 못하면 결국 나 역시 트롤이 될 뿐이다. 어떤 내용이든지간에, 그 충동은 자연스러운 충동이 아니다. 상대방은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기 위하여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일 뿐 실제로 자신이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각주:1]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트롤들은 이해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이른바 "벽"이다. 여기에 낚여서 열올리고 열심히 설명해봐야 그들은 말꼬리 잡기로 빠져나가거나, 우기기로 버틴다. 그리고 어느새 내가 바로 그 트롤에 벽이 되어 있다. 여기에 휘말리지 않는 가장 쉽고 가장 적절하면서 유일한 방법은 그냥 그곳에 가지 않는 것이다.

혹시 그 트롤이 대중을 선동하여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어 갈 것이 걱정되는가? 절대 걱정할 필요 없다. 그 여론은 냄비와 같아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또다른 트롤이 그들을 선동하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갈 것이다. 나는 그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스스로의 관점을 잘 정리하고 있으면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잘 정리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온라인의 키배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다.
  1. 가끔, 자신이 하는 말을 굉장히 논리적으로 포장하고 있는 사람도 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경우 근거를 잘못 들고 있거나 논리에 함정이 있다. 단, 대단히 그럴듯함.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6. 2.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