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내 방에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펼쳐져 있길래 시를 몇개 읽어보았다. 읽으면서 몇가지 느낀 점이 있어 적어둔다.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를 생각하면서 시를 읽으면, 시에서는 그가 갖고 있던 고민, 슬픔, 절망, 희망, 사랑, 이런 것들이 가슴 속에 전해져 오는 듯 하다. 참 힘든 시기였다. 윤동주 시인은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죄를 짓고 있다고, 부끄러워 한 사람이다. 그가 썼던 시는 그 구절 하나하나가 아름답다. 내 문장력이 약하여 감히 그 아름다움을 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쉽게 씌어진 시"는 내가 개인적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이다. 현실이 나타나 있고[각주:1], 시대적 상황도 나타나고[각주:2], 자신의 고뇌도 나타나고[각주:3], 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 발견하는 하나의 희망도 있다[각주:4].

만약, 그의 시들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읽게 된다면, 그 외국인도 나와 마찬가지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일단,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영시를 읽는다면? 이때 마침 떠오른 시가, 다세포 소녀에서 인용되었던 W. B. Yeats의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이다.

일단 읽어보자.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W. B. Yeats)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자. 어떤가. 느낌이 팍 오나? 아마 웬만큼 영어 하는 사람도 이 시를 보고서 무슨 내용인지는 알아도 감동이 전해져 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번역은 좀 괜찮다.
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놓여진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물들인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색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번역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걸 퍼왔기에 누가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일단 시의 아름다움이 전해지는 것 같지 않은가?

윤동주 시인의 시는 유명해서 그런지 여러 언어로 번역된 듯 하다. 영어와 일본어는 기사를 찾았는데, 독일어로도 번역되었다고 들은 것 같다.
영어 관련 기사
http://www.koreaembassyusa.org/han_newspress/korea_area_view.asp?korarid=135
일본어 관련 기사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4&n=200602220112


물론 난 한국어를 아니까 윤동주 시인의 시를 원어(=한국어) 그대로 읽을 수 있고, 영어나 일본어로 읽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아무튼, 한국 문학의 번역이 많아진다면, 내가 느낌 감동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1. 대학 노트를 끼고 강의 들으러 간다 [본문으로]
  2. 육첩방은 남의 나라 [본문으로]
  3.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본문으로]
  4.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5. 6.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