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 백과사전 : http://www.wikipedia.org
노스모크 : http://no-smok.net/
한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이라는 것은 어떻게 될까. 지식이 되기에 필요한 조건은 기록 가능한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기록의 형태는 사람의 기억에 의해 입으로 재생될 수도 있고, 문자가 될 수도 있고, 영상이나 녹음된 것이 될 수도 있다. 사실은 인간이 감각을 통해 받아들일 수 있는 매체라면 뭐든지 기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어서, 평생 한명이 만들 수 있는 지식의 양이라고 해 봐야 책 여러권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영화를 찍는다면 수십편 정도? 그리고 아무리 지혜와 지식을 쌓은 사람이라도 그것을 후대에 남기지 않으면 결국 그 후대 사람들은 다시 밑바닥부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인터넷에 위키 백과사전이라는 것이 생겼다. 이 백과사전이 운영되는 구조를 사람들은 집단지성이라고 부른다.
위키 백과사전은 어떤 하나의 항목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내용을 추가하여 그 항목에 대한 설명을 완성해 나가는 운영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어떤 한두명의 전문가가 아니라 그 항목에 대해 추가할 내용이 있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설명을 덧붙일 수 있다. 오타나 오류가 발견되면 누구한테 얘기할 필요가 없이, 그냥 직접 고치면 된다. 물론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대충 낙서를 적어둔다거나,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항목을 엉뚱하게 편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위키 백과사전의 보험은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 그 자체이다.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올바른 정보를 원하고, 올바른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오류의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인기가 없는 항목의 경우 오류가 몇개월에서 몇년동안이나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요새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전문가가 검증하여 항목을 올리는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위키 백과사전의 오류 가능성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위키 백과사전이 정확하지 않다거나 하는 건 내가 다루고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집단 지성은 마치 어떤 커다란 백과사전을 사용자들이 만들어 나가는 방법론으로서 다뤄지고 있는데, 나는 이것을 시간에 대한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모든 진리와 지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일평생동안 만들어낼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한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록을 남겨서 그것을 미래에 전달한다. 이것을 모두 모으는 것이 바로 집단 지성이다. 집단 지성을 이용한 지식 구조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지식을 점점 추가하면서, 그 지식을 공부하여 더 추가하는 방식을 통해서 집단 지성은 실제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지식에 대해서,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가 한 멋진 얘기가 있다.
진짜 남자들은 백업같은건 하지 않죠. 그냥 ftp 사이트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이 받아서 백업하게 만들어야죠
- Linus Torvalds
그렇다. 진짜 남자들은 백업따위 하지 않는 거다. 진짜 지식인이라면 암기따위 하지 않는다. 그냥 남들에게 알려줘서 남들이 암기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한다. 죽음이라는 것 그 자체로서도 두려운 일이지만, 내가 죽고나서 내가 해온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또한 더욱 아쉬워 하는 법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데, 내가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데, 그 수많은 지식이 단지 나만 알고 끝난다는 것은 억울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쉬운만큼 내가 아는 지식을 남들과 공유해야 한다. 예수, 공자, 석가 등등을 보자.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남겼기 때문에,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의 지식과 지혜가 이용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인공지능의 문제가 있다. 잠시 딴 얘기를 하겠다. 옛날에, 공학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을 시절에 "체스 두는 로봇[각주:1]"이 개발되었던 적이 있다. 체스 두는 로봇은 실제로 체스 챔피언들을 하나하나 굴복시키면서 인간이 만든 새로운 생명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나중에 그 실체가 밝혀지면서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뭐냐고? 뻔하다. 그냥 로봇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직접 체스를 둔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나 인공생명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진짜 사람이 체스를 둔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은 월급 받고 연기를 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 로봇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은 계속 안에 들어가 있다보니 자신이 로봇인지 사람인지 혼란스럽게 되었다. 원래 체스 두는 로봇이 있는데 자신은 그냥 그 로봇을 작동시키는 연료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이 오게 된 곳이다.
이 아이디어가 확장된 것이 질문-대답 형태의 지식 공유 사이트[각주:2]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 궁금한 것을 인터넷에 올리면 다른 누군가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준다. 이때, 질문한 사람은 대답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고, 단지 그는 인터넷에서 대답을 얻은 것이다. 즉, 인터넷은 마치 체스 두는 로봇처럼 인공지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위키피디아 같은 경우에도, 누군가 단편적인 지식을 올리면, 또다른 누군가는 그 자료를 정리하고, 누군가는 잘못된 정보를 고치고, 누군가는 그걸 이용해서 공부한다. 즉, 위키피디아에 틀린 정보가 올라오는 것은 위키피디아의 한계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만약 위키피디아에서 틀린 정보를 발견했다면, 부끄러워 말고 고쳐라. 틀린건 알겠으나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면 틀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해라. 그것이 바로 인터넷을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당신의 기여가 된다.
  1. "살아있는 인형"이라는 책을 참고하였다. [본문으로]
  2. 대표적으로 Naver의 지식in 이 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5. 17.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