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소통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연 소통이 중요한 것인가?

트위터, 페이스북, 그 외의 수많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들. 이런걸 잘 쓰면 소통이 되는건가?

1. 소통이 중요한가
소통, 의사소통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뜻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능력 중 하나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뜻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같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뜻을 아는 것이 어째서 중요할까?

예를 들어, 어떤 인간이 혼자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없으므로 소통이 필요 없다. 만약 모든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의 뜻을 알고 있다면 역시 소통이 필요 없다.[각주:1]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뜻을 일부만 알고 있을 때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면, 다른 사람의 뜻을 알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라는 뜻이다.

소통이 누구에게나 중요할까? 앞서 말했듯이, 소통은 다른 사람의 뜻을 모를 때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뜻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소통이 중요하다.

누가 다른 사람의 뜻을 알고 싶어하고, 누가 다른 사람의 뜻을 알아야만 하는가? 내가? 왜?

2. 어떻게 소통하는가
그런데 나에게 소통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항상 잘 이루어질 수는 없다. 나의 뜻은 전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그의 뜻을 전해주지 않으면 소통은 일어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뜻이 궁금해야 한다. 문제는, 내 뜻을 전달해서 상대가 나의 뜻을 알았다고 해도, 여전히 상대는 나에게 자신의 뜻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뜻을 전달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그 뜻을 받지 못해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다.

이런 상대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상대가 나에게 자신의 뜻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요약하자면 "넌 알 필요가 없다"라든가 "알면 다쳐"라든가 하는 이유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하면, 답답한건 나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내 뜻과 자신의 뜻을 알고 있으므로 전혀 답답하지 않다. 이런 경우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식인에 물어보면 되는걸까.

된다. 어떤 경우, 상대방이 지식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내 질문이 충분히 섹시하다면 그 상대방은 자신의 뜻을 담은 대답을 올리게 된다.

이런 방법론을 확장하면 우리는 책을 통해서도 소통할 수 있고 따라서 죽은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다. 책의 저자는 독자가 무슨 뜻을 품고 있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각주:2] 더군다나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뜻을 궁금해하지 않는다.[각주:3]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담고 있는 여러가지 흔적을 남겼다면, 그 흔적을 해석하여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위와 같이 소통을 접근한다면 소통의 방법론은 무궁무진하다. 협박해서 알아낼 수도 있고 돈을 주고 알아낼 수도 있다. 도덕과 윤리와 법률의 한계를 넘어선 각종 방법이 많이 있고, 그 한계를 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 어떻게 소통하는가??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1. 나의 뜻을 전하고 2. 상대의 뜻을 받아야 한다. 나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사를 뭐라고 쳐야 할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적당히 읊었다가 혹시 음이탈이라도 발생한다면 상대가 나의 뜻을 오해할지도 모른다. 또한, 상대방을 2.1 말하게 하고 2.2 뭔가 말해주면 말한걸 잘 들어야 한다. 말하게 하는 것도 힘들고 말한걸 잘 들어주는 것도 힘든 일이다. 잘 들어주는 것은 그나마 좀 쉬운데 대체로 "응?", "아하", "어머", "우와" 같은 적절한 추임새를 말이 끊길 것 같은 위기의 순간마다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10분동안 말없이 눈만 깜빡이면서 바라만 보고 있다가 "우와"같은 말을 내뱉지는 말자.

4. 소통이, 다시, 왜 중요한건가?
요즘 시대에 갑자기 소통이 화두가 되고 이래저래 떠오른 이유는 소통이 잘 안되고 있어서 사람들이 답답하기 떄문이다. 그런데, 사실 소통은 그 자체로 중요할 수가 없다. 나랑 아무 관련도 없는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역시 나랑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저 사람의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 행동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 때, 그 영향이 나에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 영향이 좋건 나쁘건,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라 대체 저 사람이 나한테 왜 그러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소통이 필요한 점이다.

연인이 나한테 화를 냈다. 왜 화를 내는 것인가 궁금하다.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시행한다. 왜 시행하는 것인가. 길을 가다가 눈이 마주친 저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썩소를 흘렸다. 미소인가? 아무튼 왜 웃는걸까.

답답하다. 아.

바로 그 순간,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아저씨는 나와 관련되었고, 영향을 받고야 말았다. 소통이 필요한 순간이다.

맑은 하늘에, 산자락에 올라서,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상쾌한 느낌을 만끽하고 있어도 연인만 생각하면, 정부 정책만 생각하면, 올라오는 길에 썩소짓던 아저씨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 답답함.

인간은 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소통을 하려고 한다.

5. 삼천포
그래서 소통의 도구인 트위터가 등장했다. 트위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계속해서 내던지게 만듦으로서, 누군가의 뜻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계정을 팔로우하여 그 뜻을 알 수 있고, 멘션을 통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도록 할 수 있는 아주 기가막힌, 맥가이버칼 같은 도구이다.

문제는 트위터는 내 뜻을 전달하려면 상대방이 내 뜻을 알고싶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Follow me, plz.

나한테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는 저 사람을 내가 아무리 따라다녀봐야 그가 나를 따라다니지 않으면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단지 전달만 이루어진다.

아까는 뜻을 받는게 문제였는데 이번엔 뜻을 주는게 문제다. 아니, 그런데 말이다. 잘 생각해 보자. 내가 답답한 것은 원래 내 뜻은 전달했으나 상대방의 뜻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아니었던가? 내 뜻을 상대방이 모르기 때문에 답답한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그보다, 상대방이 내 뜻을 모를 것이라는 것은 어떻게 안 것일까? 음?!?!?

6. 결론
소통을 하든 말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왜 소통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 누구랑 소통을 해야 하는지, 그게 소통이 잘 된거 맞는지, 그런 것들을 고민하지 않으면 소통을 해봐야 쓸모가 없다. 인생에 의미도 없다. 하지 마라.


  1. 이것은 "나"로서 경험하는 외연이 확장되는 경우인데, 이 경우가 혼자 사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2. 어떤 작가는 궁금해하겠지만, 그런 작가는 적당한 방법을 통해서 독자의 뜻을 알 수 있다. 논의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3. 어차피 전달할 방법도 없다. 어차피 나중에 만나서 전해주면 되는데 무당에게 부탁하는건 너무 비싸지 않은가. 산 사람의 시간은 없어도 죽은 사람의 시간은 많으니 좀 궁금해도 죽은 사람이 기다려주는게 예의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2. 2. 14.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