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가장 최초로 나온 주제는 "톨킨의 반지들과 플라톤 : 힘, 선택, 그리고 도덕성에 관한 교훈들"이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당신에게 절대 권력이 있다. 당신은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 제시된 답은 다음과 같다. : 절대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 당신의 행복을 위해 좋을 것이다.

책 내용의 아주 일부만을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오해나 왜곡의 소지가 있으므로, 관심있는 사람은 꼭 책 전체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여기서는 내가 생각하는 답을 논의해 보려고 한다.

위에서 나온 절대 권력이란,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권력을 뜻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신과 비슷한 수준의 권력이고, 실제 현실에서 내가 그런 힘을 갖게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대통령도 욕먹는 시대에 어떻게 가능할까. 아무튼, 그런 권력이 있는 경우 나는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쉽게 생각하면 내가 힘이 있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을 죽여버리고 입 싹 닦아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의 경우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답이 제시될 것이다. 사실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데 비도덕적으로 행동해도 상관 없다는 대답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도덕적인 행동은 답이 되지 않는걸까?

자, 우리 주변에도 몇가지 예가 있다. 굴지의 대기업 S그룹의 부정 축재, 마찬가지 대기업 H그룹 회장의 폭행 사건, 그리고 그 외에도 지금 당장 기억은 안나지만 들으면 알것 같은 아주 많은 사건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
권력기관이나 재벌기업으로부터 저질러진 이러한 비도덕적 행위는 그들이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립 가능한 것이다. 자, 이로부터 고통받는 일반 대중이나 피해자들의 입장은 잠시 외면해 두자. 그를 비난할 어떤 이유를 찾을 때, 남의 불행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라는 건 그냥 떼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당신에게 절대 권력과 엄청 많은 돈[각주:1]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별장도 지을 수 있고, 세계 곳곳을 놀러다닐 수도 있고, 여자들이랑 원하는대로 놀 수도 있고[각주:2] 사람들이 다들 나한테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내 밑에서 굽신굽실대면서 나한테 좋은 말만 해준다. 그럼 안돼나? 아, 돈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 글쎄, 그건 그냥 돈이 없으니까 하는 얘기지. 억울하면 나처럼 돈 많이 벌든가, 돈 없으면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시던가. 억울하다고? 그건 당신 얘기고, 난 억울한게 없는데? 게다가 내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많이 쓰겠다는데 불만 있어?[각주:3]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거냔 얘기다.
이제, 그에게 질문해보자. 그래서 좋아? 당연히 좋지. 싫은 사람이 어딨겠나.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싫은 사람도 있을까? 글쎄. 아마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그 욕망은 아무리 충족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무한한 욕망을 채우기 위한 무한한 권력을 가지는 것을 어째서 싫어하겠는가. 물론 이쯤에서 "난 그런거 싫어.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절대 권력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욕망까지도 실현 가능한 진정한 절대 권력이다. 그 사용은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고 싶으면 얼마든지 천국으로 만들 수 있고, 자신의 뜻대로 바꾸고 싶으면 바꿀 수 있는 힘이다. 착한 사람이 그런 힘을 사용하면 물론 착한 일만 할 것이다. 그걸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그런 위대한 힘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착하게 행동해야 하는가?

내가 결론짓고 싶은 것은, 그런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는 아무리 착한 사람이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항상 세상을 올바르게 몰고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더라도 세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자기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본인은 결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며, 스스로가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 결코 알지 못할 수 있다.[각주:4] 권력을 가진 그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을 뿐더러,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핵무기의 사용? 비극적인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사용한 것까진 좋은데, 그래서 수십만명이 죽었지. 무엇을 무엇의 정당화로 볼 것인가.

나는, 만약 나에게 절대 권력이 주어진다면[각주:5]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그때 가서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 내가 도덕적으로 행동할지 내맘대로 행동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렇고, 다 쓰고나니까 역시 내용이 없는 글이 되었다.
  1. 현대 자본사회에서 권력과 돈은 동의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둘 다 갖고 있다고 하자. [본문으로]
  2. 남성 편향적인 시각이라 여성 분들께는 죄송하게 되었다. 뭐, 여성 분들도 미남들 잔뜩 데리고 노는 것을 상상하시면 될 듯. [본문으로]
  3. 돈의 출처가 부정적인 경우도 있으나,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4. 사실 이 얘기 하면서 예전의 서울시 시장을 하고서 요새 대통령 하려고 나서는 어떤 아저씨가 떠올랐다. 열심히 해보셈. -_-; [본문으로]
  5. 가령, 로또 당첨같은 일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0%가 아니다. 로또를 잘 사지 않는 내게는 불가능하겠지만, 당신이라면?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6. 3. 13:55
  • Celeste 2007.06.03 14:08 ADDR EDIT/DEL REPLY

    제게 절대 권력이 주어진다면 버려야 할 거에요. 우유부단한 리더는 일을 망칠 거라고 믿거든요..
    주석 5번 공감은 가는데, 그보다 보수는 적더라도 더 가능성이 높은 일을 하고 싶어요

    여담: 굽신(x,북한어)->굽실(o) (몸을 굽히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런지 잘못 쓰기 쉽죠.)
    굴신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건 몸을 굽힌다, 겸손하게 대한다 이런 뜻이라 굽실에서 느껴지는 비굴한 의미가 살아나지 않아요.

    • snowall 2007.06.03 14:14 신고 EDIT/DEL

      지적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 얘기에서 저는 "리더"를 얘기한 것은 아닙니다. "힘"을 얘기한 것이죠. 일을 망친다거나, 일을 망쳐서 오는 책임감 같은걸 고려하는 양심적인 권력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 과연 그 경우에도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 Celeste 2007.06.03 15:45 ADDR EDIT/DEL REPLY

    그렇군요..절대권력이 존재하고, 그걸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그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이 도덕적으로 행동하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깐요. 반드시 착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기를 다른 사람들이 바라겠네요

    • snowall 2007.06.03 21:52 신고 EDIT/DEL

      남들이 바라는 것일 뿐이죠. 희망사항. 물론 이에 대해서 "타인"은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그 "타인" 역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겠지만, 그 요청을 들어주느냐는 역시 권력자 맘대로겠죠.

  • 외로운까마귀 2007.06.03 17:50 신고 ADDR EDIT/DEL REPLY

    책을 많이 읽으시다 보군요.. 그래서 그 공상과학대전이라는 책도 알고 계시고..

    • snowall 2007.06.03 22:08 신고 EDIT/DEL

      요새는 바빠서 못 읽고 있습니다. 더 읽어야 하는데 일에 치어서 말이죠 ^^;;

  • djinni 2007.06.11 22:11 ADDR EDIT/DEL REPLY

    재밌네요...
    저는 그래서 기독교와 비슷한 성격의 유일신은 밎지 않는답니다.
    착한 절대자라고 하긴 힘드니까요.

    • snowall 2007.06.11 22:53 신고 EDIT/DEL

      저는 신이 있건 없건 신경 안쓰고 삽니다. 단지, 저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귀찮을 따름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