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창의력 문제의 답안이라고 쓴 글들을 쭉 읽다보면 흥미로운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아이디어들이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부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수많은 아이들이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부분이랍시고 생각해낸 생각이 다 똑같다는 점이다. 어찌 그리 비슷할 수 있을까.
문제 유형이, 가령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세요"라고 했으면, 최소한 문제에 제시된 예제는 쓰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아니면 예제를 아주 확실하게 발전시키든가. 인터넷 검색이 아주 좋아진 것도 좋고, 지식인 사이트가 있어서 문제의 답을 물어볼 곳이 있는 것도 좋은데, 이건 문제를 우수답안을 선정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것 자체를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옳은 것이다. 그게 없으니 창의력이 죽지. 몰개성화 된 답안만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 푸는게 재미있다는 건 어디가야 배울 수 있을까. 그것도, 답안을 남들과 다르게 내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건 어디가서 배우려나. 나만 해도 당장 너무 아는게 많아서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구별한다.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해봐야 남들이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어디서 주워들어서 그에 대한 조금 발전된 답을 내놓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는 초보들이다. 이런 때 아니면 창의력을 발전시킬 시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다들 똑같은 생각만 하는 걸까.
선행학습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 몇년 이후에나 배울 내용을 미리 알아봐야 쓸데가 없다. 쓸 수도 없다. 어차피 몇년 후에 다시 배울 텐데. 의미도 없다.[각주:1]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줄 모르기 때문에 덤비는 것 아니던가. 젊을 때는 세상이 무서운 걸 모르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 아니던가. 창의력은 아직 되는지 안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의 뇌는 한번 알게 된 것을 모르게 되기는 힘들다. 이것은 기억과는 다른 얘기다. 기억은 잊혀질 수 있지만, 지식으로서 알게 된 것들은 모르는 상태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 그때야말로 가장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시기이다. 대부분 이 시기에 상상했던 것들이 평생 써먹는 상상력의 밑천이 될 텐데. 그것은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불가능한 것이다. 피터팬을 보자. 그는 모르기 때문에 날아다니는 것이다. 만일 그가, 사람은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이후로는 날아다닐 수 없게 된다. 누가 그에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면 여전히 날아다닐수 있을까?[각주:2]

더이상 남들과 같은 생각으로는 남들보다 앞서갈 수 없다. 남들과 같은 수준조차 되지 않는다. 뒤처질 따름이다. 무식한 건 죄가 될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것 자체도 자신의 잇점으로 활용해야 진정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1. 야오이인가. [본문으로]
  2. 이런점에서 후크는 바보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6. 13. 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