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에 나온 사건들은 실제 역사적 순서와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료조사를 전혀 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믿지 마시고 공부하세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자신의 인생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를 무한정 기다릴 수만 있다면 시간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고 시계는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금지되지 않은 일은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죽을 때 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적어도, 죽기 전에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해보고 싶은 일이 한두가지쯤은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를 만난다거나.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라는 개념을 발견하였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일이 먼저 일어나고 다른 일이 나중에 일어났다면, 어떤 일과 다른 일 사이에는 "순서"가 있어서 항상 어떤 일이 "먼저" 일어나거나, "나중에" 일어나거나, "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반드시 이 규칙을 따른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면,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 순서를 따질 수 있어서 항상 세가지 순서 중 하나가 된다. 물론 둘 이상의 순서가 되지도 않는다.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과 먼저 일어났으면서 나중에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너랑 나랑은 형이든가, 동생이든가, 동갑이다.)


순서를 따지다보니 편리한 일들이 많았다. "내일 아침 해가 뜰 때에 우리 집 앞에서 만나자"와 같은 약속을 드디어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약속은 "내일 아침 해가 뜬다"는 사건과 "너와 내가 만난다"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조금만 더 생각하면 "그런 사건이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내일 아침 해가 뜨는 것보다 먼저 나의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낼 수 있다. 우리가 사는게 다 그런거다.


여기에, 비슷한 때에 발견되었을 것 같은 "산수"가 결합된다. 사람들이 해가 삼백 육십 다섯번 정도 뜨고 나면 왠지 봤던 것 같은 하늘이 펼쳐져 있고, 왠지 더웠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왠지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가다보니 달도 스물 여덟번 정도 뜨고 나면 비슷한 모양이고 보던데에 가 있더라.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달력"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되면서, 하루하루 되풀이되는 일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이 하루에 일어나는 일의 전부이다. 내가 뭘 한다면, 해가 뜨기 전에 하든가, 해가 뜬 다음에 하든가, 해가 지기 전에 하든가, 해가 진 다음에 하게 된다. 하지만 하루에 네가지 일만 할 수는 없으므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최고의 기술자들이 해시계를 만들게 된다. 해시계는 그림자를 이용해서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데, 해가 뜰 때의 그림자 위치와 해가 질 때의 그림자 사이에 눈금이 있어서, 그림자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하루 중의 언제인지 알게 해 주었다.


사실 이 때 까지만 해도, "하루의 진짜 길이"가 매일 매일 똑같은지는 잘 몰랐다. 하룻밤 자고 나면 어차피 내일의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하루가 길든 짧든 해가 뜨고 해가 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생각. 이상하게 해가 금방 지네 - 오늘은 이상하게 해가 안지네. 하루가 긴가 짧은가 알기 위해서는 대봐야 한다. 그런데, 길이는 대 볼 수 있지만 시간은? 길이는 척 보면 눈으로 봐도 길고 짧은지 알 수 있다. 시간은 눈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귀로 들리는 것도 아니고, 만져지지도 않고 냄새도 없다. 그저 느낌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동안 그런 추측만 하다가, 사람들은 주기가 일정한 현상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래시계나 물시계가 발명된다. 위에서 아래로 물질이 떨어지는 시간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시계들은 실제로 시간의 길이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모래시계는 잠깐 쓰기에는 괜찮아도 계속해서 뒤집어 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물시계는 물만 부어두면 오래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러다가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가 멍때리던 순간, 천정에 매달려 흔들리는 촛대를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멍때리고 있었는지 세기 시작하다가 인류 최초로 "진자"라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인데, 그 촛대는 갈릴레이가 연구하기 이전에도 거기에 매달려서 흔들리고 있었고, 전 세계에 아주 많은 촛대들이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려 왔다갔다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릴레이는 진자의 아주 중요한 특성을 발견한다. 흔들리는 폭이 얼마나 큰가에 상관 없이, 얼마나 무거운가에 상관 없이, 진자가 흔들리는 시간은 오직 진자의 길이에만 관련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같은 길이를 가지는 진자라면 크게 흔들리든 작게 흔들리든 같은 시간 동안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간다는 뜻이다.


(다음 시간에 계속...)

by snowall 2012. 7. 31.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