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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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뜬금없이 어려운 얘기를 하나 던져봅니다. 우리 우주는 하나가 아닐지도 몰라요.


휴 에버렛과 브라이스 드위트라는 물리학자가 제창한 "다세계 해석"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그 순간순간 서로 다른 우주로 갈라져 나갑니다.


상상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옛날에 이휘재가 했었던 "인생극장"의 우주적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래, 결심했어!" 이거 한마디면 뭐든지 이루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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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주는 어느 하나를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고,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도 하나밖에 없죠. 그러니 "우주"라는 말과 "우리 우주"라는 말이 같은 뜻이 됩니다. 하지만 다세계 해석에서는 그딴거 없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결심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치면, 우리가 어떤 겻을 결심하든지 둘 다 일어납니다. 단, 내가 경험하는 우주는 내가 선택한 그 상황이 일어나는 우주일 뿐이죠.


이렇게 어느 하나를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해석을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합니다. 관찰되지 않은 우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이고, 그 가능성이 있는 한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그래서 말도 안되는 일도 일어납니다.) 일단 한번 관찰되면 그것으로 사실이 고정되고, 과거가 고정되고, 바뀌지 않는 역사가 됩니다. 이것이 코펜하겐 해석이죠. - 물리학자들이 코펜하겐에 모여서 결론지은 것이라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다세계 해석은 우리가 관찰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머지 가능성들도 여전히 가능성의 세계로 존재하고, 어딘가에서는 실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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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 주연의 "더 원"


쉽게 말해서, 지금 우리가 사는 우주가 아닌, 우리 우주에서 갈라져나간 어떤 우주에서는 나치가 지구를 정복했을 수도 있고, 아기공룡 둘리가 빙하타고 내려왔을수도 있고,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저에겐 여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다세계 해석이 좋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가 그 우주로 넘어갈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우주를 우리가 원하는 그 우주로 만들 수는 있죠. 선택의 문제니까요.


물론 이 다세계 해석에도 비판은 존재합니다. 일단 우주가 너무 많다는 것이 있어요. 어차피 우리 사는 우주는 하나인데 뭐하러 그렇게 많은(심지어 무한히 많은) 우주를 가정해야 하느냐는 것이죠. 자연이 그렇게 낭비를 일삼는 된장녀일리가 없다 뭐 그런 비판입니다.


둘째로는 어차피 볼 수도 없는 우주인데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그런 다른 우주를 가정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고도 믿지 않는데, 보지 않고도 믿는 것은 종교나 다름 없으니까요.


하지만 흥미롭지 않나요? 또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주장이 헛소리는 절대 안할 것 같은 물리학자들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말이죠. 참고로 이 다세계 해석은 헛소리나 망상이 아니라 당당한 물리학 이론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해석해도 우리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거든요. 우주가 너무 많긴 하지만, 뭐 어때요. 우리 우주가 바뀌진 않잖아요.

by snowall 2012. 8. 15. 00:08